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슬로베니아

[블레드] 블레드 호수의 여름

Alice1911 2022. 9. 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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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드 호수, 하면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아름다운 성당을 가진 섬 사진이 떠오를 것이다. 동유럽 여행의 떠오르는 강자인 슬로베니아는 수도 류블랴나보다 블레드 호수가 더 유명하다.

호수와 성모승천성당


슬로베니아 여행 일정


나 역시 그랬고, 블레도 호수를 보는것이 이번 일정에서 슬로베니아를 포함시킨 큰 이유이기도 했다.

류블랴나에서 하루 묵고, 비엔나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50분쯤 달려, 드디어 블레도 호수에 도착.

어, 여기 생각보다는 그냥 관광지 호수 정도의 느낌인데? 하는 아주 살짝의 실망감도 있었다.

엽서에서 보던것보다 호수 전체의 면적이 컸고(아마 한바퀴 걸어서 돌려면 1시간 이상이 걸릴듯했다), 엽서 속의 섬은 호수 끝쪽에 아주 작게 붙어있어서 외부 도로에서 호수에 진입하는 중심부에서는 꽤 멀리 보이기 때문에, 확 와닿는 느낌이 좀 약했던 때문이 아닐까.

차양을갖춘 나룻배


어쨌든, 호수 입구로 가자마자 섬에 들어가는 나룻배 표를 샀다. 인당 12유로. 싼 가격이 아니지만 거리가 꽤 멀어보이는데 모터 보트가 없고, 사공 한명이 25명 정도를 태우고 노를 저어서만 이동하는 구조이니 이정도 노동에 대한 대가라면 아깝지않다 싶었다.

자세히 보면, 호수 전체에 모터보트가 아예 없다.
그에 대한 설명이 따로 적혀있는곳은 없었지만, 아름다운 물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기계모터를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알프스 여름 여행


블레드 호수는 알고보면 사실 알프스 산맥의 언저리에서 흔히 볼수있는 석회질이 많이 섞인 푸른빛의 호수중에 하나이다.

슬로베니아는 오스트리아보다 더 동남쪽이어서 알프스에선 그만큼 더 멀고, 그래서 블레드 호수의 뒷편으로 보이는 산맥들도 아주 높지는 않지만, 이 고려청자색에 가까운 물빛은 알프스 산맥 자락에 있는 호수들이 갖고 있는특징인듯하다.

섬까지는 거의 25분이 걸렸다. 커다란 노를 천천히 저으며 이동하는데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도 사공 아저씨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다.

노젓는 신사


멋진 파나마햇을 쓰고 반바지를 입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고요히 배를 저어간다.

7월말의 꽤 무더운 날씨였지만, 아이들도 꽤 탄 보트는 큰 소동없이 섬의 선착장에 도착.

섬은 아주 작은 크기로, 성모승천성당이 있는 언덕쪽으로 경사자가 져서 한바퀴 돌고나면 머물곳은 성당 앞 광장밖에 없다.

이 절묘한 위치를 놓칠리 없이, 광장에는 젤라또 부스가 있어서, 긴 줄이 있다.

나룻배는 40분의 시간을 줬는데, 한바퀴 돌고 젤라또 먹고 기념품 가게에서 이것저것 보다보면 빠듯한 시간이다.

섬에서 바라보니, 호수의 주변을 따라 트래킹하는 사람들도 꽤 많고, 호숫가에서 자리를 펴고 피크닉중인 사람들도 많다.

딸기 젤라또 사서 잘 먹고, 배를 타러 내려간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봤던 아름다운 물빛에 초록 나무가지가 드리워져 여름의 기분을 돋구는 산책길.

다시 배를 타고, 25분의 시간이 지나고, 호수 언저리 선착장에 내렸다.

블레드 호수에 오면 할 것은 딱 두가지. 성모승천성당이 있는 섬에 다녀오는것과, 호수언저리, 높은 절벽위에 있는 블레드 성을 보는것이다.

블레스 성으로 걸어가다보니, 언덕이 시작되는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케이블카가 당연히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없었다.

걸어서 20여분 올라가면 되겠지만, 오늘아침에 본 류블랴나 성이랑 뭐 크게 다를까? 싶기도 하고, 일단 날이 너무 덥도 지쳐서, 포기하기로 한다.

호수아래에서 본 블레드성


11세기부터 역사에 등장한 성이라는데, 올라가면 호수 전체를 조망할수있겠지만, 그래도 포기했다. 그만큼 덥고 지치는 오후였다.

오히려 선착장 주변에는 카페와 식당들이 많았는데, 한 카페에 들어가서 먹었던 블레드 호수의 특산품인 크림 케이크(Kermsnita)가 맛있었다.

그냥 스폰지 케이크 위에 크림과 페이스트리 층이 있고 슈가파우더가 뿌려진 것이었지만, 이 지역 고유의 레시피로 만들었다고 한다.

기념품 가게들은 은근히 제대로 만든 귀걸이며 예쁜 악세사리, 동유럽 와인들, 그릇 종류까지 구경할게 많았다.

더위도 좀 식히고, 이제 다시 비엔나로 가는길.

슬로베니아에서 가장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블레드 호수와 성이지만, 그 유명세에 비하면 사람에 치일만큼 많지는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여름 한복판에 온 블레드호수는, 눈덮인 겨울의 블레드와는 또다르겠지.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도 그랬었다.

블레드호수의 물빛


이번 여행에서 슬로베니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현대적이고, 물가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활력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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