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네덜란드

[헤이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Alice1911 2023. 12. 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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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행정수도인 헤이그는 언뜻 관광지같지는 않지만 이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와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17세기 네덜란드 지역의 왕자인 Maurits 가 헤이그에 머물던 궁전으로 처음 지어진 이 미술관은 그래서인지 디자인이 화려하고 외벽 색깔도 옐로톤이 섞인 아이보리로 화려하다.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은 헤이그의 가장 중심지. 바로정부 청사가 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데, 청사 건물도 과거의 왕실 건물로 쓰이던 것이라, 언뜻 보면 런던 버킹엄 궁과도 좀 비슷하다.

가운데 나지막한 미술관 뒤로 현대 건물들


주변에 넓게 둘러진 해자가 있는데, 일년중 해가 가장 짧은 12월말 늦은 오후에 청사 건물이 해자에 비친 흐린 경관은 정말 장관이었다. 미술관 곳곳에서도 해자쪽 뷰가 보이는데, 그림같달까, 미술품만큼이나 정취가 있는 바깥 풍경.

유럽의 겨울이 좀 칙칙하다고 느낄수도있지만, 적어도 이때 헤이그의 겨울 풍경은 스산하기보다는 신비롭고 감성넘친다고 할 수 있었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4층 건물로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은데, 소장품이 엄청나다. 흔히 '황금의 시대'라고도 불렸던 17세기 중반의 네덜란드,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의 대가들의 그림이 엄청나게 모여있다. 

램브란트, 루벤스의 그림도 많고, 기독교 성화도 많지만 17세기 풍으로 그린것들이다. 인물화가 두드러지고, 꼭 왕비나 왕자가 아닌 귀족들, 평범한 사람들, 일상속의 군상을 그린 작품들도 많다.


설명을 보니 빛과 그림자의 대비 속에 명암을 사진처럼 표현한 걸작들이라고 하는데, 내가 본 램브란트 그림은 그런 설명을 보지 않더라도, 물감으로 이렇게 어둠 속 두 사람의 얼굴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가 있을까? 싶을만큼 대단한 그림이었다.
 

헤이그 여행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재미있게도 인물화만큼이나 정물화도 많은데다 정말 정교하고도 아름답다. 꽃, 바구니, 과일, 강아지, 촛대, 야채 같은 평범한 오브제를 대상으로 어두운 배경에 사물이 돋보이게 표현한 것이 참 좋았다.
 

화병


내부는 엘리베이터로 2층까지는 이동할 수있고 거기부터는 홀의 중앙 계단으로 위아래 층으로 이동할 수있게 되어있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3층 15번방에 있는데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로비에 소녀 그림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이 그림은 실제 인물 묘사가 아니라 상상으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소품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지만 밝은 색감에 인물 표현이 뛰어났다. 소녀가 쓰고 있는 터번도 보통 이 시대 또래들이 쓰는 것은 아닌 이국적인 것이라 하고, 귀걸이도 얼굴 크기에 대비해 과장되게 크다는 깨알 설명도 있다. 
 


촬영은 자유롭지만 아이는 안는 것은 되고 업는 것은 안되는? 약간 이상한 규칙이 있다. 층마다 직원들이 서서 안내도 해주고 유의사항도 얘기해주고. 
 
미술관을 보는데는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루브르나 프라도 같이 유명한 미술관에 대비하면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 좋았다.

유럽 유명 미술관에서는 규모에 일단 압도되는 경향이 있는데, 마우리츠하위스는 아담한데 콜렉션은 알차서, 실제로 이 동네 사람들도 알찬 전시장이라고 한다네. 
 
입장료는 18유로고 65세 이상 할인은 없다. 짐은 로비에 무료로 보관할 수 있고, 물은 못 갖고 들어간다. 
 
신기한것이 미술관의 로비는 지하인데 0층으로 올라갈 때 옆면 유리로 해자의 수면이 바로 위에 보인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헤이그의 중앙 광장을 다시 걸으며 크리스마켓도 볼 수 있고, 그냥 카페에 들어가, 이동네에서 유명한 것 같은 베이글 샌드위치를 먹는 것도 좋다.

헤이그에 베이글이 유명할 줄은 몰랐는데, 은근히 유럽에서 베이글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우리 숙소는 헤이그 시내에서 약간 동북쪽인 바세나르. 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동네 사람들도 바세나르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고. 
 
트램으로도 왠만한 곳은 쉽게 연결된다. 특히 미술관은 헤이그 중앙역에서 걸어서 쉽게 올 수 있는 곳이니, 암스테르담까지 왔다면 헤이그도 꼭 들러서 반나절 정도 구경하면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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