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프랑스

[모뵈주(Maubeuge)] 오셩(Auchan) 장보기, 몽스(Mons) 나들이

Alice1911 2022. 10. 1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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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스 그랑플라스



일요일 아침부터 남쪽으로 차를 몰아 1시간 15분. 100km 거리의 프랑스 모뵈주(Maubeuge)로 향했다.
장을 보러 가는길.

모뵈주는 여행지 검색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에 근접한 작은 타운이다.

프랑스 북부 여행


프랑스의 최북단에는 사실 릴(Lille)을 제외하고는 큰 도시가 없다. 정말 장보러 갔다는게 솔직한 고백.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글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풍경 얘기는 좀 있다 하기로 하고.

브뤼셀에 살면서, 유럽이 장바구니 물가는 싸다는 얘기에 동의할수가 없던 와중에 국경을 넘어 조금만 가면 프랑스 물가가 훨씬 싸진다는 얘기를 듣고 가보기로 한거다.

물론 벨기에에서도 고기류는 싸고, 야채류, 상당수의 과일같은 것들은 한국보다 좋은 품질에 싼 경우도 많다. 낙과라고는 해도 사과 10개 포장이 3유로 근처인 경우도 많고. 그런데 공산품은 확실히 비싸다. 그런 갈증은 벨기에 사람들도 느끼는듯하다. 오셩(Auchan)이라는 프랑스 유통체인이 오늘의 목적지. 구글로 검색해보면, 모뵈주의 오셩에 대해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칭찬이 가장 많다.

벨기에에 비해 프랑스나 독일은 인구도 많고 그만큼 시장도 크고 가격 경쟁도 있는 것같다. 유통 체인 입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있으니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도 좀 있겠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프랑스로 장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오셩은 모노프리, 카지노, 스파, 까르푸같은 거대 유통체인 중에 하나인데, 파리에선 수많은 업체들 중에 하나라 딱히 인기가 많지 않은 오셩이지만 벨기에 국경에 있다는 위치로 오히려 벨기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프랑스 국경을 넘는 순간

그런데 의외로 모뵈주로 가는길은 즐거웠다. 무엇보다 풍경 덕분. 10월의 일요일 아침, 며칠 비가 온뒤의 맑게 개인 날, 프랑스쪽으로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벨기에 곳곳에 설치된 풍력 터빈들을 보다 몽스를 지나니 푸른 들판이 펼쳐진다. 프랑스 국경이 다가올때 쯤 되었을텐데, 심지어 구글 네비조차 아무 말이 없다. 그러다 만난 프랑스 국명 표시! 솅겐 지역 내 국경 통과는 파란 유럽연합 깃발에 나라 이름 표시밖에 없단 건 몇번 겪어 보았지만, 이런 시골길에서 국경이 바뀐다니 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커다란 몰에 입점되어 있는 오셩으로 입장. 우선 규모가 꽤 크다. 구글 평으로는 선반 정리가 안되어고 있고 빈 곳이 많다, 계산줄에 사람이 너무 많다, 직원이 불친절하다 등 많은 평이있는데, 일요일은 오전 08:30-12:30 밖에 영업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침 일찍이어서 그런지 매우 한산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와인 섹션이 이미 만족스러웠다. 보르도 와인이 3-4유로대로 세일을 하는것들이 많고,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 샴페인 종류도 10유로 밑으로 살 수 있는 게 많았다.

물이 가장 놀라웠는데, 5리터 들이 스파(SPA) 생수가 벨기에 까르푸에서 5-6유로 한다면 이곳은 2.7유로 정도에 살수 있다. 진심으로 반값이다. 다농 같은 브랜드의 요구르트도 싸서, 6개들이 한팩이 1유로에 세일하는것들이 많았다. 6개들이면 아무리 싸도 3유로 이상은 하기때문에 상당히 메리트가 있다.

고기는 우선 보기에도 붉은색이 선명해서 먹음직스러워보이는 필레, 앙트레코트(Entrecote) 류가 8-9유로인데, 벨기에도 한 팩에 그 정도 가격이지만 내용물은 1.5-2배 가량 된다. 그러니까 20-30% 싸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 가격도 가격이지만, 집에와서 구워먹어보니 품질도 월등하다.

너무 장보는 얘기만 했지만, 사실 군데군데 둘러보며 핫딜을 잡기도 하고, 아이 장난감 섹션이나, 빵류, 과자류 등도 벨기에에서 못보던 종류가 들어와있기도 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평에 따르면 토요일은 유난히 붐비는 모양이니 일요일 아침이나 주중에 오는게 좋을 것 같다.



즐겁고도 무겁게 장보기를 끝내고 차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이제 돌아오는 길.




원래는 모뵈주 시티센터에 가보려고 했으나, 너무 인상적인 게 없어서 패스하기로 했다. 프랑스 국경 지역의 풍경은 자연이 다한 걸로 치자고. 끝없이 펼쳐진 목원에 젖소들이 누워 있거나, 풀을 뜯고, 평원 가운데 우거진 풀숲이 군데군데 있고,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넓은 평원 한가운데 고즈넉이 서있는 풍경. 그 사이로는 좁은 2차선 도로. 프랑스 시골의 전형적인 모습에 가을이 내려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모뵈주 가는길



집에 까지 한번에 오기엔 멀기도 하고 배도 고파서 결국 벨기에로 넘어가자마자 최남단 도시인 몽스(Mons)에 들러 구경도 하고 밥도 먹기로 했다.

솔직히 몽스에 대한 사전 공부는 하지 않아서 급히 구글로 알아보니 그랑플라스(Grand Place)와 그 주변 성당 정도가 볼 것의 다인 것 같다. 벨기에 왠만한 도시, 아니 왠만한 유럽 도시에는 가장 중심부가 '그랑플라스'로 불리는 일이 많다.

몽스의 그랑플라스는 시청사가 보수중이었고, 다른 벨기에 도시의 광장도 비교해서 특별한 건 없었지만 'I Love Mons' 라는 글자로 이루어진 포토존이 레드-화이트톤으로 주변의 회색 배경과 어우러져 광장을 두 배는 예쁘게 만드는 것 같다. 거기다 환하게 개인 날 덕분에 파란 하늘까지 더해져서 매우 포토제닉했다. 광장의 식당들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날도 춥지 않아서, 작은 도시인데도 주차할 곳을 한참 못찾을 정도로 붐볐다. 가까이에 있다면 한번 들러볼만 한.

광장 뷰의 테라스를 가진 식당들은 풍경은 좋지만, 그닥 땡기지는 안아서 주변을 둘러보다 왠지 '요요(Yoyo)'라는 이름의 일본 라면집이 눈길을 끈다. 그랑플라스 바로 코앞이지만 좀 구석인 이 식당은 구글 평점 4.6인 것만 보고 일단 들어갔는데, 그냥 시킨 챠슈 라면이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Korean Chicken 이란 사이드 메뉴도있는데, 프라이드 치킨에 파, 코리엔더같은 동남아식 양념을 약간 곁들인 퓨전 형태로 나왔다. 순수한 한국식 치킨은 아니었지만 맛은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좀 낡고, 루벤같은 비슷한 급의 작은 도시들과 비교하면 힙한 식당이나 카페는 별로 없었지만, 모뵈주같은 시골 마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그런지 여기도 도시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1시간을 운전해서 브뤼셀 시내로 들어오니, 역시 벨기에의 수도! 하며 탄성을 지르게 되고.

벨기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 주말에 3시간 반 운전해 파리에 다녀오면 시골쥐가 된 기분이라고들 하는데, 모든 건 역시 상대적인 듯.
아침 일찍 서둘러 프랑스 국경을 넘어 장을 보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몽스라는 소도시 구경도 하고, 나쁘지 않은 드라이브였다. 10월말쯤 가게될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에선 제일 큰 대도시. 대도시 플렉스를 기다리며, 이번 주말은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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