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보라] 그야말로 버킷리스트,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보라보라섬
버킷리스트란 말이 흔한 요즘이지만, 버킷리스트는 재미없는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묘약이자, 삶의 희망 같은 것.
유럽에 살 때보다 여유 시간이 도통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나의 버킷리스트에 몇 년째 존재하고 있는 보라보라 섬에 대해, 한번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버킷리스트에 5-6년쯤 있었다가, 신혼여행으로 가게 되면서 리스트에서 행복하게 빠져나온 섬이 있으니 바로,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동북쪽에 있는 세이셸이라는 섬이다.
나에게는 따뜻한 바다 한가운데의 산호초 섬에 대한 깊고 오래된 로망이 있다. 세상의 행복하고 밝은 것들은 다 이곳에 모여 있는 것처럼, 밝은 태양과 바다와 숲의 에너지가 가득하기 때문일까.
세이셸과 보라보라는 이런 점에서 비슷하지만, 한편으론 차이가 아주 크다. 우선 보라보라는 남태평양에 있다.
남태평양 보라보라섬 여행
그것도 날짜변경선을 지나, 호주나 파푸아뉴기니쯤 위도에 있으면서도, 하와이보다는 더 동남쪽으로 치우쳐진 그야말로 외따로 떨어진 남태평양의 섬이다. 태평양 지역도 사는 사람들이나 문화권으로 4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타히티, 보라보라섬은 폴리네시아 지역이다. 하와이에서 가깝고, 미국 본토에서는 LA에서 가장 가깝다.
말 그대로 깊은 태평양 한가운데이니 얕은 바다일 수 없지만, 산호초로 둘러싸여서 이 군락지는 얕은 에메랄드색 바다와, 애니메이션 '모아나'에 등장하는 나지막한 초록산이 가운데 부분을 이루는 비경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리조트는 바다 위에 떠있는 워터방갈로. 방갈로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바다로 이어져서 하루종일 스노클링을 할 수도 있다. 오테마누 산이라 불리는 봉우리로 트래킹을 갈 수도 있다.

바다가 낳은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비경을 보러 가는 것, 그것이 나의 버킷 리스트. 현실적으로는 결혼 10주년이 되는 몇 년 뒤, 딸아이가 스노클링을 무섭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나이쯤에 세 식구가 가겠다는 야무진 소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게 될지, 그때쯤엔 또 어떤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어 해외출발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어디에서 들어가도 보라보라까지는 멀고 먼 여정이란 점.
우리나라에선 일본을 경유해서 타히티 파페에테 공항으로 들어가 국내선을 타고 또 1시간을 들어가서, 리조트까지 수상보트로 20분 정도는 갈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를 경유해서 6시간쯤 더 비행해서 세이셸의 메인섬인 마헤 섬에 도착, 거기서 리조트까지 경비행기로 40분 가야 했던 세이셸과 거의 비슷한 거리다.
사실 요즘처럼 인천-프랑크푸르트만 해도 13시간이 넘고, 3시간 경유에 1시간 비행기를 타야 유럽 어느 도시에 도착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보라보라섬이 그렇게까지 머나먼 오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에서 간다면 오히려 LA에서 가는 것이 직항도 있고 가장 가깝다. 심지어 타히티 섬을 거치지 않고 보라보라섬 모두무테 공항(Bora Bora Motu Mute)까지 8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미국 여행 가서 시간 좀 보내다가 직항으로 타고 갔다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 평생 한번 갈 목적지라 너무 짧게 있다 오면 억울할 것 같다. 비행스케줄로 6박, 여기에 타히티 1박을 넣어서 총 8일도 가능하고, 보라보라에 3박만 하는 일정도 가능하지만 8일은 있어야 안 억울하지 않을까.
아직은 남은 일정이지만, 방갈로에서 바로 바닷물로 뛰어들어가 스노클링 하고 오테마누 산 트래킹하고, 보라보라 섬 전체를 자동차 투어도 하고, 물론 타히티 본섬도 하루 둘러보는 일정으로 꽉 찬 8일은 보내고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