유럽여행/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눈부신 로마 황제의 도시

Alice1911 2022. 8. 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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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4박5일 일정

 

전날밤 늦게 도착해서 구시가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었는데, 조식먹고 호텔밖을 나서니 여름 아침의 스플리트는 장관이다.
파랗게 높은 하늘 아래 대리석으로 된 탑과 건물들, 그 사이로 높은 야자나무와 진분홍 꽃들, 오래된 건물들의 1층에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이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제대로 구경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플리트와 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스플리트 일정의 핵심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궁전이니, 그곳부터 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스플리트

 

황제의 궁전

4세기 초반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여름 별궁으로 지은 곳이니 역사가 길다.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만큼 역사적, 미적인 가치도 높다. 이 궁전은 지금껏 보았던 어떤 로마 유적보다도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탈리아나 터키에 있는 로마 유적들도, 기둥과 석조가 일부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궁전은 거의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일부는 후대에 복원했다 하더라도, 전성기 때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수있을만큼 화사한 아이보리와 골드톤으로 재료를 달리해가며, 섬세한 조각들로 가득 채워 정성껏 지은 궁전.

스플리트는 중세 내내 교역항으로 자유를 누리며 번성했고 거의 천년의 세월을 자치를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이 아마 로마 시대 유적이 온전히 보존되어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cornaro호텔 야외수영장에서 본 스플리트 풍경


우리가 묵은 숙소는 Cornaro Hotel. 복잡하고 번화한 스플리트 관광지 한복판에 위치해서 그런지 기대보다 좁아보여서 처음엔 좀 실망이었는데, 묵어보니 완전히 숨겨진 보석이다. 좁게 얽힌 구시가지 건물들의 특성을 활용해서, 두개의 건물을 사용하고 가운데 좁은 공간이 주차장.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면 건물사이가 좁은 다리로 연결되어있는데, 저건 비상통로일까? 하고 용도가 궁금했었다.
우리가 묵은 둘째날, 수영장을 쓰려고 올라가보고 답을 알게 되었다. 옥상 공간도 충분하지 않다 보니, 야외 수영장과 카바나가 한 건물 옥상에, 그리고 다른 건물 옥상에는 커다란 자쿠지가 놓여있고, 두 공간이 좁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건물이 거의없는 스플리트 시내에서 꽤 높이 솟아 있어 바다부터 시가지 뒷편 높은 언덕까지 360도로 조망할수있다는 점이다. 특히 야외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아드리아해와, 스플리트로 진입하는 크루즈선의 움직임을 보는건 정말 최고의 호사이다. 스플리트의 붉은 지붕 건물들이 나지막하게 깔리고, 그 뒤로 푸른 아드리아해가 펼쳐지고, 거대한 크루즈는 유유히 그 바다를 가로질러 항구로 진입하고 있다.


스플리트는 바다 수영이 두브로브니크처럼 발달하지는않은건지, 적어도 구시가지 한복판에는 모래 해변이 없고, 구시가지를 약간 벗어나야 해변이 나온다. 우리는 두브로브니크로 향할 거라, 스플리트에선 물놀이는 하지 않기로 했어서, 유감없이 구시가지만 열심히 구경했다.

마치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 바다를 끼고 펼펴지는 산책로처럼, 아이보리색 돌로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들이 펼쳐지는데, 새파란 하늘, 핫핑크의 꽃들과 어우러져 찬란한 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변 산책로


햇빛이 너무 쨍했지만 그늘을 피해 바닷가 산책로 벤치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야자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를 하염없이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오후.

너도나도 마실걸 들고다녀 우리도 뭔가 마셔보자, 하고 마트로 간다. 크로아티아는 수입보다는 자체브랜드의 음료들이 많다. 놀랍게도 스타벅스가 없는 나라다. 스플리트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건 SPAR라는 유럽 식료품점 체인인데, 여기서 시원한 커피 음료를 사서 마시며 걸어다녔다.
구시가의 장점은 이곳에 모든 식당과 아이스크림 가게가 다 모여있다는거다. 1일 1아이스크림을 하며 크로아티아를 다니는중. 오늘도 구글로 젤라또집 평점을 보며 고민에 빠진다. 정말 너무 훌륭한 젤라또 집이 너무 너무 많아서 고민인 상황이다.


저녁은 해산물 파는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구시가지에 모여있지만 우리가 픽한 식당은 Restaurant Bajamonti. 여기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신선한 문어와 토마토, 오렌지, 레몬즙, 허브류가 들어가 상큼했던 문어 샐러드, 랍스터가 통째로 들어가고 오징어먹물색을 입혀 검은색인 블랙 누들 파스타. 근처 맛집들중 이 집이 제일 번잡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거기에다, 베네치아를 연상시키는 붉은 건물이 둘러싼 광장을 지나자마다 바다가 펼쳐져 뷰도 탁트이고.
한가지 단점은 웨이터들이 너무 바빠 아주 친절하진 않다는건데, 하얀 제복와 검은 타이를 제대로 갖춰입고 기본 응대는 철저히 하는 정도여서, 과히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음식맛이 정말 최고!!

저녁을 먹고, 마르잔(Marjan) 언덕을 올라가보기로 한다. 언덕이라서 걸어올라기가 충분할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20여분을 계단으로 계속 올라가는 구조라 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언덕에 올라서면, 스플리트 시가지가 다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언덕 곳곳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언덕을 더 올라가면 가파른길을 따라 카페들도 꽤 많다.
우리는 낮시간의 수영에 저녁까지 밖에서 보낸탓에 너무 피곤해서 언덕만 구경하고 얼른 숙소로 복귀했지만, 이곳에서 보는 여름날의 석양은 정말 아름다우니, 체력이 된다면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저녁에도 도시는 시끌벅적, 즐거운 에너지가 넘친다. 호텔 옥상들은 바를 오픈하고, 클럽들도 꽤 많다. 가족단위 여행자들도 많지만, 그룹으로 온 젊은 여행자들도 많다. 모든 형태의 여행객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만큼 도시가 갖춘 인프라와 즐길거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것이다. 젤라또 한번을 더 챙겨먹고, 아쉬운 저녁을 마무리한다. 내일은 스플리트를 떠날 두브로브니크로 가는날. 하지만 난 스플리트가 너무 좋았고, 아마도 이 도시에 다시 한번 올것같다.

꽃들 뒤로,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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