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이프/달리기와 필라테스

달리기 기록, 개포동과 양재천

Alice1911 2024. 10. 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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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시작한 러닝. 
11월, 으스스하고 어두워지는 계절에 런데이 앱과 함께 시작한 달리기.
 
5분도 혼자 뛰기 힘들어 런데이의 도움을 받으면 나을까 했더니 결국 30분 연속 뛰기는 쉬워졌더라.
이건 진심. 런데이 앱은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2분 뛰고 1분 걷기 식의 인터벌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조금씩 달리는 시간이 늘어나 어느 순간 30분이 된다. 
 
벨기에를 떠날 무렵에는 50분 달리기의 초입에 있었다. 50분을 그냥 뛰진 않고 20분씩 2번에, 도입부 걷기, 마무리 걷기로 구성된 거라, 생각보다 이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 오니, 예상치 않은 문제에 봉착했다. 날이 너무 더웠다. 브뤼셀의 8월도 덥긴 해서 아침과 밤 9시 이후를 이용했었지만, 한국의 더위는 습도 때문에 훨씬 달리기엔 악조건이었다. 8월 말에 조금 달리고, 9월에 간헐적으로 뛰는 수준으로 겨우 유지했다. 
 
중간엔 허리가 아파 못 뛴 시기도 있었다. 정형외과에 가니 요추 4,5번의 문제. 달리기는 쿵쿵 뛰어 허리에 자극을 주니, 코어 운동 위주로 허리를 좀 강화한 다음에 뛰라고 한다. 달리기의 매력에 살짝 빠진 상태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달, 애초에 벨기에에서 달리기의 마력을 전파해 주신 선배님을 우연히 만났다. 
얼굴에는 광채가, 50대 후반 나이에 몸도 마음도 슬림하고 멋진 선배님을 1년 만에 만나고, 다시 러닝을 결심했다. 
 
러닝 한 후에 오는 안도감, 안정감, 행복감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달리기

 
명상, 걷기,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냥 몸을 움직이면 정신의 평화가 같이 온다는 점이 가장 강력했다. 
 
그리고 몸은 정직해서, 몇 주 쉬고 다시 뛰어도 이젠 30분 연속 달리기는 쉽게 느껴진다는 점도 좋았다.
나름 11월부터 8월까지 빌드업한 내 몸상태를 그냥 버리기엔 아깝기도 했고. 
 
아파트 단지에서 5분만 걸어가도 있는 양재천 루트로 달려간다. 
뛰다 보면 어느새 주변 장소 중에서 선호하는 곳이 생기게 마련이다. 

개포동 달리기


양재천의 경우, 아파트 단지에서 영동대로를 따라 강변까지 가는 5분이 시끄럽다는 단점은 있지만,
일단 양재천 구역에 들어서는 순간, 소음이 확 줄고, 달리기와 걷기에 최적화된 다양한 루트로 길이 재미있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9시가 넘은 시간이어도 사람들이 많이 왕래해서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다. 
시간이 늦은 관계로 딱 20분만 뛰자 하고 나왔는데, 동네 구경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25분을 달렸다.
집 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뛰다가 걷기 모드로 돌입.
러닝 상태에서 바로 멈추는 것도 심박수 등 몸에 무리가 간다고 한다. 걸으면서 5분은 금방 가니까, 단지 안을 걷는 구간으로 배정하고 다시 집에 도착했다. 
 
어떤 다른 활동이 30분 만에 어둡고 답답한 마음의 상태를 밝고 뻥 뚫린 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이 모드를 계속 유지하며 구간을 늘리면 어느 순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데,
글쎄 내가 그렇게까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음의 모드 전환, 한순간 전원을 껐다 켜듯 자연스럽게 리셋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
 
이렇게 다시 시작한 바에 한겨울 러닝까지 가보자.
 
개포동은 아파트들을 새로 많이 지어서 단지와 단지 사이를 계속 주파하며 동네 구경하는 맛도 꽤 있다.
특히 5단지의 시장통, 4단지의 재미있는 놀이터와 학교들, 대로들 사이의 비스듬히 놓인 4차선 도로 주변으로 아기자기한 동네 구경이 아주 재미있다. 
 

달리며 만나는 가을 풍경


한동안 달리기와 필라테스 이야기를 써볼 예정입니다. 함께 달리거나 함께 필라테스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공감과 위로가 될지도! 저 역시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가 볼 거고요. 아, 물론 여행이야기, 끊기지 않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페루 리마에 가게 될 것 같은데, 16만에 가보는 리마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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