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브뤼셀] 브뤼셀의 보석 깡브흐(Cambre)숲

Alice1911 2022. 9.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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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이 숲으로 가득한 도시란 건 살아보기전 엔 정말 몰랐다.
녹지가 많구나, 공원이 많구나 정도였던 것같은데.
살아보니, 공원이란 이름이 붙은 깡브흐 숲, 월루에 숲, 터뷰렌 숲같은 대규모 숲만 해도 여러개다.
시내 한복판을 제외하고는 숲 사이사이에 주거 지역이 끼어있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 정도로.

유럽 한달 살기


그중에서 깡브흐 숲은 브뤼셀 시내 동남부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데, 1861년에 조성한 숲이니
역사가 150년이 넘는 곳이다. 정식 이름은 프랑스어로 "Bois de la Cambre" 깡브흐의 숲.

깡브흐숲



이 숲의 가장 좋은 점은, 숲에 호수가 있고, 숲 주변으로 즐길거리가 많다는 거다.
숲 가운데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ㄱ자 모양으로 크진 않지만 그 호수 안에 작은 섬이 있어 도넛 모양이다.
호수 안에 있는 작은 땅에는 오두막집처럼 생긴 건축물이 있는데, Chalet Robinson 이라는 식당이다.
휴일에 호수에 가보면, 샬레에 들어가는 배에 타려는 사람들의 줄이 꽤 길다.
배라기보다는 뗏목에 가까운데, 뗏목위에 의자가 고정되어 놓여있어서 사람들이 양쪽으로 앉아서 타고 가는건 모양이다. 물론 배를 타고 가는 거리가 50미터 정도밖에 안되지만, 귀엽게도 선착장이 양쪽에 있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일정한
인원이 차면 배가 움직이니 어쨌든 제대로 배를 타는 거긴 하다.

호수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오두막으로 들어가면, 주변은 작은 호수, 그 너머는 온사방이 초록인 숲.
야외에 앉아서 밥먹으며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샬레 로빈슨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휴일 샬레 로빈슨의 브런치는 예약하기가 힘들어서 아직 못가봤지만 나의 위시리스트에 올라있을만큼, 브뤼셀 브런치 10선을 꼽으면 들어가는 곳이라 기대가 크다.

그 외에도, Woodpecker 라는 노천 카페가 있어서 사람들이 맥주며, 홈메이드 레모네이드며, 커피며 사서는 적당히 주변에 자리를 잡고 피크닉을 한다. 먹을걸 싸오는사람들도 많다.


마치 한강공원에 피크닉 온 사람들을 연상케 하지만, 사람이 훨씬 적고, 텐트치고 야외 테이블까지 공수해서 멋지게 차리고 먹는 그런 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다. 소박하게 돗자리 하나 깔고, 피크닉 바구니에서 주섬주섬 싸온 것들을 꺼내 늘어놓고 먹다가,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하고, 윗통 벗고 아쉬운 햇살 한번이라도 더 받으려 엎드려 누워있기도 한다.

그렇다면 브뤼셀에 여행와서 이 공원까지 과연 올 필요가 있을까?

물론 파리의 인지도 높은 공원들에 비하면 랜드마크도 따로 없고 그저 소박한 공원이겠지만, 규모가 서울숲의 2.5배(122만 제곱미터)나 되는 공간에 150년 된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고, 그 아래로 잘 조성된 자전거길에 사람들이 하이킹을 하는 이곳은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한번 와볼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브뤼셀 시내에 다니는 메트로를 타고 트램 8번으로 갈아타서 Legrand 역에서 내리면 금방 숲의 북쪽 출입구로 들어올 수 있다.

숲 주변 카페들


브뤼셀 나의 일터에서도 숲으로 쉽게 갈 수 있다. 워낙 아래위로 긴 구조라 숲의 양쪽으로 큰 도로가 평행하게 나 있고, 그 사이사이 작은 진입로가 여러개인데, 사무실에서는 10분 정도 걸으면 숲의 동남쪽 끝 출입구로 들어올 수 있다. 한적한 숲길을 한 시간쯤 걸으면, 일터 바로 근처에 이런 힐링의 장소가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물론, 브뤼셀 사람들도 이런 멋진 숲을 이래저래 활용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숲 주변으로는 좋은 식당들이 많다. 소박하다기보다는 제대로 차려입고 찾아오는 럭셔리한 식당들이지만, 독보적인 입지가 있어서 한번씩 그런 호사를 부리고 싶을때는 정말 여기보다 적절할 수 도 없을듯하다. 서울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한남동 언저리, 단독주택을 개조한 식당들이 갖고 있는 호젓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Brasserie de la Patinoire 는 숲 가운데 들어와 있는, 깡브흐 숲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식당이다. Patinoire 는 프랑스어로 스케이트장 이란 뜻이어서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엔 이곳에 스케이트링크가 있었다고 한다. 야외에 넓은 좌석들이 있는 공간에 주차 구역을 합치면 스케이트 링크가 나오고도 남겠다 싶을만큼 큰 규모.
메뉴는 어찌보면 평범할수 있는 벨기에식+범유럽 메뉴이지만, 햇살 좋은 여름엔 여기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웃음이 날만큼, 환하고 밝고 세련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숲의 서쪽으로 나가면 Uccle이라는 동네. 위클, 우클 등 발음이 오묘한데, 아무튼 우클은, 브뤼셀 시내와는 다른, 자유분방하고 재미있는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딱 이태원같다. 작은 일본 우동집, 태국 식당, 카페, 인테리어 소품가게, 발레학원 같은 작은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우클도 그냥 여행자들이 쉽게 방문하기엔 접근성이 좋지는 않지만, 역시 트램92번을 타고 Sint-Job 역에서 내리면 우클 중심가로 올 수 있다. 브뤼셀에서 조금 길게 머무른다면, 그리고, 현지인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작은 타운들을 알고 싶다면 소개하고 싶은 곳이다.

이곳엔 Chouconut 이라는 슈크림케이크를 파는 카페가 있는데, 안에 슈크림이 들어가 있지만 외형은 컵케익을 닯았다. 캬라멜을 얹은것부터 코코넛과 망고크림을 얹은것, 유자크림을 얹은것 등 슈(Chou)의 종류가 엄청 많다. 한개에 2-3유로 정도 가격인데, 너무 배부르지도 않고 다양한 토핑 맛을 볼 수 있어서 항상 마음에 드는 곳이다.

숲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아무튼 깡브흐 숲은 숲 자체로도 너무 아름답고, 주변에 갖추고 있는 아기자기한 또는 세련된, 또는 소박한 식당과 카페들이 많아서 올 때마다 설렘을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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