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핀란드

[헬싱키] 8월 헬싱키 여행, 섬과 요트

Alice1911 2023. 8.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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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8월은 어느 정도 온도일까. 이 일대 온도를 검색해 봐도 25도를 넘어가는 날이 거의 없더라.

위도의 파워는 그만큼이나 강력한 것. 위도도 위도이고, 해수의 온도도 중요하다고 한다. 발트해도 난류가 올라오는 지역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차가운 바닷물. 그래서 이곳사람들은 바깥 온도가 20도만 되어도 수영하기에 좋은 날씨(!)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저 위로 배의 마스트


북유럽은 은근히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헬싱키 남부가 긴 해안선을 낀 항구도시라는 사실. 심지어 정부 주요 청사가 모여있는 해변 중앙부 앞으로는 겨울에 주로 활동하는 쇄빙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도. 가장 도시와 먼 곳에 있을것 같은 쇄빙선과 핀란드 정부 건물이 하나의 뷰에 잡히는 신기한 경험이다.
 
헬싱키 항구에는 지중해나 대서양 크루즈를 해도 될법한 커다란 유람선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정말 노르딕 크루즈라도 되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린(Talin)까지 가는 페리라고 한다.

헬싱키 항구에서 정남향으로  2시간만 가면 바로 중세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아름다운 수도 탈린으로 갈 수 있는 거다. 생각같아선 바로 티켓 하나 끊어 탈린까지 구경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거리와, 매력적인 목적지다.
 
헬싱키는 시내 남쪽이 바다라, 모든 구시가 중심지는 남쪽 항구쪽에 모여있다.  마켓광장이 있는 곳 주변은 관광지와 공원, 주요 건물들이, 그 양쪽으로 걸어가면 깨끗한 아파트 단지들과 주택가들이 해변을 끼고 길게 펼쳐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치 우리나라 남해안 아래쪽으로 작은 섬들이 많듯이  헬싱키 앞 바다도 작은 섬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어떤 섬들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어떤 섬들은 페리가 연결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섬들이 바다나 모래사장으로 된 해변을 갖고 있어서 여름인 지금은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아니면 그냥 선탠을 하러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시내만 훑고 가기엔 아까우니, 페리를 타고 섬 한두군데를 꼭 방문하면 좋을것같다.

헬싱키 앞바다 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


수도에서 바다가 바로 이렇게 가까운 곳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유럽 대륙에선 스웨덴이나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덴마크 정도가 이런 좋은 환경에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다 북유럽이고.

우리는 헬싱키에 사는 오랜 친구가 코로나 때 하지 못했던 웨딩리셉션을 배 위에서 연다고 해서 갑자기 4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헬싱키 앞바다를 항해해보는 행운을 갖게 되었는데, 아, 유럽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는방법은 이렇구나, 실감한 하루였다. 
 

헬싱키 8월여행, 요트 투어


유럽에 와서 항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경험은 작년인데, 바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그때는 그룹투어가 마감되는 바람에 어쩌다보니 프라이빗 요트를 빌려서 3시간 정도 섬 투어를 다녔던 건데,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할만큼 좋았다.
 
이번에 친구가 빌린 배는 1920년에 건조해서 내부를 수리해 지금은 관광용 대여 목적으로 쓰고 있는 Astrid 라는 이름의 배다. 실제로 헬싱키 항구에는 개인 소유이거나, 관광목적으로 대여하는 요트들이 수백대가 정박해 있다. 6시간 일정의 항해라, 요리사도 계약을 해서 점심도 부페식으로 차려준다고 한다.

나중에 차려진 음식을 보니 사람들이 세일링을 즐기는 동안 연어구이며 차돌박이 구이며 배위에 재료를 다 갖고타서 그릴에 직접 한시간씩 구워가며 정성을 들이더라. 맛이 없을 수 없는 직화 숯불그릴이니까.
 
그 사이, 웨딩이니만큼 하객들 축하 인사도 있고, 부모님 감사인사도 있고, 주스부터 와인과 콜라 맥주까지 다양한 음료가 데크에 놓여있어서 처음 만난 사람들도 수다를 떨며 신랑 신부와 어떻게 알았는지 얘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 펼쳐진다. 
 

헬싱키 작은 섬


점심까지 먹고나면 항구에서 제일 먼 포인트에 도달하는데 여기서 배가 40분 정도 멈춘다. 우리의 젊고 단정한 선장님이 항해 초반에 이걸 다 설명해 주었다. 정박한 동안, 사람들은 아래쪽 선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풍덩 뛰어든다. 바다 수영을 못하는 아시아 사람인 나는 한편 부럽기도 하고, 유럽 전역이, 어릴때부터 자기 키를 넘는 바다에서의 수영에 노출되어 자란다는 사실이 참 좋아보인다.
 
아주 작지만 지하 선실엔 2명이 들어갈수있는 미니 사우나도 있다. 핀란드 사람들의 사우나 사랑이란. 수영후에 다들 대충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 분위기. 배는 다시 항구쪽으로 닻을 올리고 우리는 5시반 경 헬싱키 항구에 도착한다. 항해 동안 보았던 크고작은 헬싱키의 섬들이 인상적이었고, 낚시며 태닝이며 물놀이며 즐기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행복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겨울이 길고 추운 이곳에서, 지중해같은 쨍한 온도가 아니라 해도, 여름, 긴 낮시간은 그 자체로 그저 행복의 원천인지도. 
 

아스트리드


서유럽 주요국들과는 또다른 독특한 색깔의 북유럽 도시 헬싱키는 알수록 참 재미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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