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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탑과 함께한 주말

파리 1박2일 일정 파리에 처음 갔을땐 파리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좋았고, 두번, 세번 파리행이 반복되니, 파리 시내 주요한 관광지는 다 갔나? 하면 또 근교의 어딜 안갔네, 싶고, 그럼 또 몽셍미셸이든 베르사유든, 에트르타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파리같은 대도시, 거기다 전세계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곳들은 무언가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이 알게되고, 그럴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는 듯하다. 좀 장황했지만, 엄마랑 겨우 1박 2일 그것도 에펠탑 근처에만 있다온 짧은 여행이었는데도 몇달이 지난 지금,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꺼내 볼 수 있는 건, 아마 파리라는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여유, 정서, 그리움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일 듯하다. 거기다 샤를드골 공항으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탈리스..

[블레드] 블레드 호수의 여름

블레드 호수, 하면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아름다운 성당을 가진 섬 사진이 떠오를 것이다. 동유럽 여행의 떠오르는 강자인 슬로베니아는 수도 류블랴나보다 블레드 호수가 더 유명하다. 슬로베니아 여행 일정 나 역시 그랬고, 블레도 호수를 보는것이 이번 일정에서 슬로베니아를 포함시킨 큰 이유이기도 했다. 류블랴나에서 하루 묵고, 비엔나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50분쯤 달려, 드디어 블레도 호수에 도착. 어, 여기 생각보다는 그냥 관광지 호수 정도의 느낌인데? 하는 아주 살짝의 실망감도 있었다. 엽서에서 보던것보다 호수 전체의 면적이 컸고(아마 한바퀴 걸어서 돌려면 1시간 이상이 걸릴듯했다), 엽서 속의 섬은 호수 끝쪽에 아주 작게 붙어있어서 외부 도로에서 호수에 진입하는 중심부에서는 꽤 멀리 보이기 때문에, 확 와..

[루벤] 벨기에의 소도시 루벤

벨기에의 작은 도시 루벤. 1425년 설립된 루벤 대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알려진 곳은 아닌데, 시청사랑 St. Peters Church가 아름답다고 해서, 가볍게 일요일 아침 드라이브 코스로 골랐다. 브뤼셀에선 자동차로 25분 정도면 닿을수있다. 유럽 소도시 여행 추천지 첫인상은 작지만 깔끔하고 운치있는 느낌. 작은 운하 주변으로 주차도 쉽고 네덜란드 계열 지방 도시들이 보통 그렇듯 깔끔한 느낌이 있다. 작은 도시인데도 아시아 수퍼마켓들이 많다는 점도 신기하다. 아시아 수퍼마켓들은 한국, 중국, 일본 말고도 인도, 파키스탄, 태국, 싱가폴 등 동남아, 서남아 식재료와 향신료, 양념류 들을 구할 수 있는 가게의 통칭인데, 우리가 간 아시아 마켓은 한국 김, 부침가루, 고추장, 된장부터 라면, 과자..

벨기에 일상 2022.09.11

[브뤼셀] 브뤼셀의 보석 깡브흐(Cambre)숲

브뤼셀이 숲으로 가득한 도시란 건 살아보기전 엔 정말 몰랐다. 녹지가 많구나, 공원이 많구나 정도였던 것같은데. 살아보니, 공원이란 이름이 붙은 깡브흐 숲, 월루에 숲, 터뷰렌 숲같은 대규모 숲만 해도 여러개다. 시내 한복판을 제외하고는 숲 사이사이에 주거 지역이 끼어있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 정도로. 유럽 한달 살기 그중에서 깡브흐 숲은 브뤼셀 시내 동남부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데, 1861년에 조성한 숲이니 역사가 150년이 넘는 곳이다. 정식 이름은 프랑스어로 "Bois de la Cambre" 깡브흐의 숲. 이 숲의 가장 좋은 점은, 숲에 호수가 있고, 숲 주변으로 즐길거리가 많다는 거다. 숲 가운데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ㄱ자 모양으로 크진 않지만 그 호수 안에 작은 섬이 있어 도넛 모양이다...

벨기에 일상 2022.09.04

[브뤼셀] 시카고 카페 (feat. 브런치)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 먹으러 간다. 시내에 있는 시카고 카페는 브뤼셀에서 제일 좋아하는 브런치집중 하나인대, 화려하고 세련된 식당은 아니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라서 좋다. 벨기에 맛집 성 까트린(St.Catherine) 광장 근처인 것도 좋고, 플랑드르(벨기에 중 더치어 문화권) 계열 맛집들이 갖고 있는 좀더 영미권적인 느낌이 더 익숙해서인 것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브뤼셀에서 브런치집 탑5안에 항상드는 맛집! 성 까트린 광장은, 강이 없는 브뤼셀에선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분수대가 있어서 좋다. 여름밤엔 맥주 몇병 사서 분수대 가장 자리에 앉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데, 애엄마인 나는 아직 목격하진 못했지만, 8월말 시원한 늦여름의 점심때 분수대를 보니,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된다..

벨기에 일상 2022.08.30

[자다르] 아드리아해의 첫 도시, Zadar

크로아티아 4박5일 일정 수도 자그레브에서 아드리아해를 만나 자동차로 계속 내려오면 스플리트, 그리고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자다르에 도착하게 된다. 아드리아해로 진입하는 입구에 있기 때문이다. 두 도시에 비해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자다르에도 '바다의 오르간' 같은 유명한 볼거리들이 있다. 우리는 플리트비체에서 출발해 3시간 넘게 운전을 했기 때문에 저녁도 먹을 겸 들르게 되기도 했다. 건조한 돌산에 몽글몽글 이끼처럼 식물이 붙어있는 전형적인 지중해 산들이 끝나가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바로 자다르. 아드리아해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바로 초입에 온 것이다. 아드리아해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자다르 또한 좋은 기후와 바다를 접해있어 사람이 살기 좋았던 덕에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비엔나] 카페의 도시 비엔나

달그닥거리는 마차들 사이로, 오페라 극장 뒷편의 가장 번화한 거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 도시 한복판 호프부르크 궁전, 오페라 극장, 이 모여 있는 곳. 구도심을 가장 잘 둘러볼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마차로 한바퀴 도는 것이다. '피아커(Fiaker)'라고 불리는 두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 20분 정도 간단하게 볼 수 있는 코스도 있고, 도심을 좀더 길게 도는 40분짜리 코스도 있다. 잠깐 고민했지만 20분은 너무 짧을 것같아, 80유로에 4명이 탈수있는 긴 코스를 택했다. 마차 투어는 유럽 왠만한 도시는 다 있지만, 비엔나에선 정말 한번 타볼만한것이, 비엔나 구시가가 그만큼 잘 보전되어 있고 아름다워서 고풍스로운 건물들 사이로 달리다보면 정말 내가 합스부르크 왕가 시대의 오스트리아에 들어와있는 것 같..

[스플리트] 눈부신 로마 황제의 도시

크로아티아 4박5일 일정 전날밤 늦게 도착해서 구시가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었는데, 조식먹고 호텔밖을 나서니 여름 아침의 스플리트는 장관이다. 파랗게 높은 하늘 아래 대리석으로 된 탑과 건물들, 그 사이로 높은 야자나무와 진분홍 꽃들, 오래된 건물들의 1층에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이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제대로 구경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플리트와 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스플리트 일정의 핵심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궁전이니, 그곳부터 보기로 했다. 4세기 초반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여름 별궁으로 지은 곳이니 역사가 길다.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만큼 역사적, 미적인 가치도 높다. 이 궁전은 지금껏 보았던 어떤 로마 유적보다도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

[뒤흐비] 벨기에에서 프랑스 이동, 소도시 뒤흐비

뒤흐비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동남쪽으로 1시간 20분쯤 차를 몰면 갈 수 있는 거리. 멀지 않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곳인데, 막상 가보면 관광객들이 은근히 많았다. 프랑스 근교 소도시 여행 도착할때가 거의 점심시간이어서 뒤흐비 광장으로 진입하기 전 먹을만한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중앙광장 기준 약간 언덕위에 있는 프랑스 식당이었다. 이름은 L'oree du Bois. 별 기대없이 들어갔는데, 갓구운 바게뜨를 주는것도, 아이가 갖고 놀라고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주는것도 맘에 들고, 인테리어가 프랑스 시골에 많은 천장 높고 촛대가 꽂힌 샹들리에가 있어서 고즈넉했다. 메뉴는 라비올리와, 송아지 고기구이, 그리고 딸래미를 위한 크림 파스타. 해가 쨍해서 꽤 더웠지만, 식당안에서 여유롭게 먹고 나오니 뒤흐비를 즐길..

벨기에 일상 2022.08.20

[할슈타트] 비엔나 근교 여행지, 할슈타트

비엔나 근교 일정 할슈타트로 가는길. 엽서같은 마을의 풍경을 보고 이곳에 오기로 한 사람이 많은것처럼 나도 이 길이 설레인다. 비엔나에서 할슈타트로 가는건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지방의 초입에서도 꽤 들어가야해서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에 걸쳐져 있는 알프스 산맥의 오스트리아쪽 풍경을 볼수있는 곳. 잘츠카머구트로 가는길, 수시로 고산지역을 넘는지 귀가 멍멍하다가 괜찮아졌다를 반복하는데, 어느 한 굽이를 넘으니 아래쪽으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거의 40분 정도를 더 들어가야, 우리가 알고있는 할슈타트 마을이 나타난다. 기차를 타고 오면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인 교회와 호수 반대편에 정차역이 있고, 거기서 보트를 타고 교회앞의 선착장으로 들어오는데, 비엔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