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브뤼헤] 북유럽의 베니스, 브뤼헤

Alice1911 2023. 2. 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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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여행 일정

브뤼헤는 벨기에 근교면서 가장 대표적인 여행지. 중세 도시의 고색창연함이 잘 보존되어있고, 시내 중심부를 운하로 돌 수 있게 되어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면서 45분 정도의 해설 투어를 들을 수 있다.

보트는 작아보이지만 40여명 정도가 탈 만큼 크다. 15세기에 건설된 아주 오래된 돌다리밑을 지나가기도 하고, 중세의 건물들이 늘어선 풍경을 보며 이곳이 번성했던 중세 금융도시임을 느낄 수 있다.

브뤼헤의 전형적인 중세건물들



어른들은 16유로지만 65세 이상은 14유로, 3세 미만은 요금이 없어서, 부모님 모시고 타기에도 딱 좋다.

브뤼헤 시내는 아담하고, 너무 관광지화된 도시들의 상업적인 냄새가 덜해서 좋다.

으외로 모던한 카페와 식당들이 꽤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초콜렛집도 기념품 가게도 많지만, 호객행위도 별로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라 슬슬 걸어다니며 원하는 곳들을 들러볼수있는 자유가 있다.

그리고 밖에서 보면 카페인지 전시장인지 알수없어서 한참을 봐야 미용실인데 커피도 팔고 미술작품도 파는 라이프스타일숍인지를 알수있는, 새로운 공간들도 많다.

Les Coquettes 가 그런 곳. 야외에 깔끔하게 나와있는 하얀 테이블 의자에 앉아 따끈한 라떼를 마시 며 소도시 브뤼헤에서 대도시 한복판의 감성을 느껴볼수 있어 좋다.

벨기에는 흔히 불어권으로 알려져서 프랑스와 비슷할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이곳에 살기 전엔 그런 인상이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파리에 흔한 야외 테라스, 아르누보 식의 화려하고 세밀하며 꽃을
많이 사용한 인테리어를 가진 식당, 카페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오히려, 유명한 카페들은 북유럽 감성이다. 실내가 단순하고 모던하며, 메뉴판이나 서빙 방식도 북유럽 카페들을 더 닮았다.

그래서 벨기에 전체적으로는 불어권, 독어권, 화란어권의 문화가 다 느껴지지만
벨기에 서북부, 화란어권에 속한 브뤼헤는 그중에서도 북유럽 느낌이 강한 화란어권의 문화 영향을 많이 받은것같다.

이번에 새로 발견한 Otto Waffle Atelier 의 와플은 와플을 요즘 스타일로 건강하게 풀어낸 맛이다.
벨기에엔 정말 수많은 와플집이 있지만, Otto 와플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반죽이 약간 브라운색을 띤다. 코코넛과 귀리를 섞어서 그런건데, 자칫 텁텁할수있는 와플맛이 건강하면서도 거친 질감이 살아있어 부담이 없다. 여기에 초콜렛, 딸기시럽, 아이스크림같이 10개 이상의 토핑을 골라서 얹을수있다. 한번에 총 6조각의 와플을 구울수있는 와플기계는 기하학문양을 하고있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격자무늬가 아니라 기와의 옆면에서 볼수있는 동그스름한 무늬를 갖고있다.

Otto 와플의 내부


구시기자 한귀퉁이에 있는 소박한 식당 Delice Brugge 에서는 홍합찜을 먹었는데 왠걸, 지금까지 먹은 홍합찜중 최고다.

아마도, 마늘이 들어간 버전을 주문해서 그냥 화이트와인에 찐것보다는 훨씬 감칠맛이 났기 때문일까.

전통 벨기에 음식중에 하나인 까보나드(Carbonade)도 엄청 맛있다. 비프 스튜라고 하면 될텐데, 야채을 오래 우려내 깊은 맛이 나서 속도 든든하고 영양가도 좋은, 서양식 소고기 찜이라고 할까?

구글 평점은 4.6이지만 5.0을 주고 싶은 정도로 훌륭한 식당.

현지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 이미 꽉 차니, 하나뿐인 서버가혼자서 너무 바쁘지만, 단골들과 수다를 떨어가며

친절하게 서빙 해주는것도 좋다.

브뤼헤에서 가징 오래된 다리



바깥은 그새 잠깐 비가 내렸다가, 다시 해가 쩅한것같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어스름도 깔리지 않은 7월하순의 브뤼헤.

식당이 위치한 거리는 유난히 관광용 마차가 다니는 길이라 말똥이 몇미터에 한번씩 수북하다.

재밌는건 마부들이 하나같이 다 여성이란 건데,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들이 능숙하게 말을 몰고,
서너명씩의 관광객들을 태우고 브뤼헤 곳곳을 누빈다.

아무리 한여름 관광지여도 저녁이 되니 인파가 그야말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9시, 주차장이 있는 옛건물도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오전에 크노케 헤이스트에서 잔뜩 바람을 맞고 시작한 하루였지만 따끈한 와플에 운하 투어, 속 든든한 홍합찜과 까보나드, 맥주까지 걸치 지금은 그저 마음이 푸근하다. 어느 계절에 와도 매력이 넘친 그곳, 브뤼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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