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에는 대도시가 없다. 하지만, 느린 흐름으로 여행하는 추세인 유럽 사람들에게는 우리로 치면 이런 '시골'에 진짜 여행의 행복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주변에 물어봐도, 굳이 대도시에 비행기를 타고 가서 관광지에서 줄 서다 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나도 한국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유럽 스타일로 여행해보는데에도 점점 관심이 생긴다. 유럽 내 비행기 이동이 꽤 피곤한 일인 것도 이유중의 하나다. 탑승 시간 2시간 전에 가도 불안해서 2-3시간 전에 가서 기다리는 일도 그렇고. 생각보다 연착, 연발도 많다.
코로나가 풀리고 초기에는 공항 스태프들이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지금도 그렇단 거다. 암스테르담 공항, 프랑크푸르트 공항같은 큰 공항들은 한참 전에 가도 짐이 무사히 비행기에 들어가는데만 3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가급적 비행기를 안타고 싶어진다.
부르고뉴 여행의 매력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자동차 여행이 더욱 끌리던 와중에, 꼭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부르고뉴 여행은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부르고뉴, 영어로는 버건디(Burgundy) 지역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로망이 꽤 큰 것 같다.
예를 들면 "A year in the world" 라는 미국 여행작가의 책을 보면, '본(Beaune)' 같이, 알려지지 않은, 구불구불한 거리, 지붕도 경사가 높고 이끼가 덮여있는 시골에서의 감흥으로 가득하다.
프랑스 중세부터 있던 마을들이 이제는 개성가득한 마을로 거듭나고 있는데, 장터에만 가봐도 신선한 농산물에 아티장 치즈(Artisan Cheese), 그러니까 대규모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 농장에서 자부심을 갖고 만들어낸 수제 치즈들이 가득하단 거다. 치즈에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유럽에 살다보면 눌러놓은 공처럼 묵직한 외양에 노란 색의 강도가 다른 오묘한 색감의 수제 치즈들을 접할 일이 꽤 많은데, 먹기 전에 이미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심지어 디저트로 여러 종류의 치즈들을 슬라이스해서 내놓으니, 그만큼 맛이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얘기일거다.
부르고뉴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도시가 오세르(Auxerre), 디종(Dijon)같은 좀 큰 도시들, 그리고 그 주변에 몽바흐(Monbard) , 본 같은 좀 더 작은 도시들이 있다. 숙소 가격을 생각해도 작은 도시에서 자고, 큰 도시는 구경을 하는 동선이 더 낫다. 오세르 만 해도 왠만한 숙소는 200유로가 넘어가지만, 내가 예약한 몽바흐의 La buffonniere 같은 숙소는 겨우 90유로면 50제곱미터 규모의 넓은 아파트를 빌릴 수 있다.
프랑스 시골에 가면 있는 전형적인 목조, 석조 주택에 묵으면서 쉬는 컨셉. 꼭 봐야하는 랜드마크도 없고, 그냥 천천히 밥 먹고 숙소의 정원에서 아이들과 뛰어놀 수도 있고, 마을 중심부에 가서 식당 순례를 해도 좋겠다.
프랑스 북쪽에서 부르고뉴를 가려면 '랭스(Reims)'로 대표되는 상파뉴(Champagne) 지역을 거쳐서 내려가야 한다. 상파뉴 지역이 바로 샴페인의 원조인 곳이다. 상파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샴페인.
지도에서 보면 상파뉴에서 부르고뉴로 넘어오면서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토양도 달라져서 부르고뉴 와인이라는 다른 품종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한다.
와인을 잘 모르지만, 프랑스의 넓은 시골 지역이, 토양과 햇빛, 온도에 따라 다른 맛의 포도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찾아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특정 품종의 와인을 잔뜩 마시려고 그 지역에 가서 며칠을 보내고 온다는 사실이 알수록 매력적이다.
부르고뉴를 한국에서 오려면 파리에서 차를 렌트해서 오는게 제일 좋다.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디종 같은 지역 도시에는 공항이 없어서, 차를 운전해야 하는 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이 동네의 숨겨진 곳곳을 둘러보는 데에는 자동차가 편리하고, 포도밭이 한창 영그는 계절에는 와인도로 라는 이름이 붙은 풍경이 엄청 아름답다고 하니, 수고를 무릅쓰고 여행할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아직도 먼 5월의 숙소들을 예약하고 그 지역을 공부하면서, 벌써 마음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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