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발칸 여행의 시작, 플리트비체

Alice1911 2022. 10. 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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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였던 플리트비체.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가 사진 한장에 꽂혔다면 플리트비체는 사실 꽃보다 누나에 등장할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마침 위치도 비엔나에서 내려오다 보면 최북단에 있는 곳이어서, 고민없이 첫 숙박 장소로 찜했다.

파노라마뷰의 플리트비체


비엔나에서 차로 4시간 정도 거리지만, 내려오다보면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고 다시 크로아티아가 된다.

크로아티아 3박 4일


슬로베니아가 아드리아해에서 동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양이라 슬로베니아를 지나야 한다. 크로아티아가 솅겐협정 가입국이 아니라(내년부터 가입), 슬로베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넘어올땐 국경 검문소를 넘고, 여권 검사를 한다는 점도 재미있다.

킬로바츠의 식당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의 해안지역으로 넘어가기 직전 산악지대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그 유명한 폭포와 호수도 산악 지형이 있으니까 가능한건데, 그러니까 알프스에서 쭉 내려오는 구릉 지형이 여기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플리트비체는 국립공원이어서 그 내부에서도 운전을 한참 해야 한다. 우선 저녁시간이니까 허기를 채우기 위해 국립공원 진입전 마을에서 저녁을 먹기로.


크로아티아 여행 일정


구글 검색에 의존했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던 이곳은 Restauran Kalvarija, 칼로바츠(Karlovac)라는 도시 인근이다. 주인은 손님이 없던 여름의 초저녁에 방문한 첫번째 손님인 우리에게 아늑한 정원 쪽에 자리를 내주었다. 긴 운전에 피곤한 몸은 이미 돌로 만든 건물에 내부는 고전적이고 바깥은 차양을 쳐놓고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배회하는 한적한 분위기에 이미 신이 나고 있다.

식당의 아늑한 정원


가지랑 버섯이랑 호박이 잔뜩 들어간 가정식 샐러드에, 맥주 안주겸 살라미, 프로슈토 햄 한 접시, 갑자기 땡긴 치킨 윙까지, 엄청 맛있게 먹었다. 고유한 크로아티아 음식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어디 가도 실패하지 않을, 훌륭한 조합에, 맥주맛도 벨기에에 못지 않게 기가 막혔다.

원본 무보정의 플리트비체

저녁을 먹고, 국립공원내 우리 숙소인 Hotel Plitvice까지는 거의 또 한시간이 걸렸다. 해가 저물어 일찍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치 어릴때 단체 수학여행을 가면 있었던 나지막하고 옆으로 긴 수련관같은 느낌이 드는 호텔이다. 조식먹는 식당앞도 온통 숲이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곳을 제대로 보려면 7시간 정도는 잡아야하고, 물론 1박2일 이상의 트래킹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러나 앞으로 아드리아해 쪽으로 내려가 몇개의 도시에 들르는 나름 빡빡한 우리 일정에는 조금 무리.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지도의 가장 가운데 지역 위주로 보기로 했다.

바위며 절벽이나 폭포의 높이며, 전체적인 웅장하고 다소 거친 느낌의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생각난다. 확실히 유럽의 국립공원들은 더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이랄까. 폭포도 여러곳인데, 낙차가 그렇게 크지 않고 아기자기한 규모가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건 물빛이다. 푸른색, 옥색, 에메랄드색 등등 이름을 붙이자면 여러개지만, 참 한가지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너무 깊고 아름다운 빛깔이다.

사실 플리트비체가 우리 여행의 처음이라 이 물빛에 감동했었지만, 여행이 지속되면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네움에서도,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서도 이 물빛을 계속 보게 되었다. 모두 물에 용해된 석회성분의 영향이지만, 그것이 바로 발칸 지역의 여름을 특징짓는 바로 그 색깔인 것.

물이 너무 맑다


트래킹은, 잘 만들어져 있는 길을 따라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유모차를 미는 젊은 부부들도 많다. 오늘은 날씨도 너무 좋다. 위를 보면 새파랗고, 그 중간엔 녹색의 나무와 언덕이, 아래로는 초록에 가까운 옥색의 물이다. 걸으면서도 계속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다.

물이 워낙 맑아서 투명하게 다 보이고, 작은 물고기들도 꽤 많다. 이런 부분은 설악산같기도 하네, 하며 또 어쩔수 없이 우리나라 자연하고 비교하게 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계속 진행하면 플리트비체의 서쪽으로 가지만, 우리는 다시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올라 처음 진입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아름다운 물 색깔을 볼 수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1박 정도 하고 트래킹을 제대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위에서 내려다본 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라스토케(Rastoke)로 향한다. 이 곳은 국립공원에서 빠져나와 해안의 자다르로 가기 위해 어차피 지나야 하는 곳이라 들렀다. 그런데, 유럽에는 워낙 예쁜 소도시가 많아서인지 엄청 특별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너무 더운 쨍한 여름날,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이곳은 젤라또 퍼주는 그런 세련된 집 아니고, 그냥 동네 수퍼라고 봐야한다-에서 아이스크림 콘 하나씩 사먹으며 망중한을 즐겼다.

라스토케 마을


이제 자다르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크로아티아 북쪽이 산악지역의 끝자락이라 숲과 다소건조한 언덕들로 이루어졌다면, 바다로 내려가는 남쪽 크로아티아는 지중해 모습이 점점 강해진다고 하니,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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