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독일

[아헨] 독일 소도시 여행

Alice1911 2023. 10. 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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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벨기에와 서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아시아 사람들의 수가 적고 땅 크기도 경상북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면적인 벨기에와 비교하면, 독일은 유럽의 아시아 사람들이 살기는 아주 좋은 곳인 것같다. 아시아 사람들이 훨씬 많고(전체 8천3백만중에 2백만명 가까이가 아시아인들이다), 물가가 싸고, 땅이 더 크고, 사람들의 분위기도 더 실용적이다.

아헨 대성당 내부


벨기에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중 근교 여행으로 독일이 은근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

네덜란드보다는 독일을 더 선호하는 건 개인 취향 탓이지만, 프랑스 최북단에는 은근히 가볼만한 특징적인 도시들이 많지 않다.

반면 독일의 서부는 오히려 베를린이나 뮌헨같은 독일 동부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벨기에에서 가기가 더 좋다.

트리어(Trier)나 뒤셀도르프, 쾰른같은 꽤 큰 도시들이 있고, 독일 서부에서 룩셈부르크를 지나 프랑스 북동부에서 끝나는 모젤 (Mosel)강이 있어 풍경도 아름답다.

아헨은 그중에서도 최서단인데,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곳이다.

프랑스의 지배를 오래 받기도 해서 엑스라샤펠이라는 프랑스식 이름이 도시내 표지판에 아직도 붙어 있다.

흔히 아헨의 카를루스 온천이 가장 알려져 있는데, 유황 농도가 심해서 7세 이상 아이들만 들어갈수있다고 한다.

아담한 아헨 중심부의 공원

이제 더위가 가시기 시작한 가을날 오후의 아헨에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것인지.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아헨 대성당(Aachen Cathedral) 앞은 성당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려 있다. 대성당은 보수중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공사 구조물로 덮혀 있는데 그 앞에는 벼룩시장까지 서 있어서 북적북덕하다.

아헨 돔 내부의 아름다운 장식들


성당 앞에는 줄도 길어서, 성당 내부 구경은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돔에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보려는 목적이고, 성당 안은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성당 내부는 꼭 둘러보시길 추천한다.

이곳이 바로, 936년부터 1531까지 30명이 넘는 독일 황제들이 대관식을 올린 곳.

샤를마뉴 대제의 위용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 높은 천장과 벽 구석구석까지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들, 오래된 대리석 바닥, 돔의 안쪽 부분을 수놓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몇번이나 갔었던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성당에 못지 않는 아름다움과 신비함이었다.

유럽은 성당들이 워낙 많아서 이제 왠만한 곳에서는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웠었는데, 아헨 대성당은 워낙 보존도 잘 되어있고, 샤를마뉴 대제가 건축을 명하여 스스로 묻힌, 그야말로 천년 역사가 빛나는 곳이라 그런지 그 기품이 특별한 것 같다.


대성당은 아헨 시내의 가장 한복판인데, 그래서 성당 주변을 한바퀴면 돌면 아헨의 볼 건 다 봤다고 보면 된다.

걷다보니, 주변의 작은 가게들중에 Printen 이라고 적힌 붉은 장식의 과자가게가 꽤 많다.

아헨에서 처음 만든 생강쿠키의 일종이라고 한다. 사실  요즘 기준에서 보면 유럽의 전통 과자란 것들도 이미 너무 대중화되어버려 희소성이 없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꿀로 단맛을 내고 생강을 넣어서 여러 모양과 크기로 만든 이 쿠키는 꽤나 고급의 음식이었을 듯하다.


저녁을 먹으려고 가까운 아시아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이름은 Taumi. 바로 앞에 커다란 나무가 심어져있는 작은 광장이 있고 야외 테라스 자리가 있는게 맘에 들어서 들어갔는데  왠걸, 너무 맛있다.

주문한 메뉴는 레드커리와 볶음 누들. 뭐랄까, 아주 수준높은 미묘한 맛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누구나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동남아 음식의 맛이었다. 메뉴당 평균 가격도 15유로대로 저렴했다.

그러고보니, 아헨에 있는 동안 아시아 사람들을 훨씬 많이 봤고, 도시의 분위기도 편안하고 실용적이랄까, 뭔가 좀더 마음편한 느낌이 있는것같다.

저녁 먹고 물론 독일에 오면 꼭 가야하는 DM에 들러 발포성 비타민이며, 어린이 니트 스웨터, 샴푸 같은 소소한 아이템들도 샀다. 생활물가도 확실히 더 저렴해서 독일에 오면 DM에 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다른 아헨의 랜드마크 중에 하나인 Elisenbrunnen 는 두 군데의 유황 온천물이 나오는 분수대가 있는데, 유황 냄새는 역시 호불호가 갈려서 가까이는 가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센브루넨 앞의 작은 공원 주변으로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먹고 마시는 풍경이 마음에 든다.

아주 오래된 성당과 유적에서 경외감을 느낄 수 있고, 또 한걸음만 벗어나면 아주 현대적이고 편안한 주말의 일상을 느낄 수 도 있는 점이, 유럽 소도시의 장점이 아닐까.

엘리센브루넨 앞 작은 공원



브뤼셀도 매력이 가득한 곳이지만, 한 시간반만 운전하면, 독일의 실용적이고 편안한 소도시에 와서 관광도 하고, 아시아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장도 볼 수다.

아헨만 해도 오기 전엔, 솔직히 그 작은 변방도시에 뭐 볼게 있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샤를마뉴 대제에게 미안할 정도다. 역시 실제로 가보기 전엔 어떤 여행지를 평가할수는 없는 듯하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오후를 보낸 커다란 매력을 가진 독일의 아름다운 소도시, 아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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