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세이셸

[프랄린, 라디그] 발레드메 국립공원과 '앙수스 다정' 해변

Alice1911 2022. 11. 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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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 여행 일정


세이셸 7박9일 일정 중 둘째날 오후는 앙세 라지오 해변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발레드메 국립공원. 그리고 라디그 섬으로 이동해서 앙수스 다정 해변을 보고 오기로 했다.

프랄린섬의 발레드메 국립공원


오자마자도 느꼈지만, 이곳의 숲은 식생이 아시아나 유럽과도 또 다르다. 키가 사람키의 몇배가 되어서 위로 쳐다보면 끝을 알수 없는 열대우림으로 가득한 숲이다. 이 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건 사람의 생식기 모양을 닮았다는 코코드메르 열매 때문이기도 하다.

앙수스 다정 해변

인도양 휴양지


열매만 보면 그다지 특이할게 없으나, 모양보다도 크기와 무게가 엄청나다. 보호 차원에서 열매가 땅에 떨어져 있다 해도 아무거나 다 들어 볼 수는 없고, 지정된 곳에서 샘플같이 둔 열매를 구경하고 만져볼 수 있다. 열매가 이 정도의 무게와 밀도가 있으니, 그 뿌리인 나무가 크고 힘이 세다는 것이 새삼 이해가 되는 순간.

발레드메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인도양 휴양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시작을 만든 바로 그 곳, 앙수스 다정(Anse Source d'Argent ) 해변에 간다. 라디그 섬으로 가려면 페리를 타야한다. 페리는 이미 사람이 가득한 것이, 유럽 사람들에게도 앙수스 다정 해변은 로망의 대상인가 보다. 30분쯤 갔을까, 드디어 섬에 도착.

선착장은 자전거가 가득하다. 라디그 섬은 크기가 작아서, 다른 교통 수단은 없고 택시를 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자전거를 1-2시간 빌려 해변과 섬의 주요 목적지를 찍고 온다. 섬의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되고, 열대의 섬에서 자전거로 한바퀴 도는 경험도 매우 새롭지 않은가. 우리도 흔쾌히 자전거를 빌려 신나게 몰기 시작했다. 작은 상점들, 성당 들을 지나, 20분쯤 가니, 해변이 나타난다.

흐린것이 아쉽지만 앙수스 다정


자전거를 세우고, 자리가 될 큰 비치 수건을 들고 바다쪽으로 간다. 우리가 사진에서 보았던 그 풍경은 어디있나, 흥분되는 순간이다. 다만, 날이 점점 흐려지는 것이 심상치 않다. 12월의 세이셸은 우기라서,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비가 많이 올까봐 약간 불안하긴 했다.

아아, 드디어 해변에 도착. 누가 설명해줄 필요도 없이 바다에 마주쳤을때 왼편 가장자리가 바로 그 유명한 포토스팟이다. 모래밭으로만 갈 수는 없는 것이, 바닷물이 살짝 넘쳐들어오는 지점이라, 바닷물을 건너 바위로 가야하는데, 가까이서 보면, 검은색에 가까운 부위가 많아서 꼭 예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그토록 유명한건 거대한 암석들이 고운 모래밭 사이에 조화롭게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워낙 독특하고, 짙푸른 원시림이 검은 바위 위로 흐드러져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거기에, 흐렸다가 맑았다가를 반복하는 하늘색과 아이보리의 모래가 옅은 민트그린빛의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라니. 아마 잊지 못할 풍경이 될 것 같다.

라디그 섬 선착장 풍경


커다란 야자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있으니 비가 온다. 여름 호우처럼 쏴아~ 하고 내리는 비다. 나무가 하도 우거져서, 바위와 나무가 함께 있는 곳에 자리를 잘 잡으니 거의 비는 떨어지지 않는다. 페리에서부터 함께했던 인도인 커플도 우리랑 멀지 않은 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대규모 관광객이 오는 곳은 아닌 이 섬에서 이렇게 함께 비를 피하는 것도 인연이란 생각도 들어서, 반갑게 몇마디 주고 받았다.

앙수스다정 해변


비가 쏟아진다고는 하지만, 25도는 넘는 온도여서 직접 맞지만 않으면 푸른 이파리 위로 비가 때리는 풍경마저도 정취가 있다. 다행히 30분 정도만에 비는 그쳤다. 우리는 해변을 좀더 탐색해 보았다.

앙수스 다정은 앙세 라지오에 비해서는 바위 위주의 바다이다. 물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 시간을 보내며 수영하기에도 나쁘지 않지만, 뭐랄까, 이 해변은 수영보다는 신비로운 광경을 감상하는데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원없이 앙수스 다정 해변을 보다 다시 선착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돌아가는 길에도 섬 곳곳에 검은 색을 띤 화강암을 수없이 볼 수 있다. 곳곳에 눈에 띄는 노란색, 민트그린 페인트로 벽을 칠한 집들. 카리브해의 집들이 그렇듯이 여기도 알록달록한 색으로 벽을 칠해 놓은 곳이 많은데, 원색의 자연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선착장에 일찍 도착해서 라디그 중심부를 걸어서 구경하다가, 치킨 윙이랑 맥주 등을 파는 동네 식당에 잠깐 들어왔다. 막간을 이용해 핸드폰으로 각종 검색을 하며 치킨 윙과 콜라를 먹으니 세상에 시름을 다 잊는 듯하다. 지구상 어느곳을 가도 존재할 것 같은 매운 양념의 치킨 윙, 그리고 콜라. 라디그에서 프랄린으로 페리를 타기전, 피로와 허기를 푸는 신의 한수같은 장소였다.

프랄린섬으로 돌아와 다시 택시를 타고 리조트로 복귀했을 즈음엔 이미 해가 저물었다. 저녁엔 투숙객들 대상으로 칵테일 파티가 있다 해서 가봤지만 우리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칵테일에 너트만 실컷 먹고 바로 복귀했다.

다음날은 벌써 마헤섬으로 숙소를 옮기는 날. 아쉬운 마음에 오전에는 래플즈 리조트 안에서 버기를 타고 이곳저곳 구경을 한다. 수영장도 워낙 곳곳에 있는데, 사람은 많지 않으니, 거의 전세 낸 기분으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새파란 타일로 바닥을 마감해 놓은 널찍한 수영장에서 인도양 바다를 보며,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세이셸 래플즈


라디그섬에서 숙소를 찾아보면 의외로 몇개가 없는데, 다녀와보니 섬의 특징이나 규모상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마헤에서도 라디그 섬에 페리로 다녀올 수 있으니, 동선상 반드시 프랄린에서 자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래플즈 프랄린은 기대 이상으로 한적하고, 섬세하게 챙겨주는 서비스에, 무엇보다 오션뷰 풀빌라가 너무 좋아서 충분히 그 값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헤섬은 또 어떤 느낌일지, 다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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