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 주변 가볼만한 곳

Alice1911 2022. 10. 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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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역사나 문화가 그러하지만 규모도 엄청난 도시. 1500만 인구가 산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터키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스탄불은 유럽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갖추었으면서도, 아시아가 가지는 친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이스탄불 여행 일정


작년 개항한 이스탄불 신공항. 원래의 아타투르크 공항은 오래되기도 했고 터키항공의 허브 공항으로 아시아와 유럽 노선의 가성비높은 경유 공항 역할을 하다보니, 너무나 사람이 많았다. 신공항은 처음인데, 인천공항 설계한 팀이 맡아 지어서 그런지 인천공항의 깔끔하고 시원한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하기야소피아 내부


이스탄불에 오면 보통 보스포러스 해협을 중심으로 동쪽 아시아 대륙쪽과 서쪽 유럽 대륙쪽 중에 유럽사이드의 관광지를 먼저 가게된다. 아시아 사이드는 사실 터키 현지인들은 외지인이 적고 안정적인 주거지 느낌이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유럽 사이드에 볼 것들이 다 모여있으니.

그중에 제일은 오랫동안 성소피아성당으로 불렸던 하기야 소피아(Hagia Sophia), 블루모스크로도 불리는 술탄 아흐멧(Sultan Ahmed) 모스크이겠고, 그 주변의 고고학 박물관과 술탄 아흐멧 지구 전체를 제대로 보는데만해도 사실 이틀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서기 500년대에 지어진 그리스정교회 성당이었고,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뒤부터는 모스크일 때도, 박물관일 때도 있었던 하기야 소피아는 갈 때마다 탄성을 지르게 하는데, 아랍어로 코란의 구절을 적은 거대한 검은 원판이 성당 천장의 그리스 정교회의 성화와 어우러진 모습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접점에 있는 것들은 다 그렇게 신비하고 깊은 매력을 발산하는 건가보다.

보스포러스 대교


몇 번을 가도 좋겠지만,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지는 보스포러스 해협 주변. 우리나라 해운대 풍경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바다에 길게 걸린 현수교가 그렇게 놀랍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해협이 그토록 유명한건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좁은 바다이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그 간격이 꽤 넓어서, 양쪽 바닷가는 그야말로 해협의 풍광을 100퍼센트 활용한 식당, 호텔, 카페들이 가득하다.

술탄 아흐멧 지구의 한 카페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유럽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관광지들은 유로화 표시 가격도 많이 올렸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화폐 가치 하락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밀라노, 파리, 로마, 런던같은 유럽 큰 도시 물가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이스탄불 물가는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가격에, 이슬람 영향을 받아 화려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호텔, 식당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오후엔 츠라한 팰리스 호텔(ciragan palace hotel). 이름대로 과거의 궁전이었던 곳을 호탤로 바꿨는데 1층 카페겸 식당이 보스포러스해협을 마주보고 있다.

야외좌석에서 보이는 해협뷰

유럽에서 온 노부부들이 많이 보인다. 케이크와 커피, 아이스크림을 다합쳐 우리돈으로 3만원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다, 자리도 널찍하고, 오래 앉아있고 심지어 호텔내 곳곳을 산책하고 돌아오느라 자리를 오래 비웠는데도 전혀 압력도 없다. 이 호텔, 위치도 조경도 서비스도 진심으로 훌륭하다. 하얀 셔츠에 제복을 제대로 입은 종업원들이 편하면서도 정중하게 대해줘서 여행의 기분을 더 즐겁게 해준다.


오스만 제국의 영화는 해협 주변의 화려한 건물에서 다 느껴진달까. 내부의 대리석 장식부터, 호텔 내 산책로까지, 웅장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 이 길을 그냥 걷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 진다.

돌마바흐체 정원


그 다음 목적지는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19-20세기에 걸쳐 오스만 제국의 정궁으로 쓰인 곳이다. 술탄 압흐메지드가 건축을 명하여 184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원래 정궁으로 쓰던 톱카프 궁전이 중세 스타일이어서, 유럽의 궁정들처럼 당시 최신 유행하는 모던하고 편리한 스타일로 새로 정궁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바로크와 로코코 스타일이 섞인 건축 양식이라고 하는데, 화려함으로 따지자면 베르사이유 궁전도 저리가라 할 정도의 깊이가 있었다. 한창 거주했던 시기가 겨우 10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오스만 제국의 궁정 생활을 생생히 볼수 있도록 거울, 테이블, 침대, 각종 장식품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후궁들의 거주 공간이던 하렘도 볼만하다. 무엇보다 5월말, 장미의 계절이라 정원의 아름다운 분수대와 새빨간 꽃들이 핀 풍경을 넋놓고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정원 안엔 곳곳에 카페가 있다. 돌마바흐체의 정원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건 큰 돈 들이지 않고 누리는 값진 기쁨이고 행복인 것 같다. 아이는 아이스크림 나는 커피 한잔, 그리고 다시 궁전 구석구석을 돌아 본다. 하렘의 벽화, 천장 장식과 샹들리에, 침구들은 화려하기 이를데 없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왕가의 건물은 왠지 모를 서글픔도 느껴지게 한다.

하렘앞 분수대


한참을 돌마바흐체의 신비한 매력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오니, 오히려 궁전밖의 와글와글한 인파며 해안도로를 꽉 채운 자동차들, 중동에서 온 관광객들 무리들이, 2022년 지금 이곳을 다시 현대 대도시의 한복판으로 인식하게 한다.

돌마바흐체 앞 매표소 근처는 학생들부터 사람들이 많다. 일행을 만나려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갑저기 학생 한 그룹이 몰려든다. 어리둥절했지만 한국인인 걸 알고 그냥 좋아서 온 것이었다. 터키 지방 도시에 가서는 가끔 이런 일이 있었지만 이스탄불 한 복판에서도 이런 반응일 줄이야. 약간 당황스럽긴 해도 나쁘지 않은 환영 아닌가 싶다.

돌마바흐체를 얘기하며 톱카프 얘길 안할 수 없다. 술탄 압흐메지드의 시대에는 톱카프가 너무 올드스타일이었는지 몰라도, 내 취향엔 좀더 고대스러운 톱카프가 더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는 톱카프 궁전으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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