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는 벨기에에 왔다면 놓칠 수 없는 가장 대표적인 여행지다.
중세 도시의 고색창연함이 잘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도시. 시내 중심부를 운하로 돌 수 있게 되어있어 45분 정도 배로 도심을 돌면서 전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15세기 건축물들은 고색창연함을 자랑하는데, 계절별로 그 느낌이 달라져서 여러 번을 가도 지겹지 않은 신기한 도시이기도 하다.
운하 주변을 걷다 보면 보트 타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배는 얼핏 보면 작아 보이지만 40여 명 정도가 탈 만큼 크다. 15세기에 건설된 아주 오래된 돌다리 밑을 지나가기도 하고, 중세의 건물들이 늘어선 풍경을 보며 이곳이 번성했던 중세 금융도시임을 느낄 수 있다.

어른들은 16유로지만 65세 이상은 14유로, 3세 미만은 요금이 없다. 배를 타고나면 발길 닿는 대로 그저 돌아다녀도 예쁜 곳이 너무 많다.
의외로, 모던한 카페와 식당들이 꽤 많다는 점도 브뤼헤의 매력이다. 벨기에 북부는 플랑드르 지방이라고 해서 네덜란드어를 쓰고, 경제력이 프랑스어를 쓰는 남부보다 훨씬 뛰어난데, 북부에 속한 브뤼헤는 그래서인지 부촌의 느낌이 물씬 난다. 네덜란드 같은 느낌이 섞여 있지만, 벨기에 만의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은 브뤼헤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곳곳에 초콜릿집이며 카페며 기념품 가게며 아기자기한 상점이 많은데, 호객행위가 별로 없고, 자유롭게 구경하듯 다니면 두 시간도 훌쩍 간다. 돌멩이가 박힌 길 위로 젊은 여자 마부가 모는 관광용 마차가 지나갈 때면 길을 비켜주며 말과 거기 탄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부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문화적으로 더 가깝다 보니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 프랑스와 비슷할 거라는 편견이 단번에 깨진다. 오히려 북유럽 감성이 풍긴다. 실내는 단순하고 모던하며, 메뉴판이나 서빙 방식도 북유럽 카페들을 더 닮았다.
벨기에 브뤼헤의 매력
브뤼헤에 오면 와플도 놓칠 수 없는데, 특히 브뤼셀과 달리 모던한 방식으로 와플을 구워내는 Otto Waffle Atelier의 와플은 진심으로 추천. 밀가루를 쓰는 평범한 와플과 달리, 요즘 스타일로 건강하게 풀어낸 맛이다. 벨기에엔 정말 수많은 와플집이 있지만, Otto 와플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반죽이 약간 브라운색을 띤다. 코코넛과 귀리를 섞어서 그런 건데, 자칫 텁텁할 수 있는 와플맛이 건강하면서도 거친 질감이 살아있다.
여기에 초콜릿, 딸기시럽, 아이스크림같이 10개 이상의 토핑을 골라서 얹을 수 있다. 한 번에 총 6조각의 와플을 구울 수 있는 와플기계는 기하학문양을 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격자무늬가 아니라 기와의 옆면에서 볼 수 있는 동그스름한 무늬를 갖고 있다.

홍합탕도 먹어줘야 한다. 우리는 검색을 통해 구시가지 한 귀퉁이에 있는 소박한 식당 Delice Brugge에서 홍합찜을 먹었는데 벨기에에서 먹은 홍합탕 중 최고다. 아마 마늘이 들어간 버전을 주문해서 그냥 화이트와인에 찐 것보다는 훨씬 감칠맛이 났기 때문일까.
전통 벨기에 음식 중에 하나인 까보나드(Carbonade)도 엄청 맛있다. 비프스튜라고 하면 될 텐데, 야채를 오래 우려내 깊은 맛이 나서 속도 든든하고 영양가도 좋은, 서양식 소고기 찜이라고 할까?
구글 평점은 4.6이지만 5.0을 주고 싶은 정도로 훌륭한 식당.
현지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 이미 꽉 차니, 하나뿐인 서버가 혼자서 너무 바쁘지만, 단골들과 수다를 떨어가며
친절하게 서빙해주는 것도 좋다.

어느 계절에 가도 쉽게 흐리고 비가 올 수 있는 날씨인 브뤼헤. 이 날도 잠깐 비가 내렸는데 어느새 다시 해가 쨍하다. 여름에 가면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어스름도 깔리지 않아서, 낮이 연장된 느낌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겨울에 가면 훨씬 춥고, 해도 빨리 져서 고즈넉한 북유럽의 겨울 느낌을 원 없이 느낄 수 있다.
워낙 구도심이 작고, 밤이 되면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도시라, 우리가 떠난 밤 9시에는 주차장에 남은 차도 거의 없더라.
이날은 오전에 크노케 헤이스트에서 잔뜩 바람을 맞고 시작했었는데, 따끈한 와플에 운하 투어, 속 든든한 홍합찜과 까보나드, 맥주까지 걸치고 나니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브뤼헤는 유럽의 어떤 도시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독특한 플랑드르 지역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집결해 놓은 곳이니, 반나절에서 하루 꼭 할애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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