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스위스

[피르스트] 액티비티의 천국 스위스 피르스트

Alice1911 2024. 3. 1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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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겨울 스위스 여행. 자동차로 남으로 달려 스위스 중심부에서 약간 동북쪽에 있는 루체른에서 1박 하고(루체른 이야기는 따로 하나로 다시 올게요) 리기산에 올라갔다 온 다음 저녁때가 되어서야 인터라켄 오스트로 향했다. 
 
인터라켄은 동쪽의 오스트역과 서쪽의 웨스트 역이 있는데, 규모도 웨스트가 훨씬 크고 인터라켄 도시의 중심은 웨스트지만, 오스트는 주로 융프라우, 피르스트 같은 산 위의 목적지를 갈 때 출발 지점으로 이용된다.
 
밤에 도착해서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고 일단 잤는데, 아침이 되니 창밖으로 눈 덮인 알프스 산자락이 바로 보이네. 이것이 바로 스위스구나.

인터라켄 에어비앤비


우리 에어비앤비는 어두운 색 통나무로 만든 목조 가옥에, 주변도 온통 농가이다. 에어비앤비 이름도 The old Farmhouse라고 명패가 붙어있다. 주소는 Kupfergasse 33, 3800 Matten. 전통 농가를 개조해서 안은 아주 쾌적하고 부엌 도구도 조리해 먹기 좋게 다 갖추어져 있다.

거실에선 넷플릭스에서 스머프 디지털 버전 찾아 아이에게 틀어주고, 부엌에서 coop에서 사 온 야채랑 파스타면으로 파스타도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국이며 추어탕도 냄비에 부어 햇반 데워 먹었는데, 뭔가 아늑하고 진짜 내 집 같아서 3박 내내 마음에 들었다.

이 숙소 강력 추천! 에어비앤비에서 Matten bei Interlaken (호스트 : Samuel)로 검색하면 나와요.  
 

피르스트 곤돌라, 플라이어, 글라이더


얘기가 좀 샜지만, 인터라켄 숙소로 옮기고 그 다음 날은 피르스트에 올라가기로. 원래 계획은 피르스트가 각종 액티비티 하기에 좋다고 하니 우리도 액티비티를 해보자는 거였다(결론적으로 5살인 아이는 라이더를 탈 수 없는 나이와 키였지만, 이거보다 눈썰매 너무 재밌게 타서 스위스 여행 중 최고였단 날!). 
 
10년 전에 오긴 했어도 융프라우로 직행하는 바람에 피르스트는 전혀 가볼 생각도 못했었다.

피르스트 가는 곤돌라


그래서 그런지 피르스트 가는 오늘은 은근 스위스에 처음 온 양 설레었다. 오스트 역 안에 들어가 융프라우 vip 패스 3일권을 샀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숙소에서 인터라켄 오스트 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버스타도 기다리는 시간 합치면 걷는 거랑 비슷한 경우가 많다) 걸리고 하니 결국 낮 12시경 기차를 타고 그린덴발트로 올라가게 되었다. 목초지에서 소들이 뛰어노는 저지대에서 점점 기차를 타고 고도가 높아지며 눈 덮인 암벽이 펼쳐지는 이 풍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스위스 가면 어디가 제일 좋냐라고 물으면 나는 그린덴발트라고 하겠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2월 중순인데도 바깥 기온이 10도가 넘어 아래쪽 마을은 전혀 춥지가 않았다. 인터라켄 오스트 역 앞에 있는 커다란 coop에 가서, 컵에든 커피도 사고, 바나나랑 과자도 좀 사고, 소풍 가는 기분으로 기차에 올라탔다.

그린덴발트까지는 35분. 사실 터미널 역에 내리면 피르스트 가는 곤돌라를 더 쉽게 탈 수 있는데, 우리는 터미널 역을 패스해서 그린덴발트 역까지 가버렸다. 
 
여기 내려서 노란색 마크가 있는 버스를 타면, 2분 정도면 곤돌라 탑승장소에 도착한다. 곤돌라 종류는 vip 패스와 같이 주는 스키패스 같은 걸 찍어야 녹색불이 들어온다. 처음에 이걸 몰라서 계속 개찰구에서 에러가 났는데 패스 자체가 아닌 스키패스를 대야 개찰구가 열리니 참고하세요~
 
곤돌라를 타고 고도가 훌쩍훌쩍 올라가면서 눈앞에 눈 덮인 산과 마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니 너무 신났다.


이걸 보려고 7시간이나 운전을 해서 왔구나 하는 보람이 느껴진달까. 
 
사실 곤돌라를 타는 시간이 45분이나 된다고 해서 왜 그렇게 오래 타나 했더니, 피르스트 정상까지 이 곤돌라를 타고 가는 거였다. 스키 타는 사람들을 위한 이동수단인 거다. 중간에 역사가 4군데 정도 있는데 계속 스키어들이 탔다 내렸다 한다. 고도가 높아지니 점점 목가적인 마을은 사라지고 눈에 덮인 능선이 발아래 깔린다.
 
고도 1천 미터가 넘어가니 살짝 무서운 마음도 드는데 그만큼 고도가 높다는 뜻이다. 약간 가슴이 선득선득 무서우면서도 눈앞에 이런 드라마틱한 광경이 펼쳐지며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짜릿하기도 했다. 
 
한참을 타고 올라가 드디어 피르스트 종착역에 도착. 여긴 그야말로 눈밭이다. 
우선 아이거북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야 하는데, 이 전망대 가는 길, 정말 무섭다. 
 
아래쪽은 그야말로 낭떠러지고, 암벽 옆쪽에 고정장치를 걸고 그 위에 연결된 나무다리를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우리 집 5살짜리는 아무 고민 없이 뛰어서 다리를 건너가니 엄마가 안 따라갈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발을 뗀다.

스키타는 사람들


벌벌 떨며 5분 정도 넘어가면 전망대가 보인다.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서로 찍어주는 훈훈한 풍경. 발아래가 낭떠러지인 것도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부탁해서 세 명 가족사진까지 찍고, 드디어 아래에 바위와 흙이 있는 지점으로 건너오니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전망대 휴게소에서 간단히 뭐 좀 먹고 숨을 돌린 다음, 본격적으로 아이 눈썰매를 빌려 타려고 대여소에 갔다.
 
하아. 그런데 마지막 대여시간인 3시 45분을 이미 지나 안된다는 거다. 겨우 10분 지났는데 좀 빌려주면 안 되냐 하니, 주인장이 정색하며, 이게 그렇게 봐줄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대여시간을 넘겨 썰매를 빌려주고 만약 안전사고가 나거나 구조대가 출동해야 하면 그 구조대도 퇴근 시간이 뒤로 늘어나거나 최악의 경우 구조할 인원이 퇴근해 버려서 없을 수도 있는데 그럼 이 높은 지점에서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거냐라고 했다.  
 

휴게소에서 보이는 아이거빙벽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
결론적으로는 플라이어와 글라이더 모두 못 탔지만 9프랑짜리 플라스틱 썰매를 빌려서 결론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잘 탔다. 그 얘기는 바로 이어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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