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겐트] 소도시 여행, 운하 그리고 감자튀김

Alice1911 2023. 3. 22. 05:00
반응형

유럽의 3월이면,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꽃봉오리가 솟아오르고 겹벚꽃에 매화에 개나리가 마구 피어오르는 계절이다. 봄이 오는걸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유럽에서도 서유럽과 북유럽이 묘하게 공존하는 벨기에는 3월도 아직은 쌀쌀하다. 대신에 비오고 바람불어도, 어느새 구름이 가시고 해가 쨍하게 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두시간이어도 해를 볼 수 있는날이 되면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미 봄이 온거라, 다들 길거리에 햇빛을 받으러 나와 있다. 
 

겐트 그라벤스틴 성


해가 그렇게까지 귀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비옷에 모자를 쓰고도, 해가 잠깐이라도 난다면 노천 카페에서 난로 켜놓고라도 햇살을 즐기는 것이 유럽 사람들인 것 같다.
 
아침에 해가 나서, 서둘러 겐트로 자동차를 몰았다. 겨울에만 주로 갔었는데, 3월 하순 겐트는 한결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
 
중세에 지어진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겐트 센트룸(centrum)에 차를 대거나 겐트 기차역에 내려서 슬슬 걸어가다 보면 금방 구시가 중심부에 닿을 수 있다.

운하 주변 풍경

 
참새방앗간처럼, 겐트에서 그냥 지나갈 수 없는게 바로 감자튀김이 유명한 Atelier Frittes. 줄이 길어서 10분 이상은 기다릴 생각을 해야하지만, 언제 가도 사람이 많다. 기본 옵션은 감자튀김에 소스를 2가지 고르는 건데, 그 외에도 스페셜 메뉴가 있어서, 칠리 콘 까르네, 파마산 앤 바질.. 같은 메뉴도 있다.

칠리 콘 까르네 감자튀김


우리는 시즌 한정이라는 칠리 콘 까르네와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를 시키고 10분 정도 또 기다렸다. 바깥에 있는 자리는 사람들이 매의 눈으로 노려보다가 자리가 나면 얼른 앉는 구조라, 일행은 자리를 맡고 한명은 기다려야 한다. 
 
칠리 콘 까르네는 멕시코 식으로 간 고기와 조린 콩, 그리고 스파이시 한 소스가 올라간건데, 감자튀김과는 환상의 궁합이다. 스페셜을 시킬 거라면 강추. 맥주와 함께 단숨에 먹어치우고, 부른배를 두드리며 구시가 중심부를 걸으면 딱 좋다. 
 
여기까지 와서도 스타벅스는 빼놓을 수 없는데, 겐트에는 매장이 딱 2개다. 중세의 성인 그라벤스틴(Gravensteen) 근처 운하 주변에 하나가 있고, 겐트 기차역 안에 하나가 있다. 그래서인지 그라벤스틴 근처 스타벅스 매장은 테이크아웃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 매장에서 Your are here 시리즈 시티컵중 겐트 컵도 살수있으니 들러볼만 하다. 
 

해가 난 노천카페 풍경


햇빛이 귀한 유럽의 겨울을 지나서인지, 3월초에도 좀 추웠어서인지, 잠깐 해가 나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겐트 운하 주변으로는 우리 청계천 광장처럼 조성해서 앉을수있게 되어있는데, 그저 햇빛을 받고 앉아있는사람들도 많고, 운하 주변으로 노천 까페에는 홍합찜에 맥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운하를 따라 크게 한바뀌 돌면 구시가는 쉽게 다 볼수있다. 그라벤스틴 성은 1100년대에 처음 지었는데, 그 뒤로 여러 용도로 변경되어 지금은 벨기에 정부 소유로 되어있다고 한다. 설명이 재미있는 것이 다양한 고문도구와 총기, 무기류는 중세에 지배층이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라고 되어있다. 성인 12유로.  
 
겐트는 브뤼헤랑 많이 비슷한 느낌이기도 한데, 도시 자체는 겐트가 훨씬 크다. 도심 역시 브뤼헤의 구도심은 아주 좁고 울퉁불퉁한 자갈길이 더 많고, 운하는 좀더 크고 멋있다. 그래서 운하 투어보트는 브뤼헤에서 타는게 더 낫고, 겐트는 운하 주변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볼 수 있고, 어차피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으니 브뤼헤 가는 길에 들러도 괜찮다. 지금부터 10월까지는 언제와도 매력있는 곳이니 시간이 된다면 들러서 감자튀김을 꼭 맥주와 함께 먹는 호사를 누리시기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