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모스타르] 지중해에서 이슬람으로 가는 도시

Alice1911 2022. 12. 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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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여행 일정 

 

발칸 7일 차, 두브로브니크 휴양을 끝내고 오늘은 드디어 모스타르로 넘어가는 날. 네움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맛은 봤지만, 모스타르는 한낮 기온이 44도를 찍는다는 발칸에서도 내륙으로 한참 들어간 도시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설렌다.



어젯밤 늦게 두브로브니크에서 불도 없는 깜깜한 2차선을 달려 힘들게 도착한 터라 아침에도 좀 피곤했지만, 스타리 모스트 다리를 보러 가는 길은 흥분된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스타리 모스트에 도착하니 아침 9시 반. 하지만 기온이 이미 34도였다. 이번 주가 유럽이 폭염이라는 소식은 있었지만 해변과는 다르게 바람이 없는 상태에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니 벌써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쨍힌 이침의 스타리 모스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다섯 번째 규모지만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는 도시답게 벌써 사람들이 가득하다. 모스타르는 마치 터키의 어느 시골 도시라 해도 믿을 만큼, 지리적으로 남동유럽이지만 이슬람 세계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모스크도, 돌로 지은 오스만 제국 시대의 집들도, 차를 마시는 문화도.

스타리 모스트 다리의 명성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강변 난간에 잔뜩 기대어 사진을 찍고 있다. 어느 새부터 명물이 된, 사람들에게 동전을 받아 충분히 모이면 하루 한번, 다리 한가운데서 강으로 뛰어내리는 다이빙 묘기를 펼친다는 모습도 바로 볼 수 있었다. 웬만하면 다이빙하는 모습을 기다려서 보려고 했는데 정말 내리쬐는 햇살에 1시간에 2도씩 올라가는 기온 속에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이빙 점프 장면을 포기하고 다리에서 내려와 일단 냉방이 빵빵한 카페로 피신.

모금중인 다이빙 청년



땀을 좀 식힌다음 그림을 좀 보러다녔다. 크로아티아도 그렇고, 그림이 그저그런 관광지의 고루한 그림이 아니라,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들이라 새삼 놀라고 있다. 5유로에서 20유로면 왠만한 그림들은 살수있다는 점도 매력적일뿐더러 몇집을 다녀봤는데 다 다르다는 점도 신기하고.
한참을 보다가, 스타리모스트를 가볍게 그려낸 수채화를 하나 집어들고 나선다. 더 있기에는 이미 38도, 오후가 되면 정말 더위를 먹을것같아 아쉽지만 모스타를 떠나기로 했다.

다시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이 이어진다. 지중해의 산들은 꼭대기가 바위로 되어있고 그 주변을 이끼처럼 낮은 식물들이 몽글몽글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 인상적이다. 터키부터 이태리까지 다 비슷하다. 이곳도 이태리의 동북부에서 이어지는 발칸 반도니까, 비슷한 모양새인건 당연한데, 새삼, 지리의 놀라움에 다시 놀란다. 류블랴나까지 6시간 반을 운전해야 해서 부담이 좀 있지만, 가다가 정 힘들면 자다르나 자그레브에서 저녁을 먹고 한 숨 돌리고 가기로 하고 마음을 가볍게.

지중해의 산들



지중해에서 한끗차이인데 차도르를 쓴 할머니들과 이슬람식 건축물이 가득한 소도시로 풍경이 바뀐다는 게 참 신기하다. 어제밤, 불도 없는 깜깜한 2차선을 달려 내륙까지 이동한 보람은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HA 호텔은, 개업 42일 만에 한국 사람들이 처음왔다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인기가 많다는 말로 친절하게 배웅해 주었다. 이곳에서 가장 좋은 HA 호텔이 하루에 100유로가 안된다. 크로아티아에서 300유로 넘는 호텔들이 즐비하단 것과 대비하면, 부담없는 물가와 친절하고 소박한 사람들도 반갑다. 물론, 1994년 보스니아 내전 이후 아직도 새로 짓지 못하고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은 시내 중심부의 건물도, 생경한 느낌이 든다. 꽃과 돌과 다리와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에, 불과 20여년밖에 되지 않은 내전의 상흔까지 안고 사는 내륙의 나라. 모스타르는 겨우 서너시간 머물렀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모스크 앞 식수대



이번에는 숲의 나라인 슬로베니아로 간다. 슬로베니아는 어떤 느낌을 나에게 줄 것인가, 발칸 8일 차가 기대되는 여정이다.

다리 건너 오스만제국 시대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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