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터키

[북사이프러스] 벨라파이스 수도원의 숨겨진 비경

Alice1911 2023. 1. 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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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제국 시대에 세워진 벨라파이스 수도원(Bellapais Abbey).

북사이프러스에는 카지노도, 해안도, 키레니아 성도 있지만, 나에게 최고의 장소는 이 수도원이었다.

여행가기 전, 어떤 영국 기자가 쓴 수도원에 대한 글을 보면, 야생화들이 셀 수 없이 피어나 그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봄은 이 섬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계절.이라고 했다. 4월초 어느날, 정말 그 기자의 묘사처럼 그럴까 하는 기대를 안고 수도원을 찾아간다.

산비탈 중턱 마을에 자리잡은 수도원에 가기 위해서는 키레니아 해변을 따라 시골길을 10분쯤 달리다가 언덕쪽으로 꺾어 좀더 올라가야 한다. 자가 운전이 아니라면 택시 외엔 접근이 좀 어려울 듯하다.

수도원의 야생화

도착하니 왜 그 기자가 이 수도원을 꽃들의 낙원이라고했는지 알 것 같다. 마을 어귀에서 다시 꺾어져 수도원의 전경이 보이는 순간, 지중해가 탁 트이게 펼쳐지는 풍경은 물론, 입구부터 주홍색, 다홍색, 노랑, 연보라, 연녹색, 하얀색으로 끝도 없이 피어난 들꽃들이 반겨준다.

북사이프러스에 자생하는 꽃 종류만 190여 종이라는데, 인구가 적고 관광객에 시달리는 섬도 아니다보니 지중해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시칠리아 섬이나 마요르카 섬에 비교하면 상업화가 덜 된건 사실인 것 같다.

꽃과 오렌지나무들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야 수도원의 건축이 시야에 들어온다. 3층으로 된 교회에 높은 천장의 회랑, 아름다운 정원.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하고 자연과 잘 어우러져서 그 어떤 수도원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수도원 전경

교회와 정원, 2층의 수도사들의 방, 교회와 정원을 잇는 회랑의 순서로 돌아다녔는데, 고딕식으로 아치를 십자로 교차해 천장 구조를 만들고 회랑의 기둥들도 고딕식으로 중간 윗부분이 뾰족한 아치 형태이다.

구조는 비잔틴 제국의 여느 수도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잘 보전되어 있다는 점이 오히려 특징인 것 같다. 교회 전면에는 성모마리아, 로마황제, 미카엘천사 등의 성화가 그려져 있다.

이스탄불 아야소피아에 걸린 예수님과 로마황제, 황후 그림은 오스만 제국의 사원으로 거듭나며 회칠로 덮이거나 모자이크가 뜯겨나간 흔적이 역력한데 비해, 수도원의 성화들은 채색이 크게 바래지 않고 온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섬 여행 코스


성화 왼쪽으로는 그리스 정교회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있다. 오스만 제국 군대가 이 지역까지 점령하러 왔을 때, 수도승들이 그리스 정교회로 개종하면서(오스만 제국은 그리스 정교도에게는 좀 더 관용적이었다고 한다) 교회 내부를 정교회 스타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대에 들어 세계대전 같은 역사의 소란을 겪으면서도 포탄의 흔적 하나 없이 잘 살아남은 것이 기특하다.

교회 입구에는 오렌지 나무와 한창 아이보리색으로 피어난 오렌지 꽃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하고 따뜻한 향기가 진동을 한다. 사람들도 교회 건물을 카메라에 담다가  꽃들을 담다가 행복한 표정들이다.

멀리 보이는 지중해

수도원 앞에는 터키식 찻집들이 많다. 찻집에 앉아 터키식 차이를 한잔씩 마시며 좀더 수도원의 풍경을 만끽하는것도 좋겠다.

사이프러스 섬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는, 공기가 깨끗해서인지 하늘도 숲도, 산등성이도, 프린트로 찍어놓은것마냥 선명하고 깊은 색감이 있다는 것이다.

수도원에서 다시 리조트로 돌아와 조금 쉬었다. 섬 구경은 수도원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럽지만, 아직도 제재를 받고 있는 니코시아 시내 구경도 재미있을 것 같아 오후에는 시내로 다시 나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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