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비엔나 근교 여행지, 할슈타트

Alice1911 2022. 8.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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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근교 일정 


할슈타트로 가는길. 엽서같은 마을의 풍경을 보고 이곳에 오기로 한 사람이 많은것처럼 나도 이 길이 설레인다. 비엔나에서 할슈타트로 가는건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지방의 초입에서도 꽤 들어가야해서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에 걸쳐져 있는 알프스 산맥의 오스트리아쪽 풍경을 볼수있는 곳.

잘츠카머구트로 가는길, 수시로 고산지역을 넘는지 귀가 멍멍하다가 괜찮아졌다를 반복하는데, 어느 한 굽이를 넘으니 아래쪽으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거의 40분 정도를 더 들어가야, 우리가 알고있는 할슈타트 마을이 나타난다.

교회주변 포토존



기차를 타고 오면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인 교회와 호수 반대편에 정차역이 있고, 거기서 보트를 타고 교회앞의 선착장으로 들어오는데, 비엔나에서 세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 올 수 있어서 기차로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2월말, 유럽의 따뜻한 곳들은 이미 봄기운이 느껴지지만, 이곳은, 산등성이들이 햇빛을 가리고 있어, 호숫가 주변 마을은 아직도 지붕에 눈이 쌓여있고, 영상 5도-10도를 오가는 쌀쌀한 겨울 느낌이다.

유럽의 철기문화 유적이 발견되고 소금광산이 있었던 곳이지만,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본격적인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나도 이번에 알게 된거지만, 2006년 우리나라의 '봄의왈츠'라는 드라마에 등장해서 아시아 사람들에게 유명해졌다는 위키피디아 설명이 재미있다.

2006년도 벌써 15년이 지난 이야기. 할슈타트는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비엔나, 잘츠부르크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있다.

코로나 직전만 해도 주로 중국단체관광객들로 호숫가 마을의 좁은 산책로가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하는데,

오미크론 유행의 끝물이긴 해도 다시 코로나가 유행하다 보니, 아시아 관광객은 아예 찾아볼수 없고, 유럽사람들만 간간이 볼수있는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참 고즈넉하다. 마을은 호수를 따라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여서 동선은 간단하다.

호수 주변의 집들과 교회를 보며 산책을 한다. 사실 마을의 많은 집들은 사람이 살고있지는 않았다. 사람이 살기에는 좁은 목조주택이 가파른 경사에

자리잡고 있어 실생활에 불편하고, 관광업을 제외하면 너무 조용하고 작은 마을로 보였다. 그래서 여름 휴가용으로 집을 갖고 있거나 관광시설로 빌려주면서
거주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알록달록 칠해진 마을 중심부


대신, 아기자기한 목조주택들은 대부분 관광지 기념품을 팔거나 카페, 식당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주택들의 나무 대문앞에는 조그만 화분들이 놓여있고, 낡기는 했어도 집 하나하나가 소박하고도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어서, 겨울이어도 스산한 느낌은 별로없다.

가장 중심지인 교회쪽으로 가보니, 전망이 가장 좋은 포토존은 이 교회를 지나 언덕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10여분을 걸어 교회를 뒷배경으로 사진을 찍을수있는 마을 가장자리로 올라왔다.

뒷편으로 뾰족한 첨캅을 가진 교회가 호수에 투영되는 모습, 엽서에 등장할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을 전체를 아무리 둘러봐도, 이 배경이 가장 아름답기 때문인듯하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공통적인 것인지, 아무말없이 한참을 호수와 산과 마을을 바라본다.

흔히 여름에는 호수 수영과 휴양을 즐기기 위해 잘츠캄머구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지만, 겨울 정취가 남아있는 2월말도 고즈넉하고, 왠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알프스의 풍경을 느끼기엔 충분히 좋은 계절인 것같다.

알프스산맥 자락


카페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며 몸을 좀 녹였지만, 마을 산책 한바퀴를 하고 나니 다시 춥다.

따뜻한 한모금과 든든한 식사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눈여겨봐두었던 헤리티지 호텔(Heritage hotel)의 슈니첼 식당은 예약을 안했으면 절대 들어올수없다며 까칠하게 우리를 맞았고,

다른 곳을 찾아가기엔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 어쩔수없이 식당 바로 맞은편 호수가 바라보이는곳에 있는 키오스크로 향했다.

살짝 마음이 상했지만 키오스크의 분위기를 보고는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 바삭하게 바로 구워내는 돈까스며, 따끈하게 데워서 내주는 글뤼바인이며,
감자튀김이며... 추운 날씨에 떨며 야외 테이블에 걸터앉았지만 뜨겁고 달콤한 와인 한모금에 슈니첼 한조각으로 모든 고단함이 사라지는 듯하다.

유모차에 태운 딸래미가 추워한다는 느낌이 들때쯤, 해가 떨어지자 온도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진다.

우리의 숙소는 아직 잘츠부르크 방향으로 한시간은 가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전속력으로 유모차를 밀며 주차장에 도착...
결국 우리 딸은 감기에 걸려 레오폴드 스크론 호텔방에서 밤새 콜록콜록 했다.

산간지방의 일교차에 놀라며 급히 마무리한 할슈타트 일정이었지만, 내가 본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중 탑5 안에 드는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마을을 봐서인가,

마음속에 오스트리아에 대한 애정이 한껏 커진다.

내일은 '사운드오브뮤직' 영화에서 대령의 집으로 나왔던 레오폴드스크론 호텔(Hotel Schloss Leopoldskron)에서 좀더 느긋한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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