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 후기

Alice1911 2023. 7. 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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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말 여행기입니다) 지난번 헝가리 여행기를 쓰다가, 세체니와 이슈트반 성당 이야기를 마지막에 쓴다는게 완전 시간이 지나버렸다.

어쨌든 아주 만족스러웠던 두곳이라 뒤늦게라도 써보려고 한다.

우선 세체니.

일단 늦가을 날씨에 온천이라는 컨셉은 좋을수밖에 없다. 한여름에도 좋다는 평이지만, 여름엔 아마 물 온도를  좀 더 차갑게 관리하는 것 같다.

10월말 토요일, 세체니 온천. 주말 오후는 엄청 붐벼서, 무조건 일찍 가는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9시반쯤에 온천 입구에 도착했다.

유명한 뉴욕 카페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숙소에서는 붉은 hop-on-hop-off 버스를 타고 대여섯 정류장 가서 내린다. 여기서 온천 입구까지는 10분 정도 걷는 거리라 크게 무리가 없다.

10월말은 한창 관광 피크인 계절은 아니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일단 규모가 엄청나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규모의 야외 온천이라니.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이 정도 큰 온천이 있을까 싶게 컸다.

일단 입장해서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야외로 연결되는 곳에 캐빈이 있다.

물건 보관은 캐빈과 라커 중 골라서 할 수 있다.

라커는 야외에 비치되어있는 사물함이고 약간의 분실 우려도 있다고 해서 캐빈을 빌렸다. 아래쪽은 뚫려있지만 사실상 작은 창고같은 공간이어서 아이들 옷도 갈아입히고 짐도 좀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서 좋음.

어른 하나, 아이 하나 정도 들어가서 옷갈아입기에도 충분한 크기였고 꽤 많은 짐을 넣기에도  충분했다.

왠만하면 캐빈을 빌릴 것을 추천한다.

수건은 챙겨가야지 했는데, 몸을 감싸는 큰 수건들이어도 야외 온천에 가보니 조금 후회가 된다.

아예 샤워가운을 갖고 왔어야 하는 것 같다. 수건이든 샤워가운이든 자유롭게 걸치고 다니는 분위기였지만, 야외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실제 온천수영장으로 갈때까지 5분 이상을 빙 둘러서 걸어가야 한다.

11-12도 정도였던 바깥기운에 수건만 감싸고 가기엔 꽤 추운거다.

드디어 입수. 온도는 쌀쌀한 날씨에 엄청 따뜻하게 느껴지는 39도 정도인듯하다. 수영장처럼 생긴 풀도 있고, 물결 흐름에 몸을 맡기면 빙빙 돌아가는 풀도 있다.

수영장에서 보는 건물뷰



굳이 여기저리를 찾아다니지 않고 몸을 담그고만 있어도 좋다. 수압이 쎈 분수아래에서 물을 맡고 있는 유럽 어르신들도 많이 보인다. 세체니 온천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사실 로컬 어르신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도 한다. 핸드폰에 방수커버를 씌워 사진찍는데도 문제가 없지만 소지품을 풀 주위에 그냥 두어야 하니, 아예 마음편하게 라커에 모든 걸 두고 오는게 몸이 자유롭긴 하다.

하지만 세체니 온천에 왔는데 사진 한장 안남길수가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갖고 들어와서 수영할때는 옆에 대강 놓고 하는 분위기. 풀에서 보는 노란 색깔로 칠해진 유럽식 건물이 참 새롭다.

자세히 보면 시설 자체는 꽤 낡았고, 물에도 쇳가루라고 해야할지 뭔가 부유물이 많이떠다니긴 하지만, 다들 개의치 않는 분위기.

다행히 유황 냄새가 심하지 않고, 그래서 어린아이들도 입장이 되는 것 같다. 아주 어린 아가들도 엄마 아빠 등에 업혀 들어와서 물장구를 친다.

한 시간 가까이 있었을까. 얼른 수건을 걸치고 실내로 이동했다. 들어오니 훨씬 따뜻했지만 몸을 좀 녹이려고 뜨거운 탕을 찾아가 들어갔다.

어느 탕이고 사람들은 이미 꽤 많아졌지만, 워낙 층고가 높고 실내가 넓어서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세체니 온천 방문 후기


이 날 가장 좋았던 것은 습식 사우나!

실내로 옮겨 몇개의 탕을 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습식 사우나는, 김이 하도 서려서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이내 자리를 잡고 앉으니 촉촉하면서도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싼다.

10분 정도 앉아있었을까.

건식 사우나는 몸이 많이 뜨거워진다고 느껴서 견디기 힘들때가 있는데, 이곳은 워낙 수분이 풍부해서인지오히려 몸이 따뜻한 기운을 흡수해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나오니 개운한 이 느낌. 다시 탕에 들어가있었지만 습식 사우나만으로도 너무 좋기도 했고, 야외에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를 보내고 와서, 샤워를 하고 나오기로 했다.

샤워시설은 물비누나 샴푸 등이 전혀 비치되어 있지 않으니 모두 챙겨가야 하고, 라커룸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우니, 샤워를 하고 나면 얼른 캐빈으로 달려가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입는게 좋겠다. 우여곡절끝에 씻고 아이들도 씻기고 옷을 입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털고 나오니, 오후 1시쯤이 되었다.



역시 목욕탕에서의 시간은 훌쩍 간다.

여름이었다면 야외 풀 밖으로 썬베드를 두고 누워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겠지만, 얼마나 사람이 많고 복잡했을까 싶다. 한겨울이 아니라면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 온천욕을 하는 것도

새로운 기분이고, 사우나까지 하고 나오면 매우 상쾌하니 이 계절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온천 외관



온천 후의 빡빡한 일정은 무리였던 것 같다. 2층 버스를 다시 타고 숙소로 일단 돌아와서 조금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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