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겐트] 벨기에 근교의 아기자기한 소도시 겐트

Alice1911 2023. 2.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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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1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소도시 겐트. 보통 벨기에에 오면 브뤼셀 외에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브뤼헤지만, 겐트 역시 볼 거리가 많은 아기자기한 중세 도시다.

겐트는 벨기에 내에서도 네덜란드어권이라, 상점 간판의 글씨나 사람들이 말하는 제1언어는 네덜란드어이다. 북유럽스러운 모던함과 깔끔함이 겐트 시내 곳곳에 녹아있다.

재밌게도 예전에 바이킹 들이 추운 겨울엔 이렇게 몸을 녹이고 즐겼을 것 같다 싶게, 겨울에 겐트에 가면 따뜻한 히터를 천장에 켜놓은 감자튀김집이며 맥주집들이 눈에 띄게 많다.

2월 토요일 오후의 겐트 시내


유럽의 겨울은 2,3월까지도 비오고 흐린날이 많고, 그럴 때 사람들이 우울함을 어떻게 이겨냈는가 하는 해답이 조명에 있다고 할만큼, 실내 조명의 아늑함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벨기에 소도시 겐트 당일 여행


겐트에도 작은 운하가 있다. 이 운하를 따라 중세도시의 벽돌로 좁게, 옆집과 담을 붙여 지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운하는 좁은 곳도 있지만 겐트 시청이 있는 즈음에 오면 넓어져서 운하 옆으로 프로머나드 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있고, 봄이 오면 이 산책로에 사람들이 감자튀김과 맥주 한캔씩 옆에 놓고 앉아 오랜만에 나온 햇살을 오랫동안 즐기며 앉아있다.

겐트 운하 옆 산책로

겐트에 오면 중세 성들을 여럿 볼 수 있는데, 그중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지나가다 보면 놓칠 수 없는 그라벤스틴(Gravensteen)성이 있다. 10세기에 처음 지어진 성은 14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귀족들이 거주한 공간이라는데, 지금까지도 중세의 성곽 모양이 잘 보존되어 있다. 중세에 지어진 유럽의 성들은 긴 역사를 거치며 자주 용도변경이 있었던 것 같다.

그라벤스틴 성도 법원, 감옥, 화폐주조소, 심지어 면화공장으로도 쓰였다고 하는데 19세기말 대대적인 복원을 한 이후에는 뮤지엄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나는 갈 때마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마지막 입장 시간인 5시를 넘겼고, 그라벤스틴 성 내부 투어는 아직 못해봤지만, 오디오 해설이 나름 재미있다는 평이 많다.

겐트에 오면 오래된 고성들과 운하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내 경우엔 10가지는 되어보이는 소스를 골라서 뿌릴 수 있는 감자튀김집들이 성업하는게 참 재미있었다.

안달루즈 같은 좀 매콤한 소스부터 일반적인 케찹까지 고를 수 있는데, 보통 버거킹 스타일의 감자에 비하면 굵기도 길이도 2-3배가 되는 거대한 감자튀김을 묵직할 만큼 담아준다.

시내 곳곳에 이 묵직한 감자튀김을 들고 다니며 끼니 대신 먹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실제로 앤트워프, 겐트 같은 플랜더스 지역에서 과거 사람들의 주식 중 하나인 감자가, 현대에는 이런 형태로 뿌리내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격도 대부분 10유로 안쪽이니, 가성비도 좋은셈이다.

여름에 겐트에 오면, 다른 남부 유럽이 폭염에 시달릴때 25도 근처의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쾌적한 날씨를 경험할 수 있다. 북유럽에 가까워지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겐트는 드높은 파란 하늘 아래, 그냥 산책만 한바퀴 해도 충분한 아기자기한 소도시로 만족감을 준다.

5월 겐트 시내


개인적으로 여름을 더 좋아하지만, 2월에 두어번 갔던 겐트에서의 아늑한 조명들, 쌀쌀한 바깥 바람을 녹이는 가게 앞 매대의 히터의 열,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감자튀김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무튼, 벨기에에서 네덜란드를 넘어갈 때 암스테르담 행 기차가 완행이면 겐트역에 서기도 하니, 한번 들러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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