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터키

[가지안텝] 고대 유산과 미식의 도시

Alice1911 2023. 2. 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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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안텝은 터키 동부, 시리아 국경과도 멀지 않은 오래된 도시이다.

실크로드가 거쳐간 곳이고,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이곳.

터키 지진이 할퀴고 간 진앙인 카르만마라슈와도 멀지 않아 인명 피해가 크고, 비잔틴 시대부터 있던 가지안텝 성이 부서졌다는 얘기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6월의 화창한 날, 자연과 음식이 풍요롭고 문화유산의 창대함에 새삼 감탄했던 가지안텝 여행이 생각나며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

가지안텝은 풍요로운 곳이다.  

이스탄불을 경유하면 가지안텝 공항으로 1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꼭 가보아야 할 곳 중의 하나가 제우그마(Zeugma) 모자이크 뮤지엄인데, '집시소녀(gipsy girl)'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는 곳이다.

제우그마는 기원전 로마시대의 도시 이름으로, 헬레니즘 시대의 모자이크들이 큰 손상없이 보존되어있는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모자이크 뮤지엄은, 들어가보면 아직도 고고학 유물 발굴이 한창인 것 같이 땅바닥에 넓은 모자이크 들이 꽉 채워져 있다. 보통 뮤지엄처럼 걸어다니며 벽면을 보는것이 아니라, 약간 높게 조성된 관람대를 따라 걸으며 중앙 푹 꺼진 바닥 부분의 모자이크화를 내려다보는 구조로 관람하게 되어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유명한 작품이, 마치 10년전에 만든 것처럼 형태가 그대로 생생하게 살아있고, 옷감의 결이나, 사람의 얼굴표정까지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점이 새삼 놀랍다.

모자이크 작품들


터키가 매력적인 이유는 오스만 제국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문화의 보고이면서도 기독교 문명의 흔적도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모자이크 뮤지엄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유럽의 어떤 미술관에서도 이렇게 생생하게 신화를 모자이크로 표현해놓은 대규모 콜렉션을 본적이 없다.

제우그마 모자이크 박물관의 '집시걸'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가지안텝의 음식.

일조량이 높고 지대가 높아서 여름의 풍성한 햇살을 먹고 자란 토마토, 고추, 가지들을 화덕에 구워서 구운 양고기와 함께 내어놓는 전통적인 동부 터키 요리는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 질 것 같은 자연스럽고 깊은 맛이 난다.

2015년에 UNESCO가 세계 미식유산으로 지정한 도시일만큼 음식의 전통이 다채롭고 화려하다.

여름날의 가지안텝 여행


목재와 석재로 지은 전통 터키 가옥의 중정은 돌바닥에 나무 식탁들을 내어놓은 곳이 많은데, 6월의 햇살좋은 날에는 중정의 식탁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곳에 '라흐마준'라고 부르는, 얇은 밀가루 도우에 고추, 가지, 토마토, 양파, 각종 허브류를 얹어서 화덕에 구워낸 음식이 나오고, 메인 요리로 구운 고기와 야채들이 나온다.

정말 양고기를 잘 요리하는 터키의 전통식당들에서는 양고기에서 나는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나게 요리를 하는데, 정말 먹어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맛이다.

터키 전통 음식


바클라바를 대를 이어 운영하는 유서깊은  가게들이 정성껏 수제로 구워내는 과자점도 많다. 약간 부담스러울만큼 달긴 하지만, 이 음식이 유래했던 중세에는 당분을 보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니, 이해할만한 레시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지안텝에서 남부로 더 내려가면 안타키아 같은 동부지중해에 면한 도시들이 나온다. 역시 이번 지진 피해를 많이 받은 지역이기도 하다.

가지안텝 공항


겨울엔 영하로 떨어지지만 여름에는 그야말로 태양이 주는 에너지로 가득한, 토양이 비옥하고 작물들이 잘 자라는 비옥한 땅.

언젠가, 이 지역이 피해로부터 회복한 이후 어떤 날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다시 가지안텝의  뜨겁고 건강한 에너지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고대 유적이 가득한, 음식과 문화에 깊은 자부심을 가진 위대한 도시 가지안텝에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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