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알프스 풍경을 머금은 잘츠부르크

Alice1911 2023. 2. 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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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정원에서 바라본 호수와 알프스산


오스트리아 최고의 여행지


아침에 눈을 떠, 숙소 건물 밖으로 나오니, 세상에 이게 무언가.

우리 호텔의 이름은 Hotel Schloss Leopoldschron.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 되었다 해서 큰 감흥없이 예약을 했더랬다. 어제밤 숙소에 체크인 할때는 가로등 하나없이 깜깜해서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이런 절경이 눈앞에 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

호수가 바로 앞에는 아주 오래된 대리석으로 사자 조각상이 서있고, 그 뒤편으로 호수와 알프스 산맥의 한자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사운드오브뮤직은 무려 1969년의 영화, 50년이 넘은 작품인데, 영화에 등장하는 대리석 사자조각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자세히 보면 조각상 주변의 디테일은 조금 변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조경이 그대로이고, 강 건너의 5층규모 하얀 빅토리아시대 건물도 영화속 모습 그대로이다.

잘츠 시내 쇼핑거리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수십년동안 변함이 없는 모습. 일정한 수준의 삶의 방식이 자리잡히고 나면 그뒤로는 그 방식대로 여유있게 살아간달까.

산 위엔 아직 눈이 보이고, 아이에게 누빔바지를 입혀야할 만큼 추웠지만, 호수가 높은 느티나무에 매달린 그네에 아이랑 같이 타서 고즈넉한 주변을 구경할 수 있는건, 예상치 못한 사치와 여유였다.

호수주변 풍경

조식을 먹는곳은 옆 건물인데, 서재로 썼던것인지 커다란 서재가 여러 곳 있었다. 조식먹는 다이닝 공간은 세로로 긴 창이 나있고, 창 너머로 밖에서 보았던 호수와 산 뷰가 꽉 차게 들어온다.

조식먹은 곳은 이런 뷰


풍경을 먹는건지 오믈렛을 먹는건지 몽롱한 가운데, 아침을 먹고, 호텔 내를 한바퀴 돌았다. 호수 전체 둘레길을 걸으려면 1시간가까이 걸릴 것 같았지만,
잘츠부르크 시내를 봐야해서 20분정도만 걷고 돌아왔다.

호텔 입구

물론, 겨울이 끝나가는 아직은 추운 계절, 숙소에 계속 있어도 딱히 소일거리가 없기는 하다. 잘츠 시내에 대한 기대감도 컸고, 숙소에서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어서 올라가보고싶게 만들기도 했고.

미라벨 정원으로 얼른 이동했다. 17세기에 지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19세기에 복원된 모습. 워낙 아름답게 조성된 곳이라 여름엔 공연이 많이 열린다는데, 때가
아무래도 겨울이라 여름의 이미지에서 보던 것같은 화려한 색감은 없다. 하지만 저 멀리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보이는 모습은 꽤 장엄하다. 여름이었으면 아마 18세기로 돌아가 그시대 사람들처럼 이 도시의 낭만을 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시내는 크지 않았지만, 모짜르트 생가부터 어디든 가면 들르는 스타벅스도 잠깐 가고, 소세지도 사먹고 나름 바쁜 일정이다.

호수 건너편 성이 보인다

다만 호엔잘츠부르크 성까지 올라가면, 중세의 성 내부가 그렇듯,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마을의 평범한 모습이긴 하다. 2월말의 찬바람에 움츠러들어 생각보다 오래 있진 못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잘츠부르크는 로마 시대부터 소금을 채취해서 잘차흐 강을 통해 수송했던 도시라, 사람이 산 역사가 깊다. 그러던 도시가 유명해진건 모차르트의 출생지여서도 있겠지만, 현대애 와선 뭐니뭐니해도 사운드오브뮤직의 촬영지로 알려져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게 된것이 더 직접적인 계기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에는 우리가 흔히 웨하스라고 부르는 "Manner" 웨이퍼가 곳곳에 보이는데, 흔히 보는 헤이즐넛 크림이 아닌 레몬 크림이 들어간 웨이퍼가 유난히 맛있어서, 보이면 잔뜩 사오곤 한다. 잘츠부르크 시내에도 레몬맛 매너 웨이퍼를 여러곳에 판다.

오스트리아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오랫동안 뿌리내린 곳이라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토지나 저택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세금이 높은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잘 형성되어있다고 한다.

미라벨 정원


그래서 그런지, 잘츠부르크라는 도시 자체가 여유가 넘쳐 보인다고 해야 할까. 비엔나보다 규모는 작지만 화려함이나 생동감에서는 못지 않은 곳이다.

레오폴드스크론 호텔에서 받은 감동이 너무나 커서인지, 잘츠의 우아한 시내가 여유를 주었기 때문인지 몽글몽글, 설레고 따뜻한 기분으로 잘츠를 누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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