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이집트 여행은 카이로 2박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1박의 짧은 일정이었다.
카이로에서는 나일강 크루즈, 피라미드, 이집트의 기독교인들을 뜻하는 콥틱파의 교회, 뮤지엄 등을 둘러보기로 했다.
새벽 3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지만 지인이 차를 갖고 나와주어서, 쉽게 카이로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모래색의 건물들이 짓다가 만 것처럼 마감된 것들이 인상적이었고 매일 정오가 되면 사람들이 멈추어서 기도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짓다만 건 짓다가 돈이 모자라면 다시 자금이 확보될때까지 건축을 멈추는게 관행이라고 한다.)
카이로는 대도시이고, 좁게 카이로 시를 보아도 1천만 명, 넓은 카이로 광역을 보면 2천2백만의 엄청난 인구를 자랑한다.
이집트, 터키, 레바논 같은 나라들은 모두 과거에 그리스, 로마 제국이었던 곳들이라, 과거 유적, 도시명칭 등에서 그 흔적이 아직도 많은 곳에 남아있고, 그것이 중동의 건축양식과 문화와 섞여서 독특하고 이국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카이로도 이런 특성에서 오는 문화의 보고라서, 그저 거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이집트 카이로 여행
시내 중심에 있는 콥틱 뮤지엄부터 둘러보았다. 콥틱 뮤지엄을 둘러보면 우리는 잘 모르는 기독교의 한 종파인 콥틱 정교회에 대해 궁금해진다. 신앙의 차이로 분리되어 나온 건 벌써 기원전후의 오래전 일이지만, 이집트의 무려 2천만이나 되는 기독교인들이 바로 이 콥틱파이다.
4세기경 동방정교회라 불리던 이 교파는 이집트 땅이 이슬람에 의해 정복된 7세기 이후에도 존속되어 오다가 19세기에 들어서 스스로를 콥틱 정교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교황도 따로 있고, 그 본산이 카이로다.
그래서 콥틱 뮤지엄을 둘러보다 보면 로마 교황의 복색과는 다른 콥틱 교황들의 사진과 조각, 그림들이 꽤 많이 걸려있다. 무엇보다, 건축적으로 콥틱 교회들이 아름다웠다. 이집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짓다 보니 확연히 유럽의 성당들과는 모습이 다르고, 색깔도 모래색과 아이보리색에 가까우며, 이 색깔의 흙벽돌로 쌓아 올린 것이 많다. 콥틱 뮤지엄이 지어질 때 신도들이 많은 장식품과 성경책 등 소중한 물품들을 기증했다고 한다.
기자(Giza)에 있는 피라미드 구역은 카이로 시내에서 13킬로미터 정도 남서쪽으로 내려간 곳에 있어서 자동차로 20-30분이면 닿을 수 있었다. 기원전 2500년 경, 쿠푸 왕의 묘지 및 부장품 보관장소로 조성된 가장 큰 피라미드와 그 아래 왼쪽으로 2개의 피라미드가 있고, 이들의 동쪽으로 스핑크스가 있다.
눈앞에서 피라미드를 보는 순간, 뭐랄까 모래 벌판 한 복판에 그 정도 높이에 건조물이 있다는 것에 놀라야 하는데,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놀라움의 크기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이건 오래된 세계 유적을 볼 때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왜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건축물의 높이와 규모가 이미 너무 거대해져서, 과거에는 기적에 가까웠던 건축술과 규모가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정도로 경이롭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스핑크스, 사자의 몸과 사람의 얼굴을 한 신화 속의 존재인 이 조각상은 높이만 20미터에 달하고, 원래 거대한 사암 암반에서 크게 잘라져 나와 후에 정교하게 다듬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모양의 정교함 때문인지, 기하학 모양의 피라미드보다는 내 마음에 더 크게 와닿았다. 나일강을 따라 더 내려가서 룩소르의 피라미드는 더 거대하고 인상적이라고 하니, 다음엔 룩소르까지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카이로의 곳곳을 돌아다녔다. 사암으로 된 벽돌색 때문인지, 영상 10도 근처가 되는 북아프리카의 온도 때문인지, 겨울인데도 아늑하고 활기찬 기분이 느껴진다. 시내에도 콥틱 교회가 엄청 많기 때문에 두 개 정도만 더 보았다. 곳곳에 야자나무가 있어서 기분이 좋다.
다음으로는 이집트 박물관에 들렀다. 카이로 박물관이라고도 부른다. 들른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컬렉션이 거대해서, 애초부터 투탕카멘 마스크, 미라 등만 보고 나오려고 생각했던 곳이다. 가보니까 이게 웬걸, 건물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보게 된다. 1900년대 초반에 나일강변 타히리 광장에 지어진 이 박물관은 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이고 소장품만 12만 점에 달한다고 한다.
그 유명한 투탕카멘 마스크는 그야말로 명불허전. 5천 년이나 된 마스크가 어쩌면 그렇게 정교하고 탄탄한지 놀라웠다. 미라며, 왕족의 액세서리며, 그들을 석고상에 조각한 것들이며, 유럽의 박물관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정교함과 화려함이 있었다.
그 당시의 복식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이 위대한 박물관도 침투당해서 많은 소장품이 탈취당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상당 부분이 돌아와서, 복원된 작품 섹션에서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카이로는 참, 문화적으로 풍성한 곳이란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어서 이틀밖에 못 있었지만, 거대한 문화의 보고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수시로 들었고, 깨끗하고 정돈된 맛은 좀 덜하지만, 풍성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거리거리에서 풍겨 나와, 내내 좋았던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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