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크로아티아

[자다르] 아드리아해의 첫 도시, Zadar

Alice1911 2022. 8.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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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4박5일 일정

 

수도 자그레브에서 아드리아해를 만나 자동차로 계속 내려오면 스플리트, 그리고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자다르에 도착하게 된다. 아드리아해로 진입하는 입구에 있기 때문이다. 두 도시에 비해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자다르에도 '바다의 오르간' 같은 유명한 볼거리들이 있다. 우리는 플리트비체에서 출발해 3시간 넘게 운전을 했기 때문에 저녁도 먹을 겸 들르게 되기도 했다. 

건조한 돌산에 몽글몽글 이끼처럼 식물이 붙어있는 전형적인 지중해 산들이 끝나가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바로 자다르. 아드리아해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바로 초입에 온 것이다.

자다르 구시가 모습



아드리아해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자다르 또한 좋은 기후와 바다를 접해있어 사람이 살기 좋았던 덕에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로마 제국의 도시로서 도로, 수도망 등 인프라를 일찍부터 갖추었다.
지금도 로마 제국 시대의 수도관이 일부 남아 있을만큼 구도심의 대체적인 구조는 로마 시대에 생긴 것이다.

바다가 처음 보이는 지점에서 차를 내려 해안을 걷다보니 예상치 못하게 너무 습하다.
보통 유럽의 해안도시가 해가 뜨거워도 바람은 건조한 것과는 다르게 습도가 예사롭지 않다.
찾아보니 자다르는 이탈리아 동북부와 발칸 반도 일부에 걸쳐 나타나는 아열대 기후가 지중해성 기후와 함께 나타나는 곳이라 찌는 듯한 더위와 습도가 특징이라고 한다.

멀리서 오묘한 연주 소리가 들린다. 바로 '바다의 오르간'이 파도에 맞춰 내는 소리다. 2005년에 설치된 실험적인 작품으로, 바닷가 산책로에 만든 구조물에 파도가 부딪치면 건반이 움직여서 소리가 나는 거라고 한다. 지금은 자다르의 명물이 되어, 오르간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앉아서 바다를 즐기고 있다. 개인적으론 밤에 저 소리를 계속 듣는 건 겨울엔 좀 을씨년스럽겠다 싶었지만.

바다의 오르간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바닷가에서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본격적으로 로마시대, 중세, 근대에 걸쳐 쌓인 건축물들이 있는 구시가다.
로마 포럼(Roman Forum)은 4세기, 아우구스투스 황제시대에 지어진 것이고 성 도나투스 성당(Church of St. Donatus)은 9세기, 아나스타샤 대성당(St. Anastasia's Cathedral)은 12세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성 도나투스 성당은 20쿠나를 내면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안에 들어가봤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고전적인 성당 모습이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원형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오래된 반들반들 대리석 바닥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이 아름다웠고, 내가 지중해 어딘가에 왔다는 실감이 들게 한다. 평생의 나의 사랑, 지중해.

성 도나투스 성당 2층 문틈으로 해가 비친다


2차 대전 당시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 영토여서 추축국에 속해있었는데, 1943년 연합군 폭격을 맞아 자다르 시내 건물의 80%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런 폭격이 있었는데도 자다르의 로마, 중세 시대의 유적이 이 정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물론 그 덕에 지금의 우리는 고대와 중세, 그리고 18세기까지 끊임없이 증축되고 보수되어 오늘날에 이른 자다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로마 포럼으로부터 인민광장까지 남쪽으로 30분 정도 걸어내려오는 구시가는, 크지는 않지만 촘촘하게 유적과 레스토랑과 젤라또가게, 기념품샵, 공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로마 포럼


나중에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까지 보고 나니, 새삼 자다르가 훨씬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민 광장에 있는 분수대에 앉아 사진 한 장 찍고, 젤라또를 사들고 공원 앞에 앉아 광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고 훨씬 규모가 크고 다듬어진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와 비교하면 소박하게 보일 테지만 재미가 없다고 하기에는 기원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로마 제국, 베니스 공국의 도시로 수천 년 세월을 품어온 역사와 문화가 너무나 깊다. 그러면서도 소박하기에, 오히려 나는 자다르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자그레브에서 비행기로 바로 큰 관광지로 이동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동차로 다니는 거라면 자다르부터 시작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좁은 골목 사이로 걸어다니다 자리를 잡았다. 오징어 튀김과, 버거, 구운 고기, 파스타 등 많이 시켜놓고, 크로아티아 맥주까지 시켜서 천천히 저녁을 먹었다. 습하고 더운 공기를 어느 정도라도 차단하려고, 길가에 나와있는 야외 좌석에는 대형 선풍기와 분무 기계가 함께 풀가동 중이다. 야외 좌석이고 해가 떨어지니, 습도도 나름 견딜 만하다.

인민광장 주변 평화로운 모습


식당보다 더 많은게 젤라또 가게다. 저녁을 먹고 나서 Roma gelato experience라는 가게에서 수박 맛 젤라또를 사들고 다시 한 바퀴 휘휘 돈다. 오늘 밤에는 스플리트 숙소가 예약되어 있으니 1시간 반을 달려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자다르는 우리의 아드리아해 여행의 시작점.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품고 나의 아드리아해의 첫 도시 자다르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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