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5구 여기저기, 그랜드모스크, 카페, 몽주 약국
그랜드 모스크는 입장객이 많지 않았지만, 따뜻한 민트티를 마실 겸 모스크를 끼고 있는 카페에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어 민트티는 포기. 바로 사원으로 들어갔다. 무료로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예배를 드리러온 무슬림들이었고, 입장료는 성인 3유로다.
오랜만에, 겨울의 끝자락에서 쨍한 하늘의 스페인 그라나다에 온 듯한 정원이 펼쳐진다. 무어인이라고 불리는 아랍계 이슬람교도들이 만든 알함브라 궁전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가운데에는 인공 수로를 내고 기하학 무늬로 정원이 설계되어 있으며, 곳곳에 열대 식물들을 심어놓았다.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예배공간도 있고, 넓은 실내 회랑도 있지만 가장 백미는 추워도 새파랗게 쨍한 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열대 녹색 야자수가 심어진 정원의 모습이다. 아직 겨울의 냄새가 남아있는 이 때, 한 줄기 여름의 빛을 느끼게 하는 찰나의 순간.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정원을 몇 번이나 들면 사진을 찍고 행복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옆으로 높이솟은 첨탑이,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파리에서는 꽤 높게 느껴지고, 기하학 무늬가 반복되는 이슬람 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모스크 정원에서 꽤 시간을 보내고, 다시 입구로 나오면 대각선 건너편에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카페 하나가 있다. 이 곳이 또 숨겨진 보물이었다. 구글 평점이 무려 5.0이길래 찾아간 Crible 는 3평 남짓 될까 싶은 아주 작은 카페다. 한국 사람임을 바로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주인장이 진하고 고소한 카페 라떼를 만들어준다. 한국에 있었으면 서촌 근처에 자그마한 카페라고 해도 믿을 만큼 모던하고 조용한 카페에는 한국말로 된 여행 책자도 한 두권 놓여 있다. 단골인 듯 드나드는 사람들도 에스프레소 잔을 앞에 놓고 종이책을 읽고 있기도 하고, 쿠키를 사러 잠깐 들른 사람도 있다. 평화로운 동네 카페의 느낌이다.
모스크나 왕립 식물원에 왔다면 들러볼 만한 것 같다.
5구에 머무는데 또 몽주약국을 안 들를 수는 없어 저녁 먹으러 가는길에 오랜만에 가봤는데, 역시나 명성이 바래지 않았나보다.
르봉 치약(이 치약도 실제로 써보니 엄청 개운하고 좋다. 몇개 더 사올걸...), 아벤느 샴푸를 사고 요즘에 핫하다는 앰브롤리스(Embrollsse) 로션도 사봤다(실제로 써보니 가격 대비 성능이 아주 좋은 듯. 세면 전 클렌징 크림으로도, 메이크업전 베이스로도, 모이스처라이저로도 쓸 수 있는데 적당히 촉촉하면서 너무 끈적거리지는 않아서 만족스러웠다).
개별 17유로지만 2개 30 유로여서 선물도 할 겸 2개를 샀다. 다 캐리어에 들어갈까 싶어서 은근 자제를 많이 했는데도, 결국은 이거저거 사서 꽤 무거워졌다. 아이 바디로션까지 잔뜩 사서 100유로를 좀 넘긴 것 같다. 몽주약국에서 유모차에 짐을 싣고 숙소로 걸어오는 길에는 역시 파리답게 꽃집도 가득하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골목다마 하나씩 대로변에 꽃집이 있다는건 꽃을 좋아하는 파리 사람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