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교 투어를 다니러 스탠퍼드에 오거나, 그냥 샌프란시스코 여행 겸 왔다가 스탠퍼드대도 들르거나. 나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잠깐 일을 해서 이 동네가 친숙해진 케이스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여행을 왔다면 스탠퍼드 대학교는 놓치기 아까운 명물이다.
학교가 명문인 것을 떠나, 건축적으로나 위치나 날씨, 바로 이어지는 팔로알토 다운타운까지도, 볼 것이 많고, 특유의 정취가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차로 30분쯤 남쪽으로 내려오면 El Camino Real이라는 국도를 타고 스탠퍼드에 오게 된다. 엘 까미노 레알의 왼편으로 캠퍼스가 펼쳐진다. 학교로 진입하는 도로의 양옆으로 키 큰 야자나무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원래도 명문이었지만, 이곳 졸업생들이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사업가가 되어 기부하고, 다시 그 기부금이 학교를 더 명문으로 만드는 선순환으로 인해, 학교는 점점 더 많은 건물을 짓고, 우수한 학자들을 데리고 오고, 학교 재정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고 한다.
스탠퍼드 정문을 지나면 바로 타원형의 긴 드라이브가 있고, 여기를 오벌(Oval)이라고 부른다. 오벌을 기점으로 넓은 직사각형의 캠퍼스가 펼쳐진다. 걸어서 다니려면 한 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할 만큼 캠퍼스가 크기 때문에, 캠퍼스 분위기를 느껴보는 게 주목적이라면 오벌에 차를 세우고 학교 건립 때부터 있었던 쿼드 주변을 거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학교 제일 중앙에 있는 학생 식당, 그리고 스탠퍼드 서점은 강추한다. 하얀색과 붉은색의 학교 상징이 들어간 후드티며 후드점퍼 같은 기념품이 꽤 괜찮고, 가족 단위로 하나씩 입고 나오는 것도 기념으로 좋기 때문이다. 서점 안에 같이 있는 카페에서 페이스트리와 커피를 사서 책 읽으며 한 시간쯤 보내는 것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수 있다.
스탠퍼드 정문에서 나와 그 도로 그대로 진행하면 팔로알토 다운타운이 나온다. 팔로알토는 이 동네에서도 손에 꼽는 부촌인데, 스페인식 주택들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선 아름다운 마을. 학군도 좋고, 치안도 좋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거주지로 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의 마을이지만, 팔로알토 다운타운의 메인 스트릿 주변에는 식당이며 카페며 다 괜찮은 곳들이 많아서,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우리에게도 이제 친숙한 블루보틀이 2017년에 생겼지만 이 동네는 진작부터 맛있는 커피 집들이 몰려있던 곳이다. 예를 들어서 Coupa cafe는 벌써 20년이 훨씬 넘은 역사를 자랑한다. 스탠퍼드 캠퍼스 안에도 있고, 팔로알토 점도 늘 인기가 많다.
Philz coffee는 2010년대 중반에 생긴 후발주자이지만, 터키식 커피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 탓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지금 현재 제일 핫한 곳은 Verve coffee roasters인데, 그래서인지 늘 사람이 많다고 한다.

최근 몇 년은 못 가보았지만, 나에겐 쿠파 카페가 추억의 장소이고, 블루보틀도 역시나 좋아한다. 이 동네 블루보틀은 왠지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로 출근할 것 같은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들이 너도나도 랩탑 하나씩 놓고 앉아 조용히 자기 볼일을 보고 있는 것이, 무언가 제대로 미국 서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한국 블루보틀도 물론 너무 맛있지만, 블루보틀만큼 제대로 하는 커피 집이 너무 많이 생겼고, 삼청동이나 성수동 같은 일부 매장을 빼고는 그 특유의 감성을 살려내기가 너무 어렵다는 느낌이 있다.

팔로알토에서 즐겨가는 Tamarine이라는 베트남 식당 역시 20년이 훌쩍 넘었다. Il Fornaio 같은 이탈리아 식당도 오랜 세월을 같은 자리를 지킨 식당이다. 미국 서부의 특징은 유난히도 주말 오전의 브런치를 즐긴다는 것인데, Palo Alto Creamery 같은 브런치 식당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동네 여행 때 유의할 것은 팔로알토의 호텔들은 무지하게 비싸다는 것이다. 1박에 300불대 중반을 훌쩍 넘는데, 다른 동네와 달리 5월, 9월 같은 개강, 졸업 시즌이 특히 더하다.
겨울이 되면 200불 언더로 떨어질 때도 있고, 미국 서부의 12월은 비가 많이 와서 그렇지 온도는 10도 후반으로 비교적 따뜻하기 때문에, 겨울에 오는 것이 다니기에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 Westin palo alto 같은 5성급 호텔도 이 시즌에 오면 합리적인 가격에 묵을 수 있다.
팔로알토에 굳이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의 3-4성급 호텔을 잡고, 차로 스탠퍼드와 주변 동네를 다녀오는 방법도 괜찮다.
샌프란시스코 쪽에서 3일을 보낸다면, 스탠퍼드 주변, 그리고 산호세, 팔로알토 까지 하루면 볼 수 있으니 하루 정도 할애하는 것도 괜찮다.
이왕 대학 투어로 오는 거라면 공항에서 더 북쪽으로 가야 하는 버클리대도 있는데, 스탠퍼드대와는 딴판인 분위기라 또 하루가 더 필요하지 싶다.
이래저래 일주일은 꽉 채울 수 있는 베이 지역. 또 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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