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이탈리아

[로마] 12월에도 따뜻했던 로마의 알찬 1박2일

Alice1911 2025. 1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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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겨울. 
갑작스럽게 1박 2일로 갔던 로마는, 처음의 설렘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시의 느낌을
오롯이 잘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떼르미니에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12월 초의 로마는 위도가 더 높은 유럽 도시들보다 확연히 따뜻했다. 나뭇가지에 파란 잎도 꽤 많이 붙어있고, 우중충한 북부의
도시와 달리 햇살이 내리쬔다. 두껍게 입은 겉옷 위에 둘렀던 목도리를 풀고, 휘파람 불며 가볍게 걷게 된다. 
 
이 호텔은 예전에 수도원이었던 것을 숙소로 개조했다고 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했다. 
이름이 Domus Australia. 도대체 숙소 이름에 호주는 왜 들어간 것일까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호주가톨릭 대주교구에서 운영하는데,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객들에게 편안하고 조용한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건립했다고 한다.
 

숙소의 안뜰


구조가 수도원이라 회랑이 그대로 있고, 안뜰에 테라스가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 가득.
1인 사용 객실로 예약해서 그런지 방은 좀 작았지만 어차피 하루 잘 거였고, 오히려 기숙사 같은 느낌도 있었다. 
 
여기서 트레비 분수까지는 2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나와 보르게제 공원으로 향한다.
따스한 햇살... 확실히 남쪽 도시인 로마의 특징이 드러난다.
 
걷다 보니 19세기 복식사를 담은 자그마한 박물관도 있어서 잠깐 들렀다. 20세기 아르누보 풍의 저택이 너무 아름다운데 작은 입구에 입장료도 적혀있고 뮤지엄이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아름다운 그림 속의 여인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도시로서의 로마가 주는 아늑함

 
이 뮤지엄의 이름은 Museo Bon compagni Ludovisi. 루도비시 가문의 저택에 이들이 기증한 가구며 의상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초상화 속의 여인은 당시 상류층 여인을 그린 것인데, 지금의 감성으로 보아도 너무 세련되고 우아하다. 복식들도 당시의 파티문화에 사용된 아름다운 드레스며 레이스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한 시간이 후딱 갔다.
 
뮤지엄 구경을 마치고 나와 좀 더 걸으니 보르게제 공원. 로마의 중심에 있는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동그란 모습의 이탈리아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더 나뭇잎이 푸르게 보인다.

보르게제 공원


보르게제 미술관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오늘은 저녁에 나보나 광장에서 약속이 있어서 아쉽지만 공원 한 바퀴 산책으로 마무리.

참고로 이 미술관, 너무 인기가 많으니 꼭 사전 예매를 하는 것이 좋다. 카라바조, 베르니니 같은 이탈리아 거장의 그림을 만끽할 수 있고, 내부도 엄청 아름답다니 꼭 들러보시기를.
 
나보나 광장으로 향하다 보면 판테온을 지나게 된다. 타짜 도르.라는 유명한 카페도 지난다.
"La Casa del Caffe Tazza d'Oro"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곳은 줄 서서 에스프레소 음료를 받아 가볍게 휙 마시고 가는 커피스탠드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앉아서 먹는 것과는 문화가 다르긴 한데, 어쨌든 이탈리아 커피는 맛있다! 
 
웬만한 카페에서는 원두에 따라 배전에 따라 좀 쓰거나 탄 맛도 나게 마련인데, 로마에서는 어느 곳을 들어가도 에스프레소가 부드럽고 고소해서 놀라게 된다. 가격이 1유로 짜리라 해도 맛의 퀄리티가 유지되니 그게 더 놀랍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를 적절히 섞어서 강한 맛과 부드러운 맛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점, 로스팅할 때 강배전으로 로스팅해서 깊고 단맛이 잘 우러나게 한다는 점, 로스팅 직후의 원두를 써서 신선도가 높다는 점... 이 모두가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시칠리아부터 로마까지 여러 다른 도시에서 커피를 마셔도 쓰거나 탄 맛 없이 고소하고 깊은 일정한 맛이 유지되는 것은 아마 커피에 대한 전 국민적인 기대치와 문화가 배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보나 광장 근처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저녁을 마무리. 식당의 이름조차 잊어버렸지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사람들 속에 파스타를 먹고, 또 에스프레소에 설탕 듬뿍 타서 티라미수에 곁들여 먹고 돌아오는 저녁은 충만했다. 어둑한 조명에 아늑한 대화가 있던 그 식당에서 치유를 받은 느낌이었다. 독촉을 하는 사람도 없고, 조명이 어두워 늘 마음이 바쁜 편인 나를 위안해 주는 것 같은... 
 

12월 로마의 어느 골목


로마는 판테온과 교황청, 포로로마노, 콜로세움 같은 유적 위주로 이미지가 남기 마련인데, 이번 여행에서 로마가 하나의 도시로서 마음속에 새로이 또 각인된 것 같다. 관광지로 알려진 일부 지역은 매우 사람이 많긴 하지만, 골목 뒤편으로 들어오면 로컬의 냄새가 확 풍기면서 조용해지고, 곳곳에 볼거리들이 숨어있어 도시로서 성숙한 곳임을 알게 한다.

쌀쌀하지만 우리나라나 유럽 북부와는 확연히 공기가 달라서 생각보다 겨울 여행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대도시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닐 곳 많고, 구글 지도로 가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장소에 관심이 생기면 방문해 볼 수도 있다. 물가도 유럽의 대도시인 것 치고는 저렴해서 마음이 편안하고, 시장에서 사 먹는 길거리 음식들로도 충분히 요기가 된다. 
 
로마 공항에는 연말을 맞아 여기저기로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탈리안 젤라토며, 슈크림을 넣어먹는 빵이며, 이탈리아 디저트로 배가 고플 틈이 없는 이탈리아 공항. 로마의 이번 기억은 참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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