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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바다가 내려다보이던 이층집의 추억

니스에 다녀온 지는 20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니스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때만 해도 프랑스 파리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밤새 가서 새벽에 니스에 떨어지는 무리한 일정이 가능했던 20대였다.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니스 현지에서 구하면 되겠지 하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계획으로 갔었더랬다. 그 시절에 내가 대책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늘날처럼 여행 앱으로 완벽한 계획을 짜놓고 가기보다는 현지에서 되는 대로 숙소를 구하는 게 통했던 시절이기도 했다.너무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기억이 나는 건 니스역 근처에서 우연히 마주친 붉은 머리의 라트비아 아주머니.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대학원생 둘이서 3일 정도는 머물 예정이나 아직 숙소를 구하지 못한 상태란 걸 듣고..

[광저우] 전통 위에 미래를 쌓아올린 자신감의 도시

선전에서 출발해서 150km 북쪽에 있는 광저우로 향했다. 교통 체증도 꽤 있었고 해서 2시간 반 정도가 걸려 광둥 성의 중심지 광저우에 도착했다. 선전에서 오는 내내 공장 지대였는데, 광저우 인근으로 오니 오래된 유럽 스타일의 건물들이 보여 눈이 휘둥그레진다.오후에 둘러본 샤미안섬(Shamian Island)은 과거 광저우에서 유럽인들에게 조계지로 내어주었던 지역이다. 바닷가의 가로로 긴 지역에 유럽식 건물들이 길게 1km 가까이 이어져 있다. 유럽식 건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중국의 다른 지역, 이를 테면 마카오 같은 곳도 있지만, 샤미안섬의 샤미안 거리의 특징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개성을 뽐내러 온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실제로 고성능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커플로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았고, 제대로..

[로마] 12월에도 따뜻했던 로마의 알찬 1박2일

로마의 겨울. 갑작스럽게 1박 2일로 갔던 로마는, 처음의 설렘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시의 느낌을오롯이 잘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떼르미니에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12월 초의 로마는 위도가 더 높은 유럽 도시들보다 확연히 따뜻했다. 나뭇가지에 파란 잎도 꽤 많이 붙어있고, 우중충한 북부의도시와 달리 햇살이 내리쬔다. 두껍게 입은 겉옷 위에 둘렀던 목도리를 풀고, 휘파람 불며 가볍게 걷게 된다. 이 호텔은 예전에 수도원이었던 것을 숙소로 개조했다고 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했다. 이름이 Domus Australia. 도대체 숙소 이름에 호주는 왜 들어간 것일까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호주가톨릭 대주교구에서..

[저지섬] 영국 해협의 아름다운 여행지, 저지섬

유럽에 살던 시절, 벨기에랑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서 수없이 많이 알아봤던 저지섬(Jersey). 저지섬은 건지(Guernsey) 섬과 세트로 묶어서 많이 언급되는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두 섬 모두, 프랑스 서북쪽 노르망디 해안 너머, 영국 해협에 놓여있는 작은 섬들이다. 영국령이지만 영국의 정치, 법의 관할을 받지 않는 자치령이고, 프랑스 북부 해안에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문화적 영향도 많이 받은 독특한 정취를 갖고 있다. 저지섬은 채널 군도에서는 제일 큰 섬이고 알려진 곳. 다른 유명한 휴양지에 비하면 유명하지 않다 뿐이지, 아름다운 해변, 조용한 자연, 숨겨진 볼거리, 그리고 면세 지역으로서의 특성까지 있어서 유럽에서 한적하고 독창적인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에겐 이미 꽤 알려져 있다고 한다. 면세..

유럽여행/영국 2025.11.25

[안탈리아] 안탈리아 바다의 기억

저 멀리 굽이치는 해안선의 끝자락으로 넘어가면, 무언가 아름답고 희망찬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순간. 내 인생에서의 그런 때는 해 질 녘, 안탈리아 시내 아파트 테라스에서 저 멀리 안탈리아 만의 끝자락을 바라볼 때였다. 지도로 보면, 아주 명확한, 터키 남부의 지중해 바다. 안탈리아는 터키 남쪽 해안중 가운데쯤에 있고, 동쪽으로 더 가면 알라냐 같은 독일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양도시가 나타나고 서쪽으로 가면 본격적으로 에게해 쪽으로 이동하면서 카쉬, 로도스섬, 마르마리스, 물라 같은 절경의 도시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안탈리아에서 바라본 그 해안선의 자락은 카쉬 같은 마을로 이어졌을 거다. 벌써 한참 된 일인데, 그날의 감동 그리고 생의 찬란함, 희망과 기대 같은 감정이 아직..

유럽여행/터키 2025.11.19

[모레아] 여행의 오랜 계획

여행은 진화하는 것이라고, 여행을 좋아하고 계획 세우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이야기지만, 신혼여행으로 세이셸 아니면 보라보라 섬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결국 세이셸을 다녀온 나로서는 보라보라는 언젠가는 가줘야 할 숙제 같은 곳이기도 했는데. 2018년만 해도 보라보라섬의 허니문이란, 일본 나리타 공항을 경유해서 프렌치폴리네시아의 수도인 파페에테로 들어간 다음 국내선을 타고 보라보라 섬으로 들어가 6일 정도를 즐기거나, 아니면 파페에테에 1박 정도 하며 도시를 둘러보는 일정을 믹스하는 정도 가 다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프렌치 폴리네시아 속에서도 모레아 같은 그동안 덜 알려졌던 섬들도 부상하고 있어서, 신혼여행이 아니라도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

[라스베이가스] 더 스트립 그리고 윈 호텔의 추억

어른들의 놀이터, 라스베이거스. 사막에 만든 인공의 도시.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스케일과 화려함이 잊히지 않아서, 인공의 도시를 제대로 만들었구나 하고 오히려 더 감탄하게 되는 도시. "더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메인 도로 주변으로는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시설물이 모여 있는 지역이 있는데, 모든 활동은 다 여기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은 다운타운에 몰려있어서 더 스트립은 완전한 관광지다. 우리가 묵었던 윈(Wynn) 호텔은 아직도 가장 좋은 호텔에 속하는데, 첫 방문 때인 10여 년 전에는 개장한 지 얼마 안 되어 그 으리으리한 인테리어에 멍해졌던 기억이 있다.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이 베네치아를 본떠오기도 하고, 뉴욕 맨해튼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하고 그런데 윈 호텔은..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의 하루

루브르, 에르미타주 같은 서양의 대형 박물관에 대해선 워낙 유명세도 알고 실제로 가보기도 했었지만, 최근까지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세계 5대 박물관 안에 든다는 것은 몰랐었다. 1945년부터 3-4년간 중국의 공산화가 이루어질 때, 이 유물들을 대만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타이베이 방문에서 드디어 박물관에 가볼 기회가 생겼다. 타이베이 중심가를 내려다보는 스린구의 언덕배기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박물관은 웅장 하다기보다는 산기슭에 편안하게 기댄 모습. 부지를 넓게 차지하고 있어서 높이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다. 입장료는 한국돈으로 약 15,000원 정도로 크게 비싸지 않다. 지인은 이곳에 3일 내내 와서 종일 보고 갔다고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두 시간 정도밖에 없어서 가볍게 둘러볼 생..

[괌] 괌에서 열나는 아이데리고 현지병원 다녀온 후기

이번 여행 첫날 저녁부터 7살 딸아이 이마가 조금씩 뜨겁더니 38도를 찍었다. 한동안 감기를 앓지 않아서 감기가 어디서 옮았다고 생각하고 가져온 체온계로 열 재보고 아세트아미노펜 조금 먹여 재웠는데, 밤새 자다가 깨다가 하면서 목이 아프다고 칭얼거렸다. 열도 39도 가까이 올라가고.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아 현지 병원을 알아보니, 한인병원은 Good Samaritan Clinic과 One love Pediatrics(North Tumon 지점)(주소: 744 North Marine Corps Dr C211, Harmon Industrial Park)라는 곳에 한인의사가 있다고 했다. 굿사마리탄은 평도 좋고 예약도 없이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오후 2시 반에 문을 열어서 약간 보..

[타이베이] 용캉제와 타이베이101 딘타이펑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반만 내려오면 도착하는 대만 타이베이. 때는 무더운 7월 하순, 아주 짧은 일정이어서 여행기를 남길 생각도 없었지만,용캉제와 딘타이펑, 야시장의 기억은 충분히 즐겁고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짧은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우선 타이베이 공항에서 시내는 30분 이상은 걸리는 거리지만 대중교통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우리는 일행이 있어 차를 보내주어서 쉽게 들어왔는데도 시내 숙소 리젠트 호텔까지 30-40분이 걸렸다. 그날 저녁은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북경오리 식당을 찾았는데, 중국식으로 요리된 통오리를 우선 한번 보여주고 해체해서 먹기 좋게 담아주는 것은 여전했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맛이지만 타이베이가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차이. 이날 저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