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브뤼셀] 아르누보 건축 여행

Alice1911 2023. 2.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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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를 관통하는 유럽 건축사의 큰 흐름인 '아르누보' 운동은 지금의 서유럽 특히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에  흔적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새로운 예술' 이라고 번역되지만, 당시의 고전적인 유럽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철강, 유리같은 새로운 건축 소재를 적극 활용해 지은 새로운 건축물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


브뤼셀의 경우에도 '아르누보 패스'라고 해서 45유로 정도에 5곳의 아르누보 건축물을 볼 수 있는 티켓을 판다.

어느날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들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가본 곳은 호르타 박물관(Horta Museum), 만화 박물관(Comics Art Museum).

아르누보는 지금 우리의 눈에서 보면, 강철빔으로 천장을 받치거나, 통유리를 써서 외부 빛을 많이 들인다거나 하는 특징이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겠지만, 벽돌로 쌓고, 옆으로 좁고 위로 긴 창문을 내고, 석재로 마감하는 고전적인 유럽 건축 스타일이 주류였던 19세기말-20세기초에는 혁신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모던'이란 용어도 이때 등장한 혁신적인 사조를 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호르타 뮤지엄은 실내가 촬영 금지여서 입구쪽 밖에 찍지 못했지만, 6층 짜리의 넓지 않은 건물에 호르타의 가족들이 살았던 가정집의 모습이 구현되어 있었다.

난간이 철강 소재로 구불구불, 비정형적으로 놓여져있는 좁은 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예전에 이 가족들이 썼던 철제 프레임의 침대며, 옷장이며, 테이블, 스탠드까지 그대로 놓여있다. 엄청난 전시는 아니지만, 20세기 초의 중산청 가정은 이렇게 살았겠구나 하는 느낌이 확 다가오게 전시되어 있다.

호르타 뮤지엄 입구



벨기에 만화 박물관(Comics Art Museum)은 브뤼셀 시내 사블롱 지역 한복판에 있는데, 규모는 호르타 뮤지엄보다 훨씬 크다.

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넓은 천장이 반투명 유리로 마감되고 주변 골조를 곡선의 철강 소재로 마감한 것을 볼 수 있다.

계단 난간도 스틸 소재. 아무래도 유리로 마감한 곳이 많으니, 자연광이 들어와 조명없이도 실내가 꽤 밝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럽 건축 여행


난간이 벽으로 막혀있지 않고 스틸 소재의 다양한 곡선과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되어 꾸며져 있어 내부가 시원한 느낌도 확연히 든다.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라는 아르누보의 거장이 설계한 건물임에도  한 때는 면화 직물을 파는 시장이기도 했고, 백화점일 때도 있었다는데, 1970년쯤엔
용도를 찾지 못하고 버려졌다가 1984년에야 벨기에 연방정부가 사들여 만화박물관으로 꾸몄다고 한다.

아르누보식 천장


이 곳 외에도 코치 하우스 등 여러 건물이 있지만, 아르누보 패스를 끊어놓고도 나는 두군데 이상은 못가고 있다.

유럽 어디나 있는 바로크, 비잔틴같은 고전적인 건축 양식을 벗어난 근세의 건축물이 이렇게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고, 그것을 현대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보전과 관광 목적을 다 달성하고 있는 벨기에 정부의 노력이 좋아보인다.

아기자기하고 금방 다 볼 수 있는 규모에, 개별 박물관은 10-12유로 정도 입장료를 내면 볼 수 있으니, 브뤼셀 시내 구경 중에 시간이 남는다면 들러볼 만한 곳인 것 같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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