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거주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마리나 지역, 퍼시픽 하이츠라 불리는 북쪽 동네이다.
기라델리 스퀘어, 피셔맨즈 와프 같은 관광지도 많지만, 북쪽 해안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소소하게 가볼 만한 곳이 너무너무 많다.
마리나 지역(Marina District)은 금문교가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를 바로 앞에 낀 우리로 치면 반포 한강 지구쯤 되는 주택가이다. 브런치집들이 늘어서 있지만 엄청나게 세련된 느낌의 서쪽 마리나에서, 피셔맨즈 와프 쪽으로 가면 점점 고전적인 미국 해변의 랍스터집과 사우어도우를 파는 관광지 느낌으로 바뀌는 게 재미있다.
샌드위치를 사서 마리나 쪽 해변에 그냥 앉아 시간을 보내도 되고, 넓은 잔디밭에는 축구나 프리즈비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 년 내내 덥기보다는 서늘한 쪽에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지만, 어쨌든 맑은 날은 쾌적하게 운동하기에 좋다. 아직도 아련하게, 먹을 거 싸들고 주차장에 차 세우고 공원에 앉아 한참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이 동네에 여행을 왔다면 또 그렇게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데, 강추하는 곳은 Palace of Fine Arts.라는 문화센터. 마리나 지역을 걸어서 한참 보고 싶다면 차를 팰리스오브파인아츠에 세우고 돌아다녀도 된다.
여기엔 재미있는 히스토리가 있는데, 원래 이 팰리스 건물은 1915년 세계 엑스포를 위해 지은 구조물인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철거를 하지 않고 있다가, 1960년대에 대거 리모델링을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실제로 보면, 마치 고대 신전을 재탄생시켜놓은 것처럼 웅장한 스케일로, 이 구조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잘 왔다! 생각이 든다. 좋은 점은 이곳이 주택가에 붙어있으면서 또 큰 호수를 끼고 있어서, 호수 따라 한 바퀴 돌면, 단정하고 쾌적한 샌프란시스코의 부촌 지역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
한 가지 조심할 건 이 지역이 안개가 많이 끼는 지역이라, 추운 날 오면 거의 비 수준의 안개를 접하고 뷰도 막힐 수 있다는 건데, 샌프란시스코의 북쪽 지역의 특성이며 정취라고 할까. 비옷을 하나 지참해 다니면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와 더불어, 이 동네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 기라델리 스퀘어(Ghirardelli square).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가게인 기다델리 초콜릿의 팩토리 겸 전시장이다.

아까 말했던 마리나 지역을 관통하는 해변도로인 마리나 블루바드가 끝나는 지역에 맞닿아 있다. 20세기 미국 동부의 벽돌로 지은 공장처럼 생긴 건물에, 번쩍번쩍 기라델리 스퀘어라고 적혀서 멀리부터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아이들 데리고 오면 딱 좋아할 것 같은 공장. 초콜릿을 파는 상점부터, 카카카오에서 초콜릿이 되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 재미있다. 수없이 이곳에 방문했지만, 이곳에선 초콜릿 선데를 먹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랄까. 엄청 달고 당이 치솟는 맛이지만, 아이스크림에 초콜릿과 쿠키를 얹어서 주는 고전적인 메뉴는 거부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바나나스플릿도 좋다. 크림과 아이스크림과 너트류를 바나나 위에 뿌린 역시 고전적인 메뉴. 커피 종류도 다 맛있고, 각종 플레이버의 예쁜 포장의 초콜릿을 골라서 선물로 사 오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기라델리 스퀘어에서 잔뜩 먹고 나오면 피셔맨즈 와프까지 산책 삼아 걸으면 된다. 해변은 꽤 아름답다. 왼쪽 저 멀리 금문교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샌프란시스코를 북캘리포니아 내륙으로 잇는 베이브리지가 보여서 그것만으로도 낭만이 넘친다. 피셔맨즈 와프는 말 그대로 옛날 선원들이 정박하던 부두로 아주 오래전부터 상업지역이 발달해 있다.
요즘엔 카페부터 인테리어용품, 디퓨저, 수제 비누 등등 다양한 제품을 파는 샵들이 늘어서서 구경만으로도 재미있다.
그 유명한 크램차우더와 사우어도우 빵도 이 동네에서 먹으면 된다. 크램차우더는 "Pier market seafood restaurant"같은 부두에 바로 붙은 건물 식당에서 먹어도 된다. 여기서 피시앤칩스나 프라이드 칼라마리 같은 메뉴랑 같이 먹으면 최고. 비싸지만 양도 많아서, 여럿이 가서 먹으면 더 좋다.
Pier Market Seafood Restaurant https://g.co/kgs/W3Lkbfw
북쪽 지역만 보는데도 하루를 족히 쓸 수 있을 만큼 볼 게 많다. 주택가를 걷기만 해도 좋고 바닷가를 따라먹고 마시며 놀수도 있다. 언제 가도 좋은 나의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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