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터키

[북사이프러스] 키레니아 성과 야생화, 레몬나무의 천국

Alice1911 2023. 1. 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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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니아는 북사이프러스의 경제의 중심지다. 내륙에 있는 니코시아가 수도이지만, 교역이나 관광의 중심지는 키레니아. 키레니아는 에르잔(Ercan) 공항에서 금방 올 수 있지만, 에르잔 공항에 취항하는 항공편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북사이프러스를 공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사이프러스는 1974년 터키의 침공으로 섬 북부 일부가 사실상의 터키령이 되었고, 남부만 사이프러스 공화국의 사실상의 행정력이 미친다. 요즘도 양측 지도자 간의 평화 협상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나뉜지 50년이 되어가는 지금, 북사이프러스는 사실상 터키의 행정적, 문화적 영향하에 있다고 보아야 할듯하다.

키레니아 성의 내부

그래서 터키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에르잔 공항으로 들어와야 한다. 당연히 교통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북사이프러스는 여전히 유럽 관광객,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레바논, 이집트 등지의 중동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그만큼 자연이 아름답고, 로마시대와 베니치아가 다스리던 시대, 오스만 제국의 유적이 잘 보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키레니아는 터키식 발음으로는 기르네. 라고 부른다.

키레니아 올드타운에 도착하면 사방이 둥그런 높은 옹벽으로 마감된 거대한 성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키레니아성. 둥그런 옹벽은 16세기 베네치아인들이 만들었다지만, 원래의 성은 12세기, 비잔틴 제국 시대에 건설된 것이다.

오랜 세월, 성벽 곳곳과 내부는 좀 폐허같은 느낌도 있지만, 내부에는 여전히 로마시대와 비잔틴 제국 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이곳이 지금의 터키령인지 유럽의 한복판인지 헷갈릴 정도다.

거기에 봄꽃들이 활짝 핀 성 내부의 들판과, 새파란 바다가 대비되어 키레니아 성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방문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찾아보니 200여종이 넘는 야생화들의 집단군락이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키레니아 성에서 내려다본 바다

북 사이프러스 여행 일정

북사이프러스는 은근 볼 것이 많다.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서, 아예 렌트를 하거나, 택시를 수시로 불러 다니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대신에, 터키 스타일로, 작은 마을버스같은 돌무쉬 라 불리는 미니버스가 있다.

이 돌무쉬를 타면 키레니아에서 수도 니코시아로 갈 수 있다. 우리는 관광중심지인 키레니아에서 하루 자고, 니코시아로 돌무쉬를 타고 이동했고, 나머지 구간은 택시를 불렀다.

이렇게 두 도시를 꼭 보고, 산중턱에 있는 벨라파이스 수도원을 꼭 보기를 추천한다. 이 수도원은 11세기 비잔틴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었는데, 중근동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건축양식이 보존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본 어떤 수도원보다도, 자연과 조화되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곳이었다.

북사이프러스 어느 마을의 풍경

이 섬은, 참 아름답다. 우리나라 제주같은 한적한 섬의 느낌이 곳곳에 있고, 지중해의 유명한 관광지가 된 다른 섬들과 비교하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꽤 남아있다.

나중에 마지막날 공항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기사는 이런 저런 얘길 하다가, 굳이 자기 집에 들러, 직접 딴 레몬을 몇개 건네주기도 했다. 그만큼 순수하고 인정많은 모습이 남아있다.

관광 산업이 섬 경제의 70%를 차지할 정도여서 섬은 영어가 잘 통하고 은근 필리핀, 태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인력도 많았으며, 영국 식민지를 오래한 탓에 이곳에 아예 정착해 살고 있는 영국인들도 꽤 많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배타적이지 않고 낯선 이들도 환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섬의 남쪽인 사이프러스 공화국은 EU 회원국이고, 역시 관광지지만, 유럽인들 중심의 대규모 버스관광투어나 리조트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반면 북사이프러스는 러시아계 자본의 호텔들과 카지노도 있고, 남쪽 대비 관광객들의 규모가 더 작다. 일부러 찾아오기도 쉽지 않고.

하지만, 오히려 터키에 올 일이 있다면, 이 아름다운 지중해의 섬 북쪽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아주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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