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프랑스

[안시] 프랑스 알프스 호수의 여름

Alice1911 2024. 6. 25. 02:56
반응형

안시 호수. 
 
유럽에서 흔히 가장 수영하기 좋은, 가장 깨끗한 호수로 유명한 이곳은 알프스 근처, 스위스 국경에서 가깝다.
이미 인스타그램에서도 유명하지만, 안시 호수가 버킷 리스트에 들어간 건 작년 4월 프랑스 샤모니에 
여행하면서였다.
 
스위스 국경에서도 멀지 않고 알프스 산맥 자락에 있어 크고 작은 호수들도 많은 지역인데,
그중에 안시 호수가 단연 크다. 안시 호수가 시작되는 북쪽에 안시 마을이 있지만 호수 자체는 아래쪽으로 한참 내려간다. 
 
무엇보다 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유럽의 호수는 은근 수영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같은 알프스 인근 지역이 물이 깨끗해서 호수 수영의 성지라고 불린다.

맑은 호수와 뒤로 보이는 알프스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은 호수 주변에 즐비한 보트 대여업체에서 2시간 정도 보트를 빌려서 호수 가운데로 이동해 수영을 하는 방법이다. 물론 굳이 깊은 곳까지 이동하는 게 싫다면 호숫가 비치 얕은 곳에서도 물놀이를 할 수 있다.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물 색깔이 특히 아름다운데, 청록색을 띠는 맑은 물은 단연 알프스 산맥의 석회질 영향이다. 
 
곧 유럽을 떠나는 이번 여름, 남프랑스 여행을 기획하면서 안시 호수를 갈지 말지 많이 고민했지만,
여름 호수 수영의 로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첫날 디종에서 하루 자고, 안시까지 2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라 안시에서도 1박을 하기로 했다.

물이 좀 더 따뜻하다는 파시 호수(Lac de Passi)도 고민했지만 우선 스위스 쪽으로 더 들어가야 해서 망설여졌다.

아비뇽 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우리 동선에서는 너무 동쪽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시간 손실이 많을 것 같았다. 과감히 안시에만 있기로 마음을 굳혔다. 

프랑스 안시 호수 여행

 
숙박을 찾아보며 안시 다운타운이 아무래도 관광지여서 다른 호수가 지역들도 꽤 찾아보았는데, 에어비앤비나 부킹닷컴에서는 웬일인지 남쪽 호숫가에서 적당한 숙소가 많지 않았다. 거기다 두 가족이 머물러야 해서 개인이 운영하는 유닛이 1개밖에 없는 숙소는 또 예약할 수가 없고. 호텔은 면적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이들 데리고 여행하기에는 너무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찾은 곳은 "Un Lieu Unique" Le lodge et le Dolce라는 곳. 여행 기준 1달 반 전에 예약했는데 한 달 전인 지금 들어가 보니 솔드아웃이다. 서유럽 웬만한 관광지는 엄청난 성수기 요금인데도 다 솔드아웃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전통적인 관광지들은 유럽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몰려와서 그런 것인지, 숙박 경쟁이 놀랍다. 
 
안시 다운타운 어디를 가기에도 가깝고, 창가에서는 안시 호수 메인으로 이어지는 작은 강인 Le Thiou 운하가 보인다. 이 운하 주변으로도 숙소가 많은데, 마치 베니스 수상도시처럼 물에 떠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 숙박 시설들이 많이 들어선 모양이다. 

안시 올드타운

안시 호수에서 1박을 한다면 뭐를 할지 별로 고민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올드타운에는 그 유명한 연인의 다리(Lovers' bridge)가 있다. 유럽의 가든, 이라 불리는 공원과 올드타운을 연결할 목적으로 1906년에 만든 다리인데, 지금도 주요 동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단다. 운하 위에 있는 "Le Palais de I'lle"도 꼭 봐야 한다. 걸어 다니다 보면 놓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예전엔 감옥으로 쓰이기도 했고, 지금은 미술관과 역사박물관이 들어있는 곳이다. 
 
그리고 수영하기 위한 해변은 여러 곳이다. 키가 닿지 않는 곳에서의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 입장에선 호수 수영에서 팔 튜브가 필수. 예전엔 도넛 모양 큰 튜브를 많이 들고 다녔는데, 일단 부피가 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공기 넣는 곳이 애매할 때도 있다. 그에 비해 팔 튜브는 부력은 생각보다 강한 데다 부피도 공기 넣기도 꽤 좋아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듯. 그리고 유럽은 뭔가 모르게 커다란 튜브를 타고 수영하게 되면 좀 창피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튜브는 아이들이 주로 쓰고, 많은 사람들이 맨몸으로도 너무 수영을 잘하기 때문).
 
그래서 튜브를 쓰는 건 아시아 사람들인데, 그런 창피함도 팔 튜브일 때는 한결 가벼워진다. 뭐 남 눈치 볼 건 없지만 도넛 튜브를 들고 다녔던 경험에 비추어 뭔가 번거로워서 막상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니 이번엔 어른용 팔튜브를 여러 개 준비할 생각. 

안시 호수의 보트들

또 안시에서 꼭 해볼 to do list로는 퐁듀 먹기. 이게 또 막상 스위스 여행할 때는 눈에 밟히는 것이 퐁듀 파는 식당이더니, 은근 스위스 알프스 인근을 벗어나면 그런 식당이 잘 없다. 프랑스 안시야 알프스 주변이라 그런지 벌써 퐁듀 집만 해도 여러 개. 저녁엔 꼭 퐁듀를 먹고 안시 호수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한가로이 산책을 해보리라. 
 
사족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전엔 퐁듀와 라끌렛의 차이를 몰랐다. 보통 퐁듀 식당 가면 두 종류를 다 판다. 퐁듀는 여러 가지 치즈에 화이트 와인 등을 넣고 큰 뚝배기 같은 그릇에 나와서 빵이나 고기를 찍어먹을 수 있는 것. 라끌렛은 좀 더 작은 팬을 주고 아래에 열이 가해지고 있어 직접 단단한 치즈를 녹여서 채소나 빵이나 고기에 얹어 먹는 요리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치즈의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라끌렛이다. 알프스 주변에는 워낙 산악지형에 소나 양을 많이 키워서 치즈도 많고, 겨울철에 추위도 이기고, 저장식품은 치즈를 활용하는 요리법이 발달해서 생긴 지역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안시에서 1박을 하고 나서는 바로 남쪽 해안으로 직행할 예정. 3시간 정도 달리면 남부의 도시 아비뇽에 도착한다. 아비뇽 교황청이 꼭 그렇게 가보아야 할 랜드마크인가! 에 대한 고민도 좀 했는데,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는 지인들의 평이 많아, 아비뇽에도 하루 머무르기로 했다. 
 
유럽에 살아보니, 다른 곳에 살며 잠깐씩 휴가를 왔을 때의 감흥이 좀 옅어지는 것은 있어도, 현지인들이 보다 풍경과 자연스러운 휴식에 관심을 갖고 한 곳에 오래 머무리는 이유도 더 알아진다.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다니면 성취감도 있고 역동적이기도 한데, 그만큼 피곤하기도 하고, 숙소를 계속 옮기는 번거로움도 있다. 한 곳에서 일주일씩 있는 여유는 나에게 언제나 올까. 은퇴 후가 될지 몰라도, 가고 싶은 곳들을 잠깐 씩이라도 머무르고 싶은 이 마음에 따라, 이번에도 꽤 바쁘겠지만, 남부 일정을 이렇게 짜 나가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