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루벤] 벨기에의 소도시 루벤

Alice1911 2022. 9. 1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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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작은 도시 루벤. 1425년 설립된 루벤 대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알려진 곳은 아닌데, 시청사랑 St. Peters Church가 아름답다고 해서, 가볍게 일요일 아침 드라이브 코스로 골랐다. 브뤼셀에선 자동차로 25분 정도면 닿을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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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작지만 깔끔하고 운치있는 느낌. 작은 운하 주변으로 주차도 쉽고 네덜란드 계열 지방 도시들이 보통 그렇듯 깔끔한 느낌이 있다. 작은 도시인데도 아시아 수퍼마켓들이 많다는 점도 신기하다. 아시아 수퍼마켓들은 한국, 중국, 일본 말고도 인도, 파키스탄, 태국, 싱가폴 등 동남아, 서남아 식재료와 향신료, 양념류 들을 구할 수 있는 가게의 통칭인데, 우리가 간 아시아 마켓은 한국 김, 부침가루, 고추장, 된장부터 라면, 과자까지 종류가 많고 브뤼셀의 한국 마트보다 1-2유로씩이라도 가격이 싸서 마음에 든다.


시장을 보고, 저멀리 높은 첨탑이 있는 오래된 건물이 보여서 순간 시청사(Leuven Town Hall)이겠구나 생각했다. 걸어서 10분 정도 가니, 시청사가 있는 중앙 광장에 도착. 벨기에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예쁘다는건 브뤼셀 그랑플라스를 봐서 알고 있었지만 루벤 시청사는 브뤼셀 시청사보다 훨씬 웅장한 첨탑이 솟아 있어서 신기했다.

1448-1469년에 걸쳐 지어졌고,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크게 훼손되지 않아서, 건물 노후화에 따른 보수만 거쳐서 1980년대에 다시 개관했다고 하니, 예전의 틀 그대로를 우리는 보고 있는 거다. 레이스처럼 대리석을 정교하게 다듬어 수많은 성인들의 모습을 조각해 놓은 것도, 100미터 가까이 되어보이는 높이의 8각형 모양 첨탑도 아름답다. 성 피터스 성당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시청사 입구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라, 성당과 시청사가 있는 이 광장이 시내의 중심부인데, 소소하게 그룹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고, 유럽 도시의 광장 주변이 흔히 그렇듯이 광장쪽 테라스에 좌석이 깔린 식당들도 이제 손님맞을 차비를 하는 중이다.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을 말하는 플랑드르 지역의 공통점은, 지붕에 계단 모양의 벨기에 스타일 장식이 있는 옛건물들의 지상층에, 모던한 카페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 그래서 중세와 아주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특색을 갖고 있다. 시청사를 둘러보고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CHCO 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딱 발걸음이 멈춘다. 핫초콜렛을 파는 카페. 통유리 안으로 아주 세련되면서도 따뜻하게 꾸민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페 외부모습


유리 케이스에는 우드 스틱에 꽂은 솔티드 캬라멜이며 헤이즐넛 캬라멜 같은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팔고 있다. 종류를 고르면 뜨거운 우유에 스틱을 꽂아서 주는데, 뜨거운 우유에 초콜렛이 서서히 녹아서, 바로 만들어진 따끈한 핫초콜렛을 먹을 수 있다. 브뤼헤나 겐트 등등 벨기에의 많은 도시들에서 이런 스타일의 핫초코를 팔고 있는데, CHCO는 그 외에도, 샌드위치랑 커피, 쿠키, 케이크류도 다 맛있어 보인다.

캬라멜 초콜렛과 더치 스타일 애플파이, 그리고 플랫 화이트를 골랐다. 뜨거운 우유에 우드스틱을 담궜다 들었다 하며 녹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치 애플파이도 진하고 꾸덕한 맛. 플랫 화이트는, 한국으로 치면 카페 라떼 정도의 농도이지만, 이곳의 라떼들이 대체로 좀 밍밍해서, 플랫 화이트 정도를 시켜줘야 내가 원하는 진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플랫 화이트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진한 맛이다. 예쁜 인테리어와 다양한 케익 종류들이 다 매력적이지만, 이 카페의 가장 큰 강점은 야외 테라스 좌석에 앉아서 루벤 시청사의 옆모습을 보며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야외 좌석에서 핫초콜렛을 마시며 아침 브런치를 즐기고 있다.

인구가 아주 많지 않은 소도시라, 일요일 오전의 브런치도 그저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 9월이지만 이미 가을 한복판에 접어든 날씨라, 이런 무드는 더 따뜻하고 반갑다.


루벤 시내의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구경할만하다. 시내는 거의 운하주변이다. 10세기부터 루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서 15세기에는 토마스 모어, 에라스무스 같은 학자들이 책을 출판하고 학문을 연구하던 중심지였을 정도로 역사가 깊어서, 예전에도 이런 운하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학교를 다니고, 교역이 번성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벨기에의 소도시, 루벤. 브뤼셀 중앙역(Brussel Central Station)에서 북해 방향의 기차를 타고 20분이면 루벤역에 내릴 수 있으니, 브뤼셀에 와서 여유가 된다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목적지가 아닐까. 일요일 아침 핫초코 마시기엔 딱 좋은 루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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