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터키

[보드룸] 겨울 보드룸, 에게해의 축복(2)

Alice1911 2023. 1. 3. 11:45
반응형

보드룸에서 우리의 숙소는 라마다 리조트 보드룸. 부지가 꽤 넓고, 언덕 위에 있어서 아래쪽으로 바다와 내륙의 산등성이까지 아우르는 전망이라 참 좋다.

보드룸 라마다 리조트 내부


겨울 터키 지중해 여행지


아침을 먹고 리조트를 한바퀴 돌았다.

야외 수영장을 쓰기는 어려운 날씨였지만, 널찍한 실내 온수풀이 있어서 수영도 했다.

아침 최저 8도, 낮최고는 20도까지도 올라가는 따뜻한 날씨여서 리조트 안을 산책하기도 너무 좋았다. 특히 리조트 아래쪽으로 보드룸 다운타운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좋았다.

한번 보드룸 시내에 들어오면 마을버스같은 돌무쉬로 왠만한 시내 지점을 다 갈 수있는데, 보드룸 시내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돌무쉬는 바닷가 중심지에 내려주는데, 이곳이 메인 항구이고 보드룸 성과도 가깝다.

보드룸성은 1400년대 초반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지역색이 담긴 4개의 탑이 있는 성 베드로 성으로 지어졌지만, 채 완성되기도 전인 1523년에 오스만 제국의 치하로 넘어가게 된다.

성은 그뒤로 많은 기독교 유적들이 그렇듯이 이슬람 사원으로 변모되었고, 이슬람 건축의 특징인 각 모서리의 높은 첨탑(미나레)이 더해지게 된다.

이 성은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수호자였던 성요한 기사단의 본거지로도 사용되어서, 지금도 기독교 건축양식과 문장, 갑옷등이 전시되어있다.

터키 사원으로 쓰인지가 한참되었지만, 보드룸성이 이슬람 사원의 느낌이 나지 않는 이유는 1960년대에 바다 아래에서 발견된 고고학 유적들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7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터키 남부 해안을 지나가다 파산한 수많은 난파선에서 나온 청동기 유적, 동전, 장신구, 촛대, 유리공예품, 조각상 등 수많은 유적들이 각 첨탑에 전시되어 있다.

터키를 여행할때 신기한 점 중의 하나가, 바로 기독교 유적이 유럽 내에서보다 더 생생하게 잘 보전된 모습을 볼 때이다.

어떻게 보면 오스만제국 시대에 이런 기독교 건축들을 부수지 않고 인물 벽화를 추상화 벽화로 바꾸고, 건축 양식을 이슬람 스타일로 바꾸면서 고쳐써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럽 내의 중세 건축물들은 16세기 이후 바로크, 로코코 등 후대 유럽건축양식의 영향을 계속 받았지만, 이슬람권에 있는 유적들은 그런 진화가 아닌 이슬람 스타일의 진화를 거졌기 때문에, 외형만 보면 고전적인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보드룸성의 1월은 파랗다. 펄럭이는 터키 국기 아래에 새파란 하늘과 바다, 생기있게 피어난 꽃나무들로, 보드룸성 전체가 빛난다.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터키 음식들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외국 음식보다는 터키식 위주이지만, 지중해풍의 파란색 칠을 한 의자와, 하얗게 칠한 나무테이블, 주변의 핑크, 노랑색 꽃장식들로 한겨울에도 지중해의 유럽 느낌을 가득 느낄 수 있다.

보드룸이 좋은 것은, 이렇게 바닷가 마을의 소박하고 풍성한 정취를 느끼면서 옛 유럽 고성의 흔적도 느끼고 한편으로 세련된 현대 리조트에서 머무는 체험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오히려, 터키 현지 사람들은 한여름에 너무 유럽 관광객들이 몰리는 안탈리아, 알란야, 페티예 같은 휴양지보다는 보드룸의 한적한 리조트, 또는 개인 소유의 여름용 별장에 오래 머무르며 한적한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성곽 위에서 보는 보드룸 시내

이번엔 보드룸에 한번 와보고 싶다는 목적이 컸지만, 유럽이 모두 쌀쌀해진 11월에도 30도 가까운 날씨여서 수영이 가능한 보드룸은 꼭 다시 와보고 싶은 목적지이다.

으슬으슬 비오고 구름끼고 낮이 짧아지는 유럽의 겨울에 우울해졌다면, 보드룸에 와서 따뜻한 햇살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기에 딱 좋다.  

보드룸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