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서유럽 물가가 비싸다 보니, 스페인은 전체적으로 저렴할 거란 생각이 있었지만, 실제로 여행해 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우선, 숙소만 해도, 가족 4명이 여행해서 아파트형 호텔로 했는데 비수기인데도 570유로 정도 들었다.
아침 메뉴
Apartmentos Roiser Centro 라는 아파트인데, 사실 아주 좋다고 하긴 좀 어려운, 딱 적당한 숙소. 원래 계획이 똘레도 하루, 세고비아 하루를 볼 계획이었어서 너무 숙소에 많이 투자하지 않기로 한 이유도 있었다.
이 숙소의 최대 강점은 위치. 서울의 도산대로 쯤에 해당하는 메인 도로인 그랑비아(Gran Via)까지 걸어서 10분, 동네가 너무 번화하지도 너무 외지지도 않고 San Bernado 길을 따라 메트로 역을 끼고 있어서 왠만한 시내 곳곳에 다 갈 수 있으니 편하다. 숙소 주변도 걸어가서 먹을 곳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그렇지만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가 오후 1시-밤9시 사이밖에 안되어서 아침 일찍 또는 밤 늦게 도착하거나 떠나는 사람들에게 불편하다. 이 문제는 걸어서 10분 거리인 스페인 광장 근처의 유료 Storge 로 해결했다. https://lockandbefree.com/
작은 짐은 하루 5유로, 큰 짐은 15유로인데 큰 짐은 캐리어 2개 정도 들어가서 왠만한 큰짐도 해결할 수 있다.
아무튼, 숙소의 경우 우리가 있던 아파트랑 비슷한 위치에 좀 더 쾌적하고 럭셔리한 숙소로 가면 700유로대로 뛰니까, 원래의 기대치보다는 전반적으로 비싸다는 느낌이다. 물론,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중의 하나이자, 스페인 왕국의 상류층들이 가득한 마드리드에서 최고급 호텔들을 찾는다면 하루 1000유로는 가뿐히 넘어주는 곳이 많다.
식당 물가는 너무 천차만별이지만, 가볍게 아침 먹는 식당에서 토마토 페이스트 얹은 바게뜨 빵에 카페 콘 레체(우유들어간 커피) 3잔, 햄 치즈 크로아상, 오렌지 주스, 추로스와 초코 시럽 등으로 어른 3명이 먹고 20유로 안쪽이니, 부담없이 한끼 때우기엔 좋은 가격이다. 첫날 저녁에 먹은 부리또 집도 3명에 27유로 정도였고, 맛도 훌륭했다. 좀 캐주얼하게 가볍게 먹자 하면 인당 10유로 근처에 먹을 곳이 아주 많은 도시가 마드리드인 것 같다.
마드리드 3박 4일 여행
한편 숙소 근처 식당에서 파스타, 피자, 부라타 치즈 샐러드, 물 한병 먹고 55유로 정도였고, 먹은 식당중 가장 고급스러웠던 https://elpimientoverde.com/ 는 제대로 구운 4인용 스테이크 메뉴가 69 유로를 차지하긴 했으나 어른 셋에 130유로 정도 나왔다. 물론 바스크 요리를 하는 식당이기도 했고, 서비스도 좋고, 자리도 넓고 우아해서, 전체적으론 만족.
다른 유럽 대도시들도 식당이 많았을텐데, 유독 마드리드는 레스토랑과 추로스집, 카페, 24시간 오픈하는 아침 먹을 수 있는 식당, 타파스 바 등 먹을 공간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좋은 점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해서, 누구나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아침식사를 했던 소박한 식당의 추러스와 햄치즈 크로아상이 기억에 남는다. 분명 평일 아침인데도 가족 단위로 와서 삼삼오오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아침을 즐기는 일행들이 많아서 그런지, 따뜻하고 즐거웠다.
기대보다 싸진 않지만, 유럽의 물가가 에너지 위기로 치솟는 상황에, 물과 난방을 마음껏 때야 하는 숙소들의 부담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프랑스나 이태리의 중심가 숙소에 비해서는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저렴한 것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