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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 정독도서관과 삼청동

Alice1911 2025. 4. 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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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이에 있어 오히려 가치를 모를 때가 있다.

광화문에서 직장을 20년 넘게 다니면서 정독도서관을 처음 들어가 보다니.

북촌은 참 좋은 동네다. 경복궁을 바라볼 때 성벽의 동쪽으로 쭉 올라가면 삼청동이 나온다. 삼청동에서 직진하면 북악스카이웨이로 이어지고 동쪽으로 틀면 거기가 북촌.

북촌 한옥마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초입의 삼청동도 너무 좋다.

삼청동 초입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있는데 여기부터가 제대로 삼청동.

미술관은 전시 내용을 떠나,  아담한 층수의 건물에 벽돌 마감 외관도, 자리 잡은 잔디밭과 여유공간의 조화도 너무나 포근하고 아름답다.

여기서 꺾어 오른쪽으로 진입하면 백미당, 블루보틀커피, 황생가 칼국수 같은 하나하나 놓치기에 아까운 예쁜 곳들이 맞이한다. 황생가는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해서 진동벨 받고 마당에 기다리는 사람이 한가득.

블루보틀은 예전만큼 희소성을 가진 곳은 아니어도, 위치며 외관이 참 예쁘고, 2층과 3층에서 바라보는 삼청동 전망이 기가 막힌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 골목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다.

예전 낡은 건물을 밀고 Tamburin 브랜드의 삼청동 단독 매장이 있는 사거리에서 바로 왼편이 정독도서관.

정독도서관 뜰

이 오래된 건축양식의 도서관은 원래 1930년대에 지어진 경기고등학교 건물이었다. 경기고가 삼성동으로 이전한 후 도서관이 된 것인데, 30년대 서양 건축스타일로 지은 건물의 틀이 그대로 잘 남아 있다.

서울 정독도서관


세로로 긴 창에 연녹색으로 칠을 한 것도, 도서관 메인 건물 입구의 스테인드글라스 장식도, 회랑처럼 건물 옆 쪽으로 공간을 마련한 것도, 단차가 있는 건물 사이가 자연스럽게 테라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모두 너무 사랑스럽다.

도서관 입구


세련되진 않지만 정감 가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도서관의 내부 전경이 일품이다. 바깥세상의 번잡함을 일순에 고요히 만드는 이 공간의 마력이 놀랍다. 꽃이 한창 피어 도서관 내부를 더욱 화사하게 해 준다.

구내식당도 있다. 기본 메뉴는 6500원이고 순두부찌개는 7천 원, 다른 메뉴들도 있다. 사람도 너무 많지 않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고.  한적한 식당 창 너머로 빌딩숲이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한옥촌의 동네 너머로 보이는 종로, 을지로일 것이다.

종로구 한복판의 궁궐을 둘러싼 이 동네가 가진 제일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낮은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꽃도 피고 잔디도 있고 이런 옛날 건물들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더 소중한 가치를 더해가는곳.

북촌이 관광지만이 아니라 이런 고즈넉하게 사람들을 쉬게 해주는 공간을 가졌다는 것은 참 다행이고 복된 일인 것 같다.

도서관 뒷뜰


다시 삼청동으로 걸어 나와 경복궁옆길을 걸어 동십자각으로 나온다. 8차선 도로와,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 흐드러진 가로수의 꽃들. 다시 번잡한 세종로로 돌아왔다. 고요한 정독도서관에서의 시간은 마치 잠깐의 시간여행처럼 느껴진다.







도서관 내부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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