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상 25

[브뤼셀] 그랑플라스와 사블롱(Sablon)

이곳에 와서 그랑플라스에 수없이 가봤지만 계절별로, 시간대 별로 달라지는 광장의 모습은 유럽 어느 광장에 비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워낙 정교한 조각에, 금색으로 칠해진 화려한 모습이 아름다워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3순위에 든다고도 한다. 브뤼셀 와플 먹기 그랑플라스에 오면 대부분 3분 거리의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이동하는데, 광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메종 단도이(Maison Dandoy)에서 와플을 먹어봐야 한다. 메종 단도이는 19세기 후반에 생긴 유럽 과자점인데 그랑플라스 지점은 와플기계를 갖다 놓고 직접 구운 와플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왠만한 와플집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고 위에 올라가는 토핑도 고급스럽고 너무 달지 않게 적절히 잘 올라가서 조화로운 맛을 ..

벨기에 일상 2023.02.19

[브뤼셀] 아르누보 건축 여행

20세기 초를 관통하는 유럽 건축사의 큰 흐름인 '아르누보' 운동은 지금의 서유럽 특히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에 흔적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새로운 예술' 이라고 번역되지만, 당시의 고전적인 유럽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철강, 유리같은 새로운 건축 소재를 적극 활용해 지은 새로운 건축물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브뤼셀의 경우에도 '아르누보 패스'라고 해서 45유로 정도에 5곳의 아르누보 건축물을 볼 수 있는 티켓을 판다. 어느날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들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가본 곳은 호르타 박물관(Horta Museum), 만화 박물관(Comics Art Museum). 아르누보는 지금 우리의 눈에서 보면, 강철빔으로 천장을 받치거나, 통유리를 써서 외부 빛을 많이 들..

벨기에 일상 2023.02.14

[겐트] 벨기에 근교의 아기자기한 소도시 겐트

브뤼셀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1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소도시 겐트. 보통 벨기에에 오면 브뤼셀 외에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브뤼헤지만, 겐트 역시 볼 거리가 많은 아기자기한 중세 도시다. 겐트는 벨기에 내에서도 네덜란드어권이라, 상점 간판의 글씨나 사람들이 말하는 제1언어는 네덜란드어이다. 북유럽스러운 모던함과 깔끔함이 겐트 시내 곳곳에 녹아있다. 재밌게도 예전에 바이킹 들이 추운 겨울엔 이렇게 몸을 녹이고 즐겼을 것 같다 싶게, 겨울에 겐트에 가면 따뜻한 히터를 천장에 켜놓은 감자튀김집이며 맥주집들이 눈에 띄게 많다. 유럽의 겨울은 2,3월까지도 비오고 흐린날이 많고, 그럴 때 사람들이 우울함을 어떻게 이겨냈는가 하는 해답이 조명에 있다고 할만큼, 실내 조명의 아늑함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벨..

벨기에 일상 2023.02.13

[디낭] 벨기에 소도시 여행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디낭(Dinant)은 벨기에 남부, 프랑스 북부와의 경계 쯤에 있는 소도시이다. 뫼즈강변에 있는 이 도시는 유명하지 않지만, 강을 낀 작은 도시의 전형적인 구조를 가진 곳이다.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있고, 그 주변에는 강변을 바라보는 테라스를 가진 식당들이 있고. 이 도시에서 볼 곳은 케이블카를 타고도 올라갈 수 있는 성곽에 올라가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그 외에도 딱히 할 것은 없지만, 자꾸 생각나는 아름다운 소도시이다. 이 곳에 오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도시의 중심지에 있는 디낭 노트르담 성당(Notre Dame de Dinant) 성당 때문인데, 15세기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큰 특징이 없는 성당이지만 뒷..

벨기에 일상 2023.02.05

[브뤼셀]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 쇼

12월 브뤼셀 그랑플라스에는 꼭 놓쳐선 안될 이벤트가 있다. '라이트 앤드 사운드(Light and Sound) 쇼'. 연말 한정으로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매 30분 마다 7분 길이의 쇼가 펼쳐진다. 유럽 겨울 크리스마켓 이 쇼 덕에 그랑플라스는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의 행사 중 최고로 뽑히기도 했다 그랑플라스 광장의 건물에 빔을 쏘고 주로 뮤지컬 음악의 메인 테마 음악 들을 같이 트는 행사인데,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유럽의 크리스마켓에선 뭘 할까? 뱅쇼는 필수. 싸면 2유로, 비싸도 5유로면 한가득 달콤한 뜨거운 와인을 마실수있다. 독일쪽으로 가면 화이트와 레드 중 골라먹을 수 있기도 한데, 그래도 레드 뱅쇼가 더 일반적이다. 부쉬드노엘, 슈톨렌같은 시즌 빵을 사먹는 것도 재미..

벨기에 일상 2022.12.27

[벨기에] 기념품과 쇼핑 리스트

벨기에 여행 선물 리스트 벨기에 여행오면 선물로 제일 많이 사가는건 초콜렛 그리고 맥주. 초콜렛은 누가 뭐래도 피에르 마르꼴리니(Pierre Marcolini). 1995년 세계 페이스트리 셰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첫 초콜렛샵을 연 그는 이제 런던, 파리, 도쿄, 브뤼셀 등에 30여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5년 기준이니 지금은 매장 수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브뤼셀 시내에만도 마르꼴리니 매장이 10개 정도 있다. 이곳 초콜릿은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는데다 냉장 보관도 하지 말라고 해서 상온에서 3주 정도가 유통기간이라고 한다. 여름철에는 달리 보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 냉장고에 넣지 말란 얘기가 좀 그랬는데, 초컬렛의 향미가 사라진다며 먹기 직전에 사라고 점원들은 이야기한다. 확실..

벨기에 일상 2022.12.18

[브뤼셀] 루이즈 Etiquette 와인바

오늘은 가볍게 브뤼셀 루이즈 거리 위에 있는 와인 바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 브뤼셀에서 와인바를 간다는 것도 사실 생각은 못하는 것이 워낙 맥주로 유명한 탓이다. 그러나 브뤼셀은 역시 유럽연합이 있어서 그런지 EU 회원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150여 개국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글로벌한 도시다. 그래서 사실은 벨기에 전통 음식도 좋지만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점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갔던 와인바는 와인 종류가 우선 매우 다양하고 우리가 와인 셀러로 가서 직접 와인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와인의 방점을 두기 때문에 음식의 비중은 다소 낮은데 그래서 치즈 플레이트나 하몽 햄 세트 같은 가벼운 안주들이 더 중요하고 또 맛있다. 물론 스테이크 요리 같은 것들도 있지만 ..

벨기에 일상 2022.12.02

[앤트워프] 중앙역, 구시가 그리고 감자튀김

앤트워프는 이상하게 겨울에만 가게 되는 것 같다. 흔히 볼 것 없는 관광지라고 해서 벨기에에 와도 브뤼헤, 겐트 정도를 교외 코스로 보지만, 시간이 된다면 현대적인 도시의 면모와 역사적인 유적, 바다를 함께 품고 있는 벨기에 제2의 도시인 앤트워프는 꼭 가봤으면 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근교 여행 기차를 타면 브뤼셀에서 50분이면 도착하니, 근교 여행으로 적당한 거리이다. 앤트워프 지도를 보면, 서쪽 강변 (사실은 항구에서 밀려 들어온 운하지만) 근처로 구시가가 있다. 교역항으로 번성했던 앤트워프 구시가니 바닷가 가까이 있는게 당연하다. 브뤼셀로 치면 '그랑 플라스'로 알려진 '그로테 막트(Grote Markt)',와 '플란다스의 개' 배경이 된 성모 마리아 성당 등이 구시가의 핵심이다. 여기서 웅장한 ..

벨기에 일상 2022.11.06

[브뤼셀] 유럽 미술관의 꽉찬 하루

출퇴근길 지나다니다, 가로등 밑으로 걸려있는 Shin Hanga (New Print) 전시 광고를 보게 되었다. 브뤼셀 아트 히스토리 뮤지엄 일본 여성을 동양적인 선으로 그려낸 삽화들은 흔하지만, 서유럽 한복판의 뮤지엄에서 20세기 초중반 일본에서 일었던 새로운 판화 유행에 대한 전시를 한다는 점이 특이했던건지, 단순히 아시아에 대한 향수가 자극도니 건지 알수는 없지만, 유난히 가보고 싶었더랬다. 오늘 드디어 갈증을 풀고 뮤지엄으로 가는날. 브뤼셀에서 살면서도 이곳에 한번도 와본적이 없다. 쌩껑트네흐(Cinquantinaire) 공원 옆으로 꽤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의 정식 명칭은 Royal Museum of Art and History다. 1847년, 벨기에가 새로이 왕국으로 탄생했을때, 그동..

벨기에 일상 2022.10.20

[브뤼셀] 식민지 시대 유산을 아프리카 뮤지엄으로

브뤼셀의 초가을은 한국의 늦가을 같아서 벌써 비가 내리면 온도가 11도까지 내려간다. 어두운 산책길, 나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밖으로 나오니 비가 얼굴에 뿌려 더욱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트램 44번이 다니는 터뷰렌 길(Avenue Tervuren)의 산책은 빗속에서도 늘 옳다. 저녁 9시, 해가 많이 짧아진 9월이지만 생각보다는 집들이 밝히고 있는 불빛이 밝았고 가로등 사이로 걸어가는 어스름한 길도 나쁘지 않다. 트램 44번이 다니는 길은 브뤼셀 시내에서 '터뷰렌'이라는 소도시로 나가는 노선이라, 우리집 앞을 지나갈때 쯤엔 주변이 한적해지고, 두 자동차 차선 사이의 넓은 잔디 공간에 트램이 다니게 돠어있어 참 낭만적이다. 트램길 따라 호수쪽까지 내려가니 호수를 낀 좋은위치에 있는 브라세리에는 금요일이라..

벨기에 일상 2022.10.03