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프랑스

[샤모니] 몽탕베르 전망대와 메르 드 글라스(2)

Alice1911 2023. 5. 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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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탕베르 산악열차를 타고 내린 지점은 바로 전망대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왜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전망대에서 길이 나있는 유일한 곳은 Refugee du Montenvers 라는 호텔로 가는 길이어서, 호텔 쪽으로 가면 얼음동굴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꽤 걸어가도 동굴이 나올 기미가 없길래 주변에 서있던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바로 그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서 500걸음쯤 가야한단다. 
 

Refugee du Montenvers


그제서야,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러 내려가는 목적지가 동굴이었음을 깨닫고 황급히 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3시반이 마지막 스케줄. 우리가 탑승한 시간이 오후 2시 근처여서, 시간이 여유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왠일인가. 케이블카에서 내린 지점에서 거의 바로 동굴이 보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철제로 만든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있고, 스키를 이고 지고 한 사람들이 그 계단을 걸어서  계속 올라오고 있는거였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쨌든 얼음동굴까지 가보자 싶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까마득한 아래쪽까지 계단이 계속 이어지고, 저 한참 아래, 사람들이 스키를 매고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슬로프를 따라 내려오면 저쯤에서 눈밭이 끝나는(즉 빙하얼음이 다 녹아 바위가 드러나는) 거여서 계단으로 올라오는 것 같다.
 
설마 저기까지 다 내려가야 동굴인가? 라고 불안해 하며 거의 20분여를 내려갔다. 그제서야 저 멀리 동굴 입구가 보인다.

500걸음이 아니라, 걸어서 500미터는 내려온 것 같았다. 
 
진짜 걱정은 5살짜리 우리 애기. 과연, 이 많은 계단을 얘가 걸어 올라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내려가는 길 중간에 포기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미 내려간 계단이 너무 많고, 애가 너무 신나해서 어쩌다보니 동굴에 도착해버렸다. 
 
이래저래 검색해 보니, 당초 케이블카가 놓였던 시점만 해도 하차 지점 근처까지 빙하가 있어서 사람이 걸어야 하는 거리가 얼마 안 되었는데, 지구 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빙하가 녹고 바위가 드러나게 되어서 얼음동굴이 있는 지점도 한참 더 밑으로 내려간 거라고 한다.

얼음동굴은 인공적으로 조성한거라, 빙하가 있는 지점까지 내려갈수밖에 없으니까.
 

계단을 올라가는 스키어들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2003, 2013 이런 팻말에 중간중간 보이는데, 바로 2003년에 빙하가 여기까지 있었다, 2013년에 여기까지 있었다, 이런 표시였다. 10년에 거의 100미터씩 그 팻말의 고도가 낮아질만큼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것이었다. 
 
얼음동굴은 파란 결정체가 비치는 연하늘빛 빙하벽으로 이루어져있고, 한바퀴 돌며 얼음 체험하기엔 좋았다. 얼음으로 된 조각상도 많고, 포토스팟도 잘 되어있고, 빙하 동굴에 대한 설명도 중간중간 잘 붙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바퀴 돌고 다시 나오는데 20분 정도면 다 본다. 추천하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재미보다는, 빙하 녹는 속도의 심각성에 대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고 싶다.
 
다시 올라오는길이 꽤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아이가 잘 걸어줘서 잘 올라왔다. 올라오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산악열차 줄에 섰다. 내려오는길은 스키어들과 일반 관광객들이 섞여 북적였지만, 배차가 자주 있어서 무사히 잘 내려올 수 있었다. 
 

얼음동굴 안 빙하


여기서부터는 슬슬 숙소까지 샤모니의 절경을 보며 느릿느릿 걸었다.  공교롭게도 온천을 예약해 둔 게 이날 저녁이었는데,
계획에 없던 등산과 하산으로 지친 몸을 녹이기에는 딱 적절한 일정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샤모니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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