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 고흐의 흔적 가득, 오베르쉬르우아즈
오베르 쉬르 우아즈(Ouvers Sur Oize)는 파리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인상파 화가 고흐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 2달을 거주했던 곳이다.
파리 시내와 가까워 근교 당일치기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오는 길도 쉽다. 같은 이름의 기차역이 있어서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와서 내리면 바로 마을 중앙으로 갈어서 갈 수 있다.
도착한 날 오후는 비도 뿌리고 먹구름 때문에 날도 컴컴해서 잠깐만 둘러봤다. 나무 덧문을 파스텔톤 하늘색으로 칠하고 외벽을 옅은 노랑으로 칠힌 전형적인 프랑스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이 금새 마음에 들어온다.

한눈에 봐도 작은 규모의 마을에 사람은 많아서, 고흐가 먹여살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단체 관광객도 여러팀 만나고, 둘 아니면 셋 단위의 한국 여행자들도 눈에 띈다. 파리에 오면서 들르기 쉬워서 그런것 같다.
마을 동선은 아주 심플하다. 기차역을 나오면 바로 맞닿은 동네 중앙차도 주변으로는 까페와 식당들이 즐비하고, 그 뒷편에 있는 길로 올라가면 고흐의 길 루트가 시작된다.
곳곳에 그가 그린 그림의 실제 피사체가 여기, 이곳이라고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다.

짧게는 45분만에 돌 수 있고 길게는 90분 정도 걸리는데, 개인적으론 45분 루트만 돌아도 마을의 느낌은 충분히 만끽할수있었다.
해가 났던 둘째날, 고흐 뮤지엄이 여는 10시에 맞춰 다시 나왔다.
동사무소(Communal Office)건물과 그 앞 자갈돌 바닥의 광장, 그 광장에 옹기종기 티테일블을 두고
쌀쌀한 날씨를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녹이는 사람들의 풍경. 이 광장 만으로도 여기 온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느낌.
덧문이 달린 프랑스식 창문, 어느 유럽 집이나 그렇듯 최소한 몇개의 꽃화분은 가꾸는 문화가 있어 마을 전체가 예삐다. 나무 창문 바깥쪽이라도 파스텔톤 예쁜 색으로 자주 도색하는 정책도 있다고 한다.
파리, 오베르쉬르우아즈, 고흐
멋진 마을을 한동안 둘라보다 커피집에 들러서 조금 지친 다리를 쉬기로 했다. 재미있게도 까페 크렘(cream), 이라고 적힌 걸 주문하면 까페 라떼가 나온다.
까페 비에노와즈라고 된 걸 주문하면, 엄청난 생크림이 진한 커피위에 얹혀진 비엔나 커피가 나온다.
벨기에만 해도 카페 라떼는 그냥 카페라떼인데, 프랑스에선 라떼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 재미있다.

12시가 넘으니 까페타임은 끝나고 모두 점심 장사로 테이블세팅을 바꾸고 있다.
이제 모네 마을로 옮겨갈 시간. 오베르 마을을 나오는 들판 양쪽으로 끝없이 해바라기밭이 펼쳐진 것을 보니
정말 내가 고흐가 몇달 살며 창조의 마지막 불꽃을 불살랐던 그곳을 떠나고 있구나 실감이 난다.
정말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는 명제가 다시한번 실감나는 하루. 불과 파리에서 한시간 안쪽인데도
파리와는 아주 다른, 아늑하고 여유로운 공기가 감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