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사이프러스

[사이프러스]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 사이프러스(2)

Alice1911 2023. 5. 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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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서 좀 쉬며 보냈던 사이프러스의 둘째날을 뒤로 하고, 셋째날은 버스투어로 아침 일찍 서둘렀다.

호텔 앞에서 픽업되어 섬이 분단되어 있는 지점에 있는 니코시아와 산악 지역, 그리고 섬의 서남쪽 중심지인 리마솔까지 돌아보고 다시 섬의 동남부 해안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보통 8시간 정도 걸리는 이 버스투어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버스가 쾌적하고, 가이드가 안내도 잘 해주며, 개인 시간도 점심시간 근처에 2시간 가까이 준다.

길게 렌트해서 완전히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 이런게 아니라면 하루이틀은 이런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느 것도 효율적인 것 같다.

그래도 버스를 오래 타서 아이가 잘 적응할까 걱정이 있긴 했는데, 중간중간 내리는 곳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잘 있어 주었다.
 

투어 전 숙소 수영장


첫번째 내린 곳은 니코시아(Nicosia). 남북으로 갈라진 검문소도 잠깐 보고(검문소도 유효한 여권이 있으면 통과해서 반대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작은 시내도 한바퀴 구경하라고 1시간을 줬다.
 
그 다음으로는 꽤 달려서 섬 중심부 산악 지대에 있는 교회로 가게 된다. 한 시간 정도 계속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데, 색감이 독특하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끄럽고 부드러운 하늘과 숲의 느낌.

약간 바랜듯한 녹색의 색감이 자꾸 셔터를 누르게 한다. 교회로 가기 전 식사를 하라고 식당에 내려줬는데, 고원지대여서인지 바람도 쾌적하고, 홈메이드 느낌의 사이프러스 전통 음식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panagia 가는길

사이프러스 여행, 아름다운 지중해 마을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Holy Church of Panagia of Asinou 라는 그리스 정교회에 도착했다. 12세기 비잔틴 프레스코화들이 아직도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교회의 규모는 자그마했지만, 천장과 벽의 그림들이 그 색감이나 형태가 아직도 너무 생생해서 한참 동안을  멍하니 바라봤다. 예전에 터키의 로마 유적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시간과 문화의 장엄함이 그대로 느껴졌던 교회 안.
 
이 교회를 보니 몇년 전 북사이프러스에서 가봤던 벨라파이스 수도원(Belapais monastry)이 생각난다. 수도원의 회랑과 조용한 분위기, 활짝 피어있던 오렌지 나무들이 환상적이었던 잊을 수없는 그곳.
 
당시에는 터키에서 북사이프러스를 갔던 거라, 섬의 남부는 마치 휴전선 너머의 그곳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었다.
 

교회 앞뜰


그런데 막상 섬의 남쪽에 와 보니 기대보다는 발전된 느낌이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쪽이 터키령이고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제재도 받고 있다보니 왠지 뒤쳐진 것이라고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이 작은 섬에, 남북이 나뉘어도 아름다운 산세나 천년 문화 유적이 다를게 뭐란 말인가.
 
유럽 본토의 시내 중심부에 있는 유적들에 비하면 규모가 아담하고 작을 수는 있는데, 이 아름다운 지중해 섬에서 천 년 세월을 견딘 유적들은 깊이와 이국적인 느낌이 훨씬 배가되는 것 같다.
 
수도원에서 나와 인근의 라니아(Lania) 마을을 잠깐 돌아볼 자유시간이 있었다. 이 마을도 참 이쁘다. 산토리니 처럼 벽은 하얗게, 대문들은 하늘색, 파란색으로 깔끔하게 도색을 했다.
 

중간중간 오렌지 나무와 레몬나무들이 가득한, 전형적인 지중해 마을. 27도 근처의 따끈한 날씨에 마을을 구경하다보니 덥도 하고 슬슬 버스로 돌아기야 하긴 했지만, 사이프러스 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라고 하면 이런 라니아 마을이 떠오를 것 같다.
 
섬 투어를 마치고, 리마솔 해변에 잠시 들렀다. 이곳에도 카페 네로(Caffe Nero)같은 유럽 체인들이 들어와 있다. 항구는 많은 유럽 항구들이 그렇듯 하얗고 매끈한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벌써 요트를 타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이제 다가올 여름을 기다리는 설레는 4월말의 바다는 연녹색으로 빛난다.
 
리마솔에서 숙소가 있는 동쪽 해안까지는 거의 1시간이 걸린다. 생각보다 섬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에 오면 섬 중심부에 있는 유적들을 좀 더 둘러보고 싶었다. 해변에서 쉬기만 하면 사이프러스 섬이 가진 깊고 넓은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꼭 또와보고 싶은, 매력이 넘치는 섬, 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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